<종이 동물원> 켄 리우가 다시 쓴 <초한지> '한 왕조'를 소재로 한 장대한 SF 판타지 <민들레 왕조 연대기> 2편. 항백과 한신을 여성 인물로 바꾸었던 전작 <제왕의 위엄>의 과감한 시도를 이어, 여후를 궁궐의 음모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장부로 묘사하고 유방의 정당한 후계자로서 여성을 내세우는 등, 역사 속에 폄하됐던 여성과 평민 출신의 인물을 부각시켰다. 다라 제도를 통일한 2편에서는 황가의 혈통을 이어야 한다는 과제를 맞이한다. 척 부인과 여후가 각기 아들을 두고 물밑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유방은 두 아들의 결함을 직시하고 제3의 선택지, 즉 여성을 후계자로 내세우는데….
끝이라 생각한 지점에서 시작을 말하기 “사람이 되느라 용을 쓰는” 요령 없는 사람들에게,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잘 외롭기를 빌며 당신에게. 12월의 시인이 쓴 글들은 유독 수취인 분명한 편지 같다. 읽는 우리, 시와 책을 사랑하는 당신을 향해 또박또박 써내려간 편지. 송년과 망년 사이를 지나듯, 바보 같은 사랑을 시작하듯 시를 쓰는 오늘은 끝없이 다시 시작인 하루. 시인에게 시와 사랑이 다르지 않으니, 이 책 덮을 쯤엔 우리 또한 시와 ‘오늘부터 일일’이라 말해볼 수 있겠다.
모성, 글쓰기, 그리고 다른 방식의 사랑 이야기 엄마, 작가, 딸, 선생, 연인... 서로 충돌하는 여성의 역할과 욕망에 관한 뼛속까지 솔직하고 용감한 글쓰기. 책 전체를 뒤덮고 있는 압도적인 감정은 모성의 양가적 기쁨이다. 엄마이자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과 곤란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도 아이를 향한 지독한 사랑을 숨김없이 고백하고, 아이에게 주고 싶은 '행복한 가정'의 모습에 담긴 허위를 직시하면서도 그것을 향한 욕망을 포기하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본다. 수많은 역할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한 여성의 성장담이자,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인생의 실패와 상실과 상처 위에서 삶을 재건해 나가는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는 어떤 곳인가 <콜센터>, <쇼룸>을 통해 노동자이자 소비자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그려온 김의경 신작 소설집. 작품 속 인물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이거나 사회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이거나, 어른들의 관심 밖에 놓인 비행청소년, 젊은 노동자들이 유입될 때마다 위기를 느끼는 노인이다. 작가는 차가운 현실을 맨몸으로 뚫고 나가야 하는 이들의 삶을 날카롭게 묘파하면서도 소소한 위트와 은은한 온기를 잃지 않는다. 느슨한 연대를 유지하며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부딪치고 날을 세우면서도 주변의 약자를 끝내 외면하지 않는 인물들은 끝끝내 서로를 보듬고 일으켜 세운다.
우리가 '진짜'라고 믿어온 것들에 대하여 진정성 있는 음악, 진정성 있는 사과, 진정성 있는 광고… 진정성만이 살아남는 세상일까? 가히 진정성 과잉의 시대라 할 만큼 우리는 모든 것에 진정성을 따진다. 유명 배우의 인터뷰에서부터 기업의 지역 상생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진정성이 등장하는 영역 역시 다양하다. 이처럼 모두가 경쟁하듯 각자의 진정성을 내세운다. 진정성 없음을 인정하는 모습조차 진정성이 되는 세상, 모두가 진정성을 위해 행동하지만, 그 누구도 진정성을 완벽하게 충족할 수는 없다. 이런 시대에 진정성이 과연 무엇을 보장해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우리 아이 단계별 양육 나침반 베스트셀러 <깨어있는 부모> 저자 차바리 박사가 수십 년간의 임상 사례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부모 유형별, 아이의 발달단계별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지침과 전략을 소개한다. 막막하기만 하던 양육이 우리 아이들의 고유한 본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들의 잠재력에 부응하는 진정한 교감으로 이어져, 아이와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길에 발달단계별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추리소설적 감각으로 세상을 해부한 여섯 편의 작품들 대통령이 유신이라는 이름으로 무한한 권력을 움켜쥐려 한 어두운 시기, 추악한 인간성과 죄의식을 미스터리와 오컬트적 요소를 활용해 그려낸 무경의 <낭패불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가 2024년 제18회 황금펜상으로 선정되었다. 수상작과 함께 홍선주의 <회귀>, 장우석의 <고양이 탐정 주관식의 분투>, 박건우의 <환상통>. 정해연의 <원해>, 김범석의 <깊은 산속 풀빌라의 기괴한 살인> 5편의 우수작을 함께 수록했다.
임신중단의 책임을 남성에게 묻다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고 사라진 2019년 이후, 한국에서 임신중단은 '범죄'가 아닌 여성의 선택이 되었다. 그러나 2022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미국 여성 수백만 명이 임신중단에 대한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처럼 아직도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는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가브리엘르 블레어는 논쟁의 초점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임신은 여성 혼자 하는 것이 아닌데, 왜 임신중단에 관한 논쟁에서는 남성의 책임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원치 않는 임신’을 초래하는 무책임한 남성들을 고발한다. 모두를 위한 간단한 해결책이 여기 있다. "책임감 있게 사정하라."
내가 만난 고양이, 나를 만난 고양이 30여 마리 고양이와 한 마리 개, 그리고 반려인이 함께하는 미아 힐링하우스 이야기. 예쁜 고양이 사진을 모으는 데 집중하기보다 고양이들과 한 마리의 개 그리고 인간이 서로를 돌보고, 온기를 나누며 가족이 되어 가는 모습을 담고자 했다. 이 책은 그렇게 주고받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미아 힐링하우스의 일원이 되어,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따스한 마음을 전해 받고 있을 것이다.
압축 성장 대한민국은 왜 복합 위기의 길로 들어섰나 대한민국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는 이제 낯설지 않다. 인구 절벽과 초고령화 사회 진입,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등에 더해 기후 재난 등 지정학적 문제들이 중첩된 복합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소멸의 ‘속도’다. 압축 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은 압축 소멸을 코앞에 두고 있다. 과연 정치 소멸과 국가 소멸이라는 양대 위기를 어떻게 막아 내야 할까? ‘벼락 발전한 것은 벼락 소멸하기 마련’이라는 자조를 단호하게 배척하고, 지금 우리가 처한 국내외 상황을 차분하고 냉정하게 분석해 이 책에 담았다. 소멸을 앞둔 시한부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혼자라고 느껴질 때 스스로 생활을 책임지며 살아가는 자립 청소년 무한. 어느 날, 늘 혼자였던 무한의 집에 외계인 휴 빌이 찾아온다. 우주를 떠돌다 신호를 받고 이곳에 왔다는데…. 자신의 생활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버겁고,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을 바라는 무한은 외계인의 존재가 달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함께 지내며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던 자신의 생활을 들여다봐 주는 휴 빌이 어쩐지 행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언젠가는 사라질 행운이 두려우면서도 점점 어제와 다른 오늘을 기대하게 되는 무한. 과연 휴 빌과 함께하는 무한의 내일은 어떻게 펼쳐질까?
'한병철 사유'의 정수가 여기에 있다 현존하는 철학자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히는 철학자인 한병철. 이 책은 곧 한병철이다. 아 책은 한병철의 가장 고유한 목소리를 담아낸 유일한 책이다. 한병철의 사유의 유래와 음조와 지향, 그리고 그가 펴낸 숱한 책들을 관통하는 사유의 궤적까지 담아낸다. 왜 세계는 한병철에게 열광하는가. ‘진단과 명명의 철학자’ 한병철의 사유는 무엇으로부터 발화되는가. 그의 시선은 지금, 무엇을 직시하고 있는가.
돌보는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사회 팬데믹 이후 돌봄노동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지만, 여전히 돌봄은 여성의 전유물이며 노동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돌봄이 주로 사랑하는 관계인 가족, 애인 사이에서 무상으로 충족되는 경우가 많아 노동과 연결 짓는 것을 터부시하는 탓이 아닐까. 저자 알바 갓비는 돌봄은 곧 사랑이라는 공식에 의문을 던지며 '신성한 돌봄'에 대한 환상을 깨부순다.
낯설지만 반가운 순우리말 그림 "뚝별씨, 머드러기, 으밀아밀, 새물내... 혹시 처음 들어보셨을까요?" 일러스트레이터 잉아가 친근하지만 생소하고, 반갑지만 낯선 42개의 순우리말을 그림으로 소개한다. 작가만의 호쾌하고 정겨운 일러스트에 단어마다 쉽고 다정한 설명을 더했다. 순우리말이라는 커다란 나무로 향하는 옹긋옹긋 디딤돌.
절판 20년 만에 다시 출간된 화제의 펀딩작 초판 발행 후 한동안 절판 상태였으나, 반드시 읽어야 할 불후의 '모던 클래식'으로 평가받으며 절판 20년 만에 원작의 디테일을 오롯이 살려 개정 결정판이 출간되었다. 한국의 유관순, 프랑스의 잔 다르크와 성녀 테레즈, 그리스 신화의 아홉 뮤즈들, 저자의 어머니 허형순, 차학경 자신 등 여성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다. 포스트모더니즘적 구성과 표현으로 디아스포라, 여성주의, 다문화주의, 탈식민주의까지 아우르는 선구적 실험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