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 48호

라인G1

이 책이 지금

삶의 장면 속엔 늘 음악이 있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 방문객이 15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올 도서전 여름 첫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화제작,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이 함께한 음악소설 앤솔러지를 소개합니다. 콧노래도 음악, KPOP 노동요도 음악,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도 음악입니다. 각 소설가는 이처럼 다양한 음악의 다채로움을 소재로 삼아 음악이 스치고 지나간 삶을 연주합니다.

특히 은희경의 <웨더링>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내가 바라는 대로 연주해주는 연주자가 없어 특정 연주자의 레코딩을 듣는 악보를 읽는 방식으로 음악을 재생하는 '노인'을 중심으로 학창시절 이 곡에 얽힌 매서운 말을 기억해내는 음악 전공자 기욱, '썸남'과 뉴욕 출장에서 이 곡을 들은 기억이 있는 인선, 노인의 악보에 적힌 이름을 유튜브에 검색해 처음 이 곡을 듣는 준희가 앉았습니다. KTX에서 만난 승객 네 명은 이렇게 한 곡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덧대나갑니다. (목성이 특히 귀에 익을 이 곡은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입니다. 여기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소설을 읽고 '행성'을 재생하며 저도 제 나름의 삶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 더 보기

140쪽 : 마침내 연주가 시작된 순간에는 얼굴의 피부가 팽팽하게 잡아당겨지는 느낌이었다. 수많은 악기들이 번갈아 등장했다가 사라지면서 그 사이로 선율과 리듬이 자유롭게 춤을 추듯이 드나들었다. 불길한 흐름이 옆구리 쪽에서 서서히 밀려드는가 하면 군대의 행진을 연상시키는 단속적이고 무자비한 소리의 소나기가 머리 위에서 갑자기 쏟아져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라인p1

작가는 지금 _1문 6답

알라딘 : <SF 보다 Vol. 3 빛>의 입구와 출구에 문지혁, 심완선 작가의 다양한 '빛' 이야기가 놓여 있습니다. 상징으로서의 '빛'도 좋고 자연광 같은 현실적인 '빛'도 좋습니다. 지금 이 순간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빛'이 있다면 소개 가능할까요?

단요 :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6시부터 8시 사이의 저녁에는 저물어가는 햇빛이 구름을 통과하며 구름 정중앙은 새하얗게 물들고 그 테두리는 약간 붉게, 그리고 뒤편의 하늘은 청람색과 주홍색이 수채화처럼 섞인 색상으로 변합니다. 저는 그 시간의 하늘이 발하는 빛을 바라보는 일을 아주 좋아하며, 비슷한 이유로 새벽하늘이 밝아오는 순간의 빛과 구름의 조화 또한 좋아합니다. 그것은 세계의 다면성과 일시성, 그리고 죽음과 재생의 순환을 요약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 더 보기

라인y1

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역사를 소설적으로 다시 보는 작업을 하고 있는 소설가 김숨의 장편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한 명> 등의 작품으로 역사를 만나던 작가의 상상력은 중앙아시아의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다룬 <떠도는 땅>, 일본, 중국, 만주의 <잃어버린 사람> 등의 소설로 닿았습니다. 마침내 이 소설은 오키나와를 호명합니다. 일본군이 민간인을 미군의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무참히 살해한 ‘구메지마 수비대 주민 학살 사건’이 소설로 다가옵니다.

메도루마 슌의 <물방울> 같은 소설에서 오키나와 이야기가 다뤄지기도 했는데요, 조선인 일가족 참살사건을 한국작가의 눈으로 소설화한 이야기는 방향이 달라 기대가 됩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의 영화가 흥행하는 시기에 맞춰 기록하고 증언하는 문학의 힘을 느껴보기 좋은 여름인 듯해 집어봅니다.

라인y1

출판사는 지금 : 프란츠

지난 주에 있었던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월요일에 정식 출간된 《음악소설집音樂小說集》, 이 책은 계약부터 세상에 나오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는데요, 책을 기획하고 만든 시간을 되돌아보려 합니다.
사실 처음 구상한 때부터를 떠올리자면 저희 출판사에서 첫 책이 나온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음악을 중심으로 책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언젠가는’ 음악을 테마로 한 소설집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이왕이면 제가 좋아하고 동경하는 작가님들과 임팩트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지요. 하지만 신생출판사에서 그런 분들을 섭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몇 년은 좋은 번역서를 펴내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파스칼 키냐르의 『음악 혐오』,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피에르 베르제의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같은 책들이 조금씩 관심을 받았고, 천천히 출판사의 색깔을 만들어나가던 어느 날이었어요. 한국문학에 잔뼈가 굵은 편집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제 한 번 해보자’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2022년 늦봄이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제가 꿈꾸던 라인업이었던 작가님들-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작가님-께 장문의 메일을 드렸고, 음악이 모티브가 된다면 어떤 방식의 이야기라도 좋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란츠와 이 책의 기획에 대한 호감의 답장이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 더 보기

라인y2

창작동인의 이름으로

소설가 성석제는 '연세문학회'를 매개로 시인 기형도를 기억했습니다. 함께 모여 서로의 글을 읽고 나누는 이들, '창작동인'의 문집을 소개합니다. 같은 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소설가, 시인, 출판인이 된 소설가 최미래, 성해나, 이선진, 김유나, 시인 조시현, 출판인 최현윤은 ‘애매’의 자음인 ‘ㅇㅁ’에서 각자 채집한 단어들을 소재로 하는 여섯 편의 소설을 엮었습니다.

단독 저작으로 독자를 만나기 전 최지인, 양안다, 최백규는 2019년 창작동인 뿔의 시집을 엮었습니다. 사랑, 꿈, 노동, 죽음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시가 동인의 이름으로 엮여 있습니다.

라인G2
이번 편지 어떻게 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