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허망하다’라는 단어의 뜻을 이미 알아 버린 아이가 있다. 비극적인 사건 이후 삶의 의미를 박탈당한 채로 정신적 죽음의 상태에 있던 주인공 ‘율’을 소생시키는 것은 존재감이 희미하던 아이 ‘북극성’이다.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칠흑같이 어둡던 세계를 조금씩 밝혀 나간다.
소설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청소년의 내면을 심도 있게 그려 내는데, 그 섬세하고 기민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껏 우리가 간과하고 지나쳤던 장면들 속에 얼마나 무한한 슬픔이 도사리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여전히 몰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율과 아이들이 비탄에 빠지지 않고 한 발 한 발 착실하게 나아갈 때, 나는 그 서툴지만 용감한 발걸음을 응원하게 되었다. 지금껏 조명되지 않았던 연약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인 작가의 다정함에 찬사를 보낸다.
<율의 시선> 포함, 국내도서 2만원 이상 구입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