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른 뒤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모두 세상에서 사라져도 언어는 우리의 흔적을 묻힌 채 여전히 생명을 이어갈 것이다. 언어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세대들의 흔적을 담으며 흘러온 시간이 망망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단어들 속엔 오랜 역사와 너른 맥락이 들어 있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단어가 품은 세계로 독자들을 초청한다.
책은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들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를 들려준다. 상추는 날로 먹는 채소라는 뜻인 생채에서 유래되었고, 새끼 고양이와 새끼 돼지를 일컫는 단어가 없는 이유는 돼지와 고양이가 애초에 각각 그들의 새끼를 뜻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뎅은 원래 전골요리를 뜻하는 단어였고 갈매기살은 가로막이라는 단어가 변화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어원과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단어를 들여다보는 일이 재밌다는 저자의 말이 십분 이해간다. 단어의 오염, 문해력의 쇠퇴를 막아서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언어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오래 생각하며 따뜻한 애정을 싹틔우기 좋은 책이다. - 인문 MD 김경영
우리가 매일 쓰는 단어와 말 속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문화와 풍습과 삶의 방식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가 어디에서 유래되어 왜 이렇게 쓰이고 있는지를 알고 나면 주변 풍경이 달리 보이고 사람 사는 세상이 새롭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당연하다 생각하던 것들을 다시금 들여다보고 탐구하며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지요. 매일매일 사용하면서도 정작 그 유래를 모르는 단어는 아주 많습니다. 그 가운데는 양치질이 있습니다. 양치질이라는 단어의 유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에서 시작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이어지는 문화의 전파와 그 이면에 남아 있는 문화사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나아가 근대 이후에는 일본의 영향까지도 고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치는 매우 흥미로운 단어이지요. 양치질이라는 단어 하나에 수천 년의 문화가 녹아들어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