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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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유괴된 소년의 3년은 무엇이었나."

1991년 12월 11일 저녁, 학원에 갔다가 귀가하던 소년 다치바나 아쓰유키가 유괴되었다. 사건 발생 지역과 인접한 경시청, 인근 현경에도 종합지휘본부를 설치하는 등 경찰력이 다치바나 아쓰유키 유괴 사건에 총력을 다하던 순간, 또 하나의 소식이 들려왔다. 12월 12일 오후, 건강식품회사 ‘가이요 식품’의 기지마 시게루의 손자 나이토 료가 유괴되었다는 소식. 사상 초유의 동시 유괴 사건이었다. 첫 번째 유괴로 경찰력을 집중시켜 경찰의 대응 체제가 취약해진 틈을 타 같은 현경의 담당 지역에서 두 번째 유괴를 일으켜 몸값을 받아낸다는 대담한 계획. 경찰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도 인질의 안전과 범인 체포를 위해 총력을 다 하지만, 몸값 전달 역할인 기지마 시게루가 경찰의 통제를 벗어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며 결국 범인 체포에 실패한다. 그리고 3년 뒤, 나이토 료는 7살이 되어 조부모의 집에 나타난다. 그간 실종 상태였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하고 잘 교육받은 모습으로. 하지만 돌아온 소년은 지난 3년에 대해 굳게 입을 닫는다.

소설은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당시 경찰 담당이었던 한 신문기자가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의 죽음을 계기로 마지막 취재를 결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자신이 소설가를 꿈꾸던 신문기자 출신인 작가 시오타 다케시는 경찰 관계자를 만나 사용 장비와 수사 방법을 조사하고, 유괴 사건 장소인 ‘1991년의 요코하마시’의 지도를 구해서 사건이 일어난 동선과 장소를 일일이 되짚으며, 30년이 지난 ‘현재’와 하나하나씩 대조하는 등 그야말로 할 수 있는 모든 취재를 다했고, 그 결과 소설은 압도적인 리얼리티를 뿜어내며 서장에서부터 독자들을 몰입시킨다. ‘동시 유괴 사건’이라는 경악할 만한 수수께끼를 서두에 들이밀고, 신문기자와 갤러리 대표가 ‘공백의 3년’을 추적하는 전형적인 미스터리 장르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범행 수법이나 범인의 정체가 아니라 납치된 아이가 끝내 밝히지 않는 ‘공백의 3년’에 있다. 그래서 결말에 이르러 느껴지는 감정은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을 밝혀냈다는 쾌감이 아닌, ‘좋은 소설’을 읽었다는 만족감이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앞으로 세상은 더욱 더 편리를 추구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굳이 어딘가에 가서 직접 만지는 경험을 하지 않아도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느낄 수 있게 될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늘어날 테지. 그렇기 때문에 ‘존재’가 중요해. 세상이 지금 여기에 있는 ‘존재’를 잃어 갈수록 그만큼 사실을 좇고 추구하는 경향도 커질 테니까. 그건 그림에 국한된 이야기만이 아니라 사고방식, 삶의 방식에 관한 문제가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