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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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크라임

덴도 아라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인적이 드문 제방에서 시신이 발견된다. 알몸으로 발견된 중년 남성의 시체는 손이 묶인 상태였다. 하치오지 남서 소속 ‘경시청 최고의 수컷고릴라’ 구라오카 경부보는 본청 수사1과의 젊은 형사이자 ‘정치적으로 올바른’ 시바와 한 조가 되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지만, 시신에서 범인의 흔적을 찾지 못해 고민에 빠진다. 그러던 중 시바가 부검의가 작성한 소견서에 의문을 품는다. 옷이 벗겨진 여성 시체는 우선 강간을 의심하면서 왜 남성 시체는 강간 여부를 의심하지 않는가. 이에 다시 살핀 시체의 항문에서 쪽지가 발견되고 거기에는 이런 글자가 적혀 있었다. “눈에는 눈.” 뜻밖의 단서를 쫓아 사건을 조사하던 구라오카와 시바는 피해자의 아들이 3년 전 집단 강간 사건의 가해자임을 알게 된다. 동태복수, 혹은 동해보복. 피해자가 입은 피해와 같은 정도의 손해를 가해자에게 가한다는 오래된 관념. 왜곡된 성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과 피해자 가족의 원념이 교차하는 가운데 마지막에 밝혀지는 의외의 범인은 누구인가?

야마모토 슈고로상과 나오키상 수상 작가, 사회적 상식을 뒤흔드는 문제작들을 발표해 온 덴도 아라타가 25년 동안 구상해 온 서스펜스 소설.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병리 현상인 ‘아동 학대’와 ‘가족 붕괴’에 주목하여 “가정에는 폭력이 없을 것이라는, 가정은 휴식처라는 이데올로기”에 충격을 주었던 문제작 <영원의 아이>를 집필하던 당시, 작가는 사람을 학대하는 행위의 배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성차별과 이를 둘러싼 암묵적 양해의 분위기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이후 꾸준히 젠더에 관한 책을 읽고 공부하며 젠더 폭력의 뿌리를 탐구해 갔다. 작품 속 마초적인 구라오카가 성범죄를 경시하는 풍조를 직시하며 일갈하는 장면에서, 작가 자신도 큰 발견을 함과 동시에 깊이 납득했다고 한다. 소설은 당대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당연하게도 남의 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이것은 부장님만이 아니고 정치가만도 아니고 이 나라의 바탕에 있는 우리의…….” 구라오카는 제 가슴을 쳤다. “우리의, 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