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력이 뭐지?’
‘숫자에 강해진다는 뜻인가?’
막연하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집어 든 독자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생각하는 ‘숫자력’을 위해서는 다음 3가지를 습관으로 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1. 파악 능력: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하는 힘
2. 구체화 능력: 사물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힘(발상 능력으로도 연결된다.)
3. 목표달성 능력: 목표를 달성하는 힘
고층빌딩과 주상복합 아파트를 보며 당신은 단순히 ‘높은 건물이 있다’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층쯤 될 것 같은데’ 하면서 당장 층수를 세고 싶어지는가?
두말할 것 없이 ‘높다’ 혹은 ‘낮다’가 아닌 ‘◯층짜리 건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두 번째 숫자력인 ‘구체화 능력’에 속한다. 이것은 ‘△△동에 있는 □□빌딩보다 ◯층 더 높다’와 같이 다음 발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편, 고층빌딩이 새롭게 들어서고 있는 도쿄의 해안지역을 보면서 “초등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구체화 능력’이 ‘발상 능력’으로 연결된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의 매출이나 시험점수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을 때 “조금 부족했다”가 아니라 “◯점 더 맞을 수 있었다”는 식으로 반드시 숫자를 넣어 표현하는 것도 ‘구체화 능력’에 속한다.
표현방식을 바꿈으로써 앞으로 어떤 점에서의 숫자를 높여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길 때도 막연히 “열심히 하자”보다는 목표를 훨씬 더 구체화하기가 쉬워진다. 그 결과 구체화하기 이전보다는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현저하게 높아진다.
다시 말해 ‘구체화 능력’에 의해 ‘숫자력’을 익히게 되고, ‘숫자력’으로 얻어지는 또 한 가지 성과인 ‘목표달성 능력’도 향상된다.
숫자를 사용해 표현을 구체화하다 보면 ‘설득력’도 높아진다. 나는 업무상 도카이도東海道(도쿄~쿄토 노선 - 옮긴이) 신칸센을 자주 이용하는데, 아타미熱海 역과 오다와라小田原 역 사이의 구간은 거의 터널이다.
그 터널을 지날 때 일반적으로 “아타미와 오다와라 사이에는 터널이 많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을 “아타미와 오다와라 사이에는 10개의 터널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문장은 순식간에 구체화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타미와 오다와라 사이에는 10개의 터널이 있고, 마지막 터널을 나와 3초 후에 노조미 호(신칸센 이름 중 하나 - 옮긴이)가 통과한다”라고 표현한다면 표현에서나 설득 면에서 전문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위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구체화를 통해 설득력과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높아지며, 나아가 새로운 발상이 떠오른다.
이번에는 아래의 표를 보며 이야기해보자. 이것은 도카이도 신칸센의 미카와안조三河安城(도카이도 본선과 도카이도 신칸센의 환승역 - 옮긴이) 역과 도요하시豊橋(신칸센과 나고야센, 이다센 등의 기점이 되는 교통의 요충지 - 옮긴이) 역 사이에 세워진 광고탑의 개수와 종류다. 독자들 중에도 그곳을 지나며 차창을 통해 산등성이나 논밭 한가운데 서 있는 간판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2003년 6월 출간 《신칸센에서 경제가 보인다》 본문에서 발췌
사람들은 보통 광고탑이 세워져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그 개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관찰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가끔씩 신칸센 창밖으로 보이는 간판의 종류와 숫자를 세어보곤 한다.
시속 250킬로미터 전후로 달리는(1분에 4킬로미터, 즉, 15초 만에 1킬로미터를 나아간다) 노조미 호에 탄 채 광고탑을 세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생각이 날 때마다 숫자를 세본다. 구체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보면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표를 살펴보면 2003년과 2008년 광고탑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한번에 알 수 있다. 광고탑을 세우는 기업의 종류도 거의 바뀌었고 무엇보다 광고판 자체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광고탑의 숫자가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표를 단서로 삼아 추리해보자.
우선 내가 추리해본 것은 다음과 같다.
1. 미카와안조와 도요하시 지역은 자동차 산업 등으로 인해 경기가 좋아져서 공장과 주택의 수요가 늘어났고, 그만큼 광고판을 세울 만한 농지가 줄어들었다.
2. 온라인 광고 등의 영향으로 광고판 자체의 수요가 줄었다.
3. 신칸센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너무 바빠 차 안에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잠을 자는 경우가 늘어 창밖을 쳐다보는 사람이 줄었고, 간판의 광고효과가 떨어졌다.
여기에 추리를 덧붙이자면,
다양한 추측이 가능한데, 그것은 사물을 구체적으로 바라본 덕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숫자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구체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소위 잘 나가는 기업의 사장은 대부분 숫자에 강해서 수치상의 오류나 차이를 재빨리 알아차린다. 그렇다고 그들이 통계나 재무지식에 밝은 것도 아닌데 담당자가 제출한 서류에 기록된 계산상의 착오는 재빨리 감지한다.
반대로, 하향세를 보이는 기업의 사장은 숫자에 약하다. 그들은 대부분 어림잡아 계산하거나 자릿수가 틀려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다행히 수치를 파악하고 있다 해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내가 만났던 파산 기업의 대표들은 매출액 등의 수치만 내세우는 경향이 있었다.
관리자뿐만 아니라 일을 잘 못하는 사원에게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숫자의 자릿수를 곧잘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학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일류 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서류상의 숫자를 읽을 때나 순간적으로 간단한 암산을 해야 할 때 자릿수를 잘못 말하곤 한다. 숫자 자체를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대부분이 자릿수에서 헤맨다. 이것은 숫자력의 1번 항목인 ‘파악 능력’이 부족한 데서 오는 현상이다.
그리고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임원이나 관리직들의 보고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숫자를 제시하지 않고 그냥 “잘 나간다” 혹은 “실적이 떨어졌다”, “약간 향상되었다”, “꽤 괜찮다”와 같이 막연한 표현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듣는 사람 역시 “아, 그래요” 하면서 다음 사항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좀 안되겠어?” 하고 책임을 추궁하면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얘기하면 그대로 만족하기도 한다. 중요한 회의에서도 마찬가지다. 2번의 ‘구체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능력 있는 사원은 회의나 프레젠테이션 때는 물론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엔(구체적인 액수)이 판매되었다”, “목표액을 ◯퍼센트 달성했다” 또는 “지난달 매출과 비교하면 ◯퍼센트 차이가 난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원, ◯퍼센트 성장(혹은 감소)했다”와 같이 구체적인 표현을 즐겨 쓴다.
다소 부정적인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경우라면 무엇이 부족했으며, 다음에는 어떤 부분에 몇 시간을 더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분석과 함께 다음의 행동목표를 정해 발표한다. 숫자력 항목 중 하나인 3번 항목인 ‘목표달성 능력’이 높은 것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무엇이 됐든 가능한 구체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구체화되지 않은 일은 실행하기가 어려운데, 숫자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궁극의 구체화이기도 하다.
‘수치화’ = ‘구체화’는 ‘목표달성 능력’을 높인다.
물론 상냥함이나 즐거움 등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그것들 중에는 정말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어 그대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들도 있다. 그런 것들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수치로 바꾸고 양을 정해 분석한다.
이것은 논리사고의 기본 원칙 중 한 가지이기도 하다.
숫자와 관련된 것들을 이과 계열로 한정짓지 않았는데도 보통 ‘숫자’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쉽게 배울 수 있는 회계 관련 서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회계를 전혀 모르는 일반 독자들을 위한 회계와 재무활동, 경제, 금융에 관한 책이 서가에 빼곡히 꽂혀 있다.
그러나 경영자가 됐든 직원이 됐든 회계나 금융을 배우기 전에 숫자에 대한 감각이나 숫자를 보는 눈, 숫자를 다루는 기본 방법부터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착안해 기획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숫자’를 보는 방법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더불어 ‘파악 능력’과 ‘구체화 능력’, ‘목표달성 능력’도 함께 향상될 것이다.
숫자력이 향상되면 목표달성 능력도 함께 향상되는데, 그 이유는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구체화 능력에 의해 목표달성에서부터 시작 지점까지 되짚어 생각할 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거꾸로 계산할 줄 아는 ‘역산逆算 능력’은 목표지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스트레치 예산이란 늘어난다는 뜻을 가진 ‘스트레치’에다 예산이라는 말을 합친 단어로, 매출이 오른다면 최대한 얼마까지 가능한지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소위 정신자세나 근성 따위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매출이라는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데는 다양한 상황이나 조건이 존재한다. 라이벌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기도 하고, 어떤 상품은 기후에 크게 좌우되기도 한다. 때로는 필요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반대로 자신의 회사가 한발 먼저 신제품을 발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만약 모든 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최상의 조건을 갖추었다면 어느 정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이것이 스트레치 예산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청량음료를 예로 들어보자. “평균 기온이 30도 이상 오르면 ◯병 팔리지만, 29도일 때는 △병 팔린다”는 식의 과거 데이터를 고려해 목표를 세우고 결과를 분석한다.
다시 말해 외부환경이나 내부적인 상황, 자신이 예상하는 결과(숫자)를 연관 지어 생각하는데, 그 과정에서 현장과 본사 사이의 전략에 대한 검토와 어드바이스 등이 이루어진다.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는 경우를 상정해 최상의 목표를 정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고 모니터링과 함께 세심하게 수정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늘 완벽한 상황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그런 경우에도 무엇이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과정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앞서 이야기했던 “그런 대로 잘 팔립니다”, “노력하겠습니다”와 같은 대화가 통용되는 회의와는 내용 면에서 완전히 달라진다. 조건과 숫자와의 연관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회의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강한 조직이나 능력 있는 사람은 숫자를 파악하고, 환경이나 원인, 자신이 예상하는 결과(숫자)를 서로 연관 지어, 결과(숫자)를 개선하고 새롭게 만들어간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숫자로 목표를 세우고 세심하게 계획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분석한다.
나는 ‘숫자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과정을 3가지 단계로 정리했다.
1단계: 숫자를 파악한다(숫자와 그 정의, 의미 등을 안다).
2단계: 숫자와 숫자를 서로 연관 짓는다.
3단계: 숫자를 만든다.
이 3단계의 의미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는 예를 들면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매출이나 이익, 혹은 사원수, 주가지표, GDP 등의 숫자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기본 숫자를 알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숫자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규모 혹은 동종 계열의 기업수 등을 추리하는 능력도 1단계에 포함된다.
이때 숫자의 정의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제조원가와 매출원가의 차이를 알고 있는가?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의 차이는?(모른다고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아무리 구체적인 수치를 알고 있다 해도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게 불가능하다. 그러면 힘들게 내린 결론 역시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2단계는 1단계에서 파악한 숫자와 숫자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GDP와 월급의 관계, 종업원수로 해당기업의 매출을 추리하는 등 숫자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꿰뚫어보는 능력이 여기에 해당된다.
상관관계를 통해 숫자의 어떤 부분을 건드리면 다른 숫자가 영향을 받는지 알게 됨으로써 넓은 의미에서 볼 때 통계력까지 높일 수 있다. 더불어 발상 능력이나 영감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3단계는 1, 2단계를 바탕으로 숫자를 상정할 때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