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Ⅰ 고대와 중세시대의 음악
Chapter 1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음악과 철학
Chapter 2 중세시대의 초기 교회 음악
Chapter 3 로마의 예배의식
Chapter 4 다성음악의 시작
Chapter 5 14세기 프랑스 그리고 이탈리아 음악
Ⅱ 새로운 탄생 : 르네상스 음악
Chapter 6 르네상스 음악
Chapter 7 죠스캥: 차세대 작곡가
Chapter 8 종교개혁 그리고 음악에 미친 영향
Chapter 9 저녁 만찬에 매번 등장하지 않은 마드리갈과 세속음악
Chapter 10 악단의 본격화: 기악음악의 무대화
Ⅲ 바로크 시대 : 바흐와 비발디의 음악
Chapter 11 새로운 양식의 시작
Chapter 12 17세기의 실내악과 교회음악
Chapter 13 17세기의 세계 음악
Chapter 14 후기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와 프랑스
Chapter 15 후기 바로크 시대: J.S 바흐 그리고 G.F 헨델
Ⅳ 드디어! 고전적인 “고전 음악”
Chapter 16 고전 음악과 고전 양식
Chapter 17 기악음악의 본격 무대화
Chapter 18 모차르트, 하이든 그리고 본질적인 ‘고전적’ 작곡
Chapter 19 베토벤: 고전이냐 낭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Ⅴ 늘 달콤하기만 하지 않는 낭만의 시대
Chapter 20 대체 낭만주의는 뭐야?
Chapter 21 성악과 피아노 음악의 혁신
Chapter 22 실내악, 합창 그리고 오케스트라 음악의 발전
Chapter 23 빅마마의 노래: 이탈리아와 독일 오페라의 혁신
Chapter 24 후기 낭만주의: 브람스 그리고 바그너리안
Ⅵ 유행을 거.부.한.다 : 20세기 음악
Chapter 25 후기 낭만주의냐 현대냐 그것이 문제로다
Chapter 26 빈대 잡겠다고 초가집까지 태워버린다: 쇤베르크와 친구들
Chapter 27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Chapter 28 음악과 포스트모더니즘
Chapter 29 Y2K: 그들이 생각한 것만큼 그리 나쁘진 않을 걸?
클래식 용어 아는 척하기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이 책은 삽화가 조 리와 나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소중한 친구인 조와 나는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에서 공부하면서 일하고 있을 때 만났다. 뉴욕에 있는 콜게이트 대학교의 음악 교수로 합류하기 전 우리는 역사적인 틈새를 채우기 위해 클래식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했다. 조는 입문자들을 위한 클래식 책을 집필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런 클래식 책에 더 갈망했다. 그래서 나와 팀이 되어서 이 책을 같이 작업을 해준 조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클래식 아는 척하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복잡한 음악 이론, 혹은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아주 세부적인 음악사를 마스터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아주 필수적인 상식들을 제공해준다. 누구나 이 책을 펴서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알 수 있으며, 클래식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음악적인 지식이 아예 없는 사람이라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조금씩 클래식을 아는 척하는 수준도 될 것이다. 클래식 음악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하지만 음악의 기능적인 요소들은 가능한 제외시켰다. 또한 아주 필수적인 음악 용어들만 사용했으며, 사용하더라도 가급적 최소화했다.
사실, 1500년이 넘는 음악사를 다루는 것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음악양식과 작곡가 들을 추려가면서 책의 내용을 만들어가는 작업은 힘든 일이었다. 아마도 유명한 작곡가(차이코프스키 같은)들이 이 책에서 빠져 있다는 것을 눈치 차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책은 독자에게 클래식 음악의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데 의미를 두고 집필되었다. 그래서 가급적 클래식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남긴 음악가와 음악 양식 들을 중점으로 다루었다. 예를 들어, 오페라는 클래식 음악의 장르 가운데 하나이지만, 별도의 챕터를 마련해서 상세히 다루었다. 혹시나 오페라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론 데이빗의 <오페라 아는 척하기>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당신의 구미를 확 당기는 작곡가나 음악, 혹은 음악 주제가 있다면 좀 더 찾아보고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라이언 엔드리스
뉴욕, 해밀턴에서
사람들은 팔레스트리나, 바흐 그리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고전 음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최초의 악기는 무려 기원전 36,000년 전에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음악을 예술의 일부분이라 여긴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이것을 과학의 일부분으로 봤다. 사실, 음악은 천문학, 수사학, 그리고 수학 같은 가장 중요한 과목 중 하나로 꼽혔고, 다른 과목들과 같이 교육되었다. 고대 그리스 음악(기원전 500년)은 숫자와 수학적인 기능에 중점을 두었다.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는 단순한 수학적인 비율을 음악에서 완전4도(4:3), 완전5도(3:2), 완전8도(2:1)와 같은 완전음정을 정의하는 데 사용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완전음정 분류법을 사용하고 있다.
피타고라스는 줄의 길이와 음이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 하였는데, 그는 “우주의 음악” 혹은 “천상의 음악”을 제시하면서 이것은 행성과 태양 그리고 달이 궤도에 따라 소리를 낸다고 주장했다. 소리는 사람에게 느껴지지도 않으며, 들리지도 않은 천체에 의해 만들어지며,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체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피타고라스는 플라톤의 《국가》를 거론하면서, 음악과 천문학이 수학의 수와 수적 비율과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수(숫자)는 근본적으로 리듬과 음을 지배하기 때문에 음악은 질서정연한 완전체의 부분적 통합을 반영한다. 그래서 음악은 철학과 사회의 영역에서 지향했던 질서의 규칙을 따른다. 초기 그리스 작가들은 음악이 한 인간의 기질, 혹은 존재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특정의 감정 혹은 느낌의 음악은 청자들로 하여금 같은 감정과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생각은 피타고라스의 음악적인 관점에서 유래된 것이다. 음정과 리듬의 시스템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지배하는 수학적 규칙과 관련이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의 영혼이 이러한 규칙적인 시스템에 따른 조화 속에서 지속되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음악은 인간의 영혼에 스며드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음악이 교육적으로 체육과 동등하다고 믿었다. 체육은 육체의 단련을 위한 훈련이라면, 음악은 정신과 마음을 위한 교육이었던 셈이다.
비록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다가갔겠지만, 이러한 음악적 풍습은 오랜 시간 동안 사상의 한 축으로 존재했다. 바로크 시대에는, 작곡가들이 “정동설(doctrine of affections)”을 규정했는데, 정동설은 슬픔, 기쁨, 분노, 사랑, 경이로움, 그리고 흥분과 같은 정서들이 인간 내면에 있는 영혼에서 발현된다는 이론이다. 이 당시 음악은 작곡가의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추구하기보다, 감정이라는 개념이 더 포괄적으로 곡에 녹아들 수 있도록 묘사하는 방법에 더 몰입했다.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의 ‘오라토리오’는 음악과 감정에 관한 고대 그리스와 현대적인 관점을 담고 있다. 이 오케스트라 합창곡은 페르시아의 페르세폴리스에서 열린 알렉산더 대왕과 그의 부인 타이스의 만찬을 묘사했다. 이 만찬에서, 음악가 티모테우스는 노래와 리라를 연주하며 알렉산더 대왕과 초청 손님들에게 다양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티모테우스는 알렉산더 대왕이 전투 중에 전사한 그리스 병사들에 대한 보복으로 도시를 완전히 불타게 했던 사건을 묘사했던 것이다(Chapter 15에서 헨델과 ‘오라토리오’에 관해 더 다룰 것이다).
다시 고대 그리스로 돌아가자. 현재 그리스 음악은 아주 극소수의 작품만이 남아 있다. 그 이유는 이들 음악은 주로 기원전 400~500년에 창작된 것들인데, 이 당시에 음악을 기보(악보에 음표를 작성하는 것)하는 이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으며, 그리스 음악가들이 그들만의 음악적인 지식에 의존하여 연주했고, 그 음악이 소리로만 전해졌거나 고쳐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음악 기보와는 다른 형태로 악보가 그려졌다.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고대 그리스 음악은 <세이킬로스(Seikilos Epitaph)의 비문>(돌에 새겨진 악보와 가사이다)과 합창곡인 에우리피데스의 <오레스테스(Orestes)>(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스파르타의 왕)이다. 잘 알다시피, 에우리피데스의 <오레스테스>는 그리스 비극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오레스테스의 아버지인 아가멤논과 간통을 한 이유로 어머니를 죽인 오레스테스에 대한 자비를 신에게 구하는 아르고스의 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 우리가 고대 그리스 음악에 대해 약간이나마 안다고 하지만, 사실 고대 로마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악기 사진과 음악에 관한 논문 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고대 로마시대에 쓰인 악보들은 단 한 장도 남아 있지 않다. 로마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 음악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음악이 공적인 행사에서 아주 커다란 역할을 했으며, 기원전 1~2세기에 그리스 예술과 문화가 로마로 많이 유입되었다. 황제 네로를 포함한 많은 통치자들이 음악의 열렬한 후원자들이었다. 특히 황제 네로는 스스로 음악가라고 칭하면서 음악 콩쿠르에 참가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로마시대 음악이 음악사의 발전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확인하기가 어렵다.
고대시대의 음악이 우리랑 아무리 거리가 멀다고 해도,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 우선 그 당시 음악은 주로 리듬과 가사를 많이 강조한 선율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편, 음악 기보가 체계적이지 않았으며, 음악가들이 암보(악보를 외우는 것)나 혹은 관습에 따른 이론에만 의지했다. 그리고 음악은 과학과 직접적으로 연관성을 갖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음악이 우주의 본질로서 자연계와 인간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믿었던 피타고라스와 다른 철학자들에 의해 음악이론이 만들어졌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고대 그리스 음악은 음악의 기초 발전에 상당하게 기여했다.
중세시대를 주도했던 사회기관은 당연히 교회다. 교회의 역사는 중세 유럽의 역사와 떼려야 땔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중세음악의 특징은 교회를 기반으로 표기부터 다성음악의 시작과 발전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회 음악은 중세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기에 후손들에게 있어 가장 잘 보존된 형태로 전승된 음악이다. 기독교가 유대교의 한 종파로서 출발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회 전통음악은 유대교의 전통음악에서 유래했다.
대표적인 교회 음악이 성경의 시편에 나오는 성가 혹은 찬송가를 부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영창(성가)은 유대교의 시너고그(Synagogue, 유대교 희당)에서 가장 흔히 나오는 것이고, 역시 기독교 교회에서도 그레고리안 성가로 알려진 찬송가의 다양한 형태를 찾을 수 있다. 신학적인(그리고 정치적인) 분열은 의식, 예배식, 그리고 교회력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으며, 교회의 분열은 그레고리안, 비잔틴, 암브로시오 전례 그리고 고대 로마 성가와 같은 다양한 어조의 찬송가들을 등장하게 하였다. 오늘날 정통파라 할 수 있는 비잔틴 교회는 찬송가를 전례 의식에 포함하여 거행하였다. 성가의 선율은 성경구절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특히 찬송가와 시편이 이러한 선율에 바탕을 두고 있다. 비잔틴 교회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찬송가들은 10세기 초기에 기보가 되었고, 대부분의 많은 성가들이 아직도 그리스 정교회 예배식에 사용되고 있다.
서방 교회에서 로마 외 가장 중요한 종교적인, 그리고 음악적인 중심지는 밀라노였다. 북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발전된 성가와 노래는 후에 성 암브로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암브로시오 성가가 되었다. 성 암브로스는 374~397년 사이 밀라노의 주교였다. 많은 탄압에도 불구하고 암브로시오 예배식과 찬송가는 오늘날까지 밀라노에 존재하며, 로마 성가의 특징을 여전히 보존하고 있다.
그레고리안 성가는 프랑크족의 왕과 고대 로마의 지도부 들로 인해 예배식, 그리고 음악의 한 레퍼토리로 편성되었다. 스콜라 칸토룸(Schola Cantorum)이라 불리는 교황의 성가대가 7세기 후반 성가의 방식을 표준화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교황이 예배를 주도할 때마다 항상 합창단이 대동되어 노래를 불렀다. 프랑크 왕국도 로마 교회의 예배식과 음악을 주도하면서 성가를 견고하게 다졌다. 당연히 프랑크 사람들도 음악에 그들만의 변화를 추가함으로써 이 전례음악에 상당히 기여하였다.
이 프랑크-로마 사람들의 콜라보레이션은 성가를 표준화하였고 후세에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590~604)의 이름 따서 불려지게 되었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는 서방 교회의 창시자로 칭송 받는 인물로 스콜라 칸토룸을 구축하면서 음악사적으로 그레고리안 성가를 단단히 굳건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는 가장 부당한 평가를 받은 인물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의 성가가 그에게 비둘기의 형상을 띤 성령으로 나타났다고 폄훼받기도 했다. 그는 성가를 받아 쓰고 보존까지 하였는데도 말이다.
샤를마뉴 대제와 그의 후계자들이 그레고리안 성가를 널리 퍼트렸고, 그런 계기로 교회 음악은 대부분의 교회를 통합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12세기까지 살아 남은 성가의 마지막 레퍼토리는 바로 고대 로마 성가였다. 다시 말해, 도시 로마의 성가이다. 그레고리안 성가와 같은 예배식과 가사를 사용했지만 고대 로마 성가는 조금 더 화려한 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레고리안 성가가 고대 로마 성가를 탄생시켰는지 혹은 고대 로마 성가가 그레고리안 성가를 탄생시켰는지에 대해선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중세시대 예배 음악에 대한 저서들이 아직 남았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중세시대 음악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은 음악 기보의 발명이었다. 이전까지 그 어떠한 체계적인 기보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8세기로마 예배식의 문구는 종이로 쓰였다고 해도, 그것에 동반하는 멜로디는 단순히 구전되어 내려오는 게 현실이었다. 이 선율들이 아직까지 보존되고 전해져 내려오는 방식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 중이다. 물론 자주 불렸던 노래들은 세대 간 그대로 전해졌지만, 논란이 되는 부분은 흔하게 불리지 않았던 노래들에 관한 것이다. 같은 곡이라 하여도 다양한 변주들이 등장하였고, 관습적인 허용 범위 내에서 즉흥 연주로 탄생되었다고 추정된다. 그 노래들이 단지 노래를 부른 사람, 그리고 들은 청중들의 기억으로만 전해 내려오는 이상, 그 과정에서 개개인마다 변형과 오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논쟁에 대한 해결책은 음악 기보밖에 없었다. 음악 기보는 문자 그대로, 음을 받아 적는 것을 뜻한다.
초기 기보법은 “네우마(neumes)”라 불리는 조그마한 기호를 적어 넣는 것이었다. 네우마는 라틴어의 ‘neuma’가 어원으로 표시, 혹은 표현이란 뜻을 담고 있다. 음높이에 따른 부호를 이용하여 멜로디의 상승과 하강 등을 나타낼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린 11세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람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라는 인물이다. 귀도 다레초는 이탈리아의 수도사로, 수평으로 된 선들과 그 선들 사이에 일정한 공간을 둠으로써 음높이를 나타낼 수 있는 기보 시스템을 고안했는데,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오선보 기보 체계가 여기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당시 귀도 다레초는 자신이 창안한 기보법에 있어서 단 하나의 고민거리를 품고 있었다. 오직 음정만 기보를 할 수 있고, 음길이를 기보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잠시 시간의 흐름을 800년 앞당기겠다. 프랑스의 솔렘에 있는 베네딕트회 수도원에서 현대판 성가곡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1903년 로마 교황 비우 10세에 의해 공식 바티칸 출간물로서 공표되었다. 솔렘 수도원에서 발행된 출간물은 많은 점과 기호 들을 넣어 음길이를 나타낼 수 있었지만, 여전히 당시의 음악 기보에 대한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었다. 찬송가 기보는 아직도 비교적으로 각 음높이(보통 2성에서 3성으로)를 동일한 리듬으로 기보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것은 800년 동안 표준이 되었다. 모든 성가들은 8개의 교회 선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교회 선법은 성가의 특징을 나타낼 수 있는 중요한 음계이다. 교회 선법은 성가의 가장 중요한 음, 그리고 선율의 가장 마지막 음, 성가의 범위와 낭송음을 알려주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여기서 말하는 낭송음은 그 선법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음이며, 보통 성가를 부를 때 강조되는 음, 그리고 시편을 낭송할 때 사용되는 음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찬송가를 노래하는 방법은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귀도 다레초는 온음, 반음 체계를 교회 선법에 적극 도입하였고, ut(도), re(레), mi(미), fa(파), sol(솔), la(라) 라고 발음을 하는 6개의 음계 이름을 고안하였다. 익숙하지 않은가?
이것은 오늘날 현대의 음악 교육 시스템(solfege)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에서 많이 들었던 도-레-미-송이 바로 그것이다. 귀도 다레초의 제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가수들이 시창을 할 수 있게 “귀도 다레초의 손”이라는 하나의 교육 체계를 만들었다. 지도자는 왼손에 있는 각 마디를 가리키며 마디마다 쓰인 12음을 가르침으로써 음정 교육을 가능하게 하였다. 전례음악의 체계화에서 선율의 편곡법 발전, 그리고 노래를 직접 부르기 위한 음악 교육 시스템으로의 발전까지, 중세시대는 서양 음악사에 있어 음악 기보법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역사적으로 교회가 작곡에 있어서 중요한 수단이었다면, 미사는 여러 가지 이유로 로마 교회예배의 가장 중요한 의식 중 하나였다. 로마 교회에서 미사는 중세와 오늘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종교의식을 거행하는 수단이었다. 미사는 두 개의 예배의식으로 나뉜다. 바로 말(말씀) 예배와 성찬 예배가 그것이다. 말씀 예배를 하는 동안에는 구약과 신약 복음서를 읽고 숙고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성찬 예배 시간에는 사제들이 빵과 와인을 봉헌하고 예수의 몸(빵)과 피(와인)를 먹으면서 최후의 만찬을 했던 예수를 재현하면서 경배한다(빵과 포도주를 성찬식에서 신에게 올렸다).
모든 교회는 매주 일요일, 그리고 특별한 축일에 미사를 거행하고 있다(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 가장 중요한 축일들이다). 수도원과 수녀원, 그리고 중요 대성당 들에서는 늘 성찬 미사를 올리고 있다. 미사는 1500년 동안 중요한 장르로서 여겨지기 때문에, 음악을 공부한다면 미사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배의식에 실질적으로 쓰인 음악이든 혹은 종교적으로 쓰이지 않았던 음악이든, 미사에 쓰인 가사들은 많은 음악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미사에 쓰인 가사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 두 가지 모두 말(말씀) 예배와 성찬 예배에 사용되었다.
첫 번째는 미사통상문(the Mass Ordinary)이다. 미사를 거행할 때마다 매번 똑같이 쓰이는 것들이다. 자비송(키리에, Kyrie), 대영광송(글로리아, Gloria), 사도신경(크레도, Credo), 상투스(Sanctus), 하느님의 어린 양(아뉴스데이, Agnus Dei).
두 번째는 미사고유문(the Mass Proper)이다. 교회 달력에 따라, 즉 절기에 따라 변하는 모든 가사들을 말한다(각각 미사에 쓰이는 가사 들이 제각각이다). 입당송(Introit), 사도서간(Epistle), 승계송(Gradual), 알렐루야(Alleluia), 부속가(Sequence), 봉헌송(Offertory), 영성체송(Communion).
이러한 종교음악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미사통상문이 하는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첫 번째로, 자비송(키리에, Kyrie - 라틴어가 아닌 그리스어가 어원이다!)은 미사곡에 첫 순서로세 번을 반복하여 부른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이 세 가지 미사통상문은 종교 음악에서 삼위일체, 즉 성부-성자-성령의 신을 부를 때 아주 흔하게 사용되는 구절이다.
대영광송(글로리아, Gloria)의 가사는 삼위일체 신의 영광을 찬미하는 것을 다룬다. 대림절과 사순절을 제외하고 모든 축일과 주일 예배 때마다 대영광송을 부른다. 사도신경(크레도, Credo - 라틴어의 creed가 어원이다)은 기독교 교리에 있는 신앙고백 기도문을 이야기한다. 예수의 고통, 죽음 그리고 부활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교리의 중심이다. 사도신경을 미사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지만, 니케아 신경에서 가장 많이 음악이 사용된다. 두 가지는 매우 비슷하다.
상투스(Sanctus - 유일하게 명사가 아니기 때문에 명사형으로 제목을 붙일 수 없다)에는 사제들이 함께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온누리의 주 하느님”을 외치며 신의 거룩함을 찬미한다.
하느님의 어린 양(아뉴스데이, Agnus Dei)는 앞 순서인 자비송(Kyrie)과 같이 세 번을 반복하여 외친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2번을 반복),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미사통상문의 각 파트별로 전부 멜로디가 입혀져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가지 방법들 중 하나로 이야기하자면 사도신경과 대 영광송은 전형적으로 “음절 성가(syllabic chants)”이다. 각 음절마다 하나의 음 혹은 네우마에 맞게 놓인 방식을 이야기한다. 두 개의 가사 모두 길이가 꽤 길다보니, 그 길이에 맞는 음절 처리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상투스와 하나님의 어린양은 비교적 가사가 짧다보니 “네우마 성가(neumatic chants)”로 많이 쓰였다. 1개에서 6개의 음들이 하나의 음절에 맞춰 놓인 방식을 말한다. 짧은 여섯 글자의 가사로 되어 있는 자비송은 꽤 화려하고 멜리스마 성가, 즉 하나의 음절을 상대적으로 긴 선율적인 악절로 되어 있다.
다음 1000년 동안 음악의 발전에 있어서 성가의 중요성은 절대로 과소평가 될 수 없다. 성가는 9세기에서 16세기까지의 다성음악의 기초 기능을 담당했으며, 많은 음악가들에 의해 종교개혁 동안 찬송가와 코랄의 기초가 되었으며, 더 나아가 20세기를 포함한 음악 작곡(종교음악과 세속음악 모두)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1050년과 1300년 사이, 고딕이라는 새로운 건축양식이 교회와 성당을 건설하는 데 도입되었다. 이 양식은 화려한 외관, 탑, 첨탑, 스테인드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