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개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
자기 일생을 노예 해방에 바쳤던 에이브러햄 링컨. 그는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특별한 긍휼의 마음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링컨은 가난한 개척민의 아들로 태어나 미합중국의 존경받는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핍박받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애통해하며 기도했다.
흑인 노예를 해방시킨 대통령이라는 수식어 뒤에는 하나님 앞에 무릎 꿇으며 눈물로 기도하는 그가 있었다. 이런 그에게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은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더없이 부어주셨다. 그래서 그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유명한 말을 남길 정도로 자신에게 맡겨주신 국민들을 지극히 사랑했다.
링컨은 나라 일로 바쁘고 힘든 중에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정까지도 외면하지 않았다. 다섯 아들을 전쟁터에 내보내 아들을 모두 잃은 어느 과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손수 편지를 써서 위로했을 정도였다. 이런 그였기에 그는 미국의 대통령일 뿐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여 온 세계에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지은이 오병학
지은이 오병학 총회신학교를 졸업했다. 한국크리스천문학협회 회원이며 푸른성서연구회를 인도하면서 많은 저서를 집필했다. 4년간 극동방송국에서 설교를 담당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규장 신앙위인 북스〉, 〈동화만화 시리즈〉가 있으며, 번역서로는 《그리스도인을 본받아》, 《어거스틴의 참회록》 등이 있다.
저자의 말
믿음과 신앙과 인격의 사람, 링컨
에이브러햄 링컨은 가난한 개척민의 통나무집에서 태어났다. 정규 학교 교육도 겨우 1년 정도 받았다. 무수한 실패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링컨의 삶에서 빛나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직위만이 아니다. 그의 훌륭한 인격, 누구보다도 뛰어난 인격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역사에 남는 인물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링컨은 진실하고 성실했다. 사람의 생명을 자기 몸보다 더 아끼고 사랑했으며, 남을 위하는 일이라면 자기 목숨 버리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링컨의 인격과 정신과 행동은 모두 하나님을 믿는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어떤 어려움을 만날 때면 반드시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제발 도와주세요. 당신께서 돌봐주시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 출현했던 정치가들 가운데 링컨만큼 큰 사람은 없었다. 그동안 알렉산더, 프리드리히 대왕, 나폴레옹, 글래드스턴 그리고 워싱턴 같은 사람들을 위대하다고 말해왔지만, 인격의 크기로 말하면 링컨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사람들이다. 링컨이야말로 온 인류가 자랑할 만한 인물인 것이다. 그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지닌 사람이었고, 풍부한 사랑을 가진 성자였다. 그러기에 그의 이름은 오고가는 세대를 통해 수천 년 동안 길이 기억될 것이다.”
지금도 링컨은 온 세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전설적인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그에 대한 책만 해도 지금까지 5천 종류가 넘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렇다. 링컨의 위대한 점은 후에 대통령이 되었다는 데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누구도 따를 수 없었던 훌륭한 인격에 있었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도 그런 그의 인격을 배울 수 있기 바란다.
오병학
Chapter 01
신대륙의 개척자들
미국 켄터키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루이빌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쪽으로 약 한 시간쯤 달리다 보면 ‘멀드라프 고개’라고 불리는 산봉우리가 앞을 가로막는다. 매우 높고 가파르며 험준한 비탈길이다. 그 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봉우리를 넘고 나면 앞이 탁 트인 넓은 들판이 펼쳐지는데, 그 아래로는 ‘호젠빌’이라는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이 마을 한가운데에는 지금도 링컨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호젠빌에서 다시 벌판 쪽으로 약 4킬로미터쯤 더 가면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는 통나무집 한 채가 있는데, 바로 이 집에서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 태어났다.
가로 세로가 5.5미터, 4.8미터 가량에 문도 창도 하나뿐인 통나무집이 으리으리한 대리석 건물 안에 잘 보존되어 있다. 1916년에 완공한 대리석 건물에는 많은 돈과 뛰어난 기술자들의 땀이 담겨 있다. 보잘것없는 통나무집 하나를 가꾸고 보존하기 위해서 엄청난 투자가 된 것이다. 그만큼 링컨은 미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지금은 현대적인 농촌으로 잘 가꾸어져 있지만, 링컨 당시만 해도 이 지역은 끝없이 펼쳐진 넓은 들판에 수천 년 전부터 뿌리박고 자라온 아름드리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그러다가 동부에서 옮겨온 사람들이 여기저기에다 통나무로 집을 짓고 거친 땅을 개척하면서 새로운 생활의 터전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링컨의 아버지 토머스 역시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로서, 땅을 개간하는 한편 목수 일을 하면서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갔다. 당시 링컨의 가족이 살고 있던,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는 링컨의 생가는 아버지 토머스가 손수 만든 것이다.
링컨이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 토머스는 밭일을 거들어주는 아들 에이브에게 조상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곤 했다. 에이브는 에이브러햄의 애칭이다.
“우리 조상은 영국 사람이었어. 직물을 짜면서 살았던 우리 몇 대의 할아버지인 사무엘 링컨이 영국에서 이곳 신대륙 매사추세츠 주 힝엄으로 건너와 살게 된 것은 1637년의 일이란다.”
“정말요?”
“응. 그 후 할아버지의 자손들이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등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살다가, 바로 네 할아버지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1782년에 이곳 켄터키로 와서 정착하셨지.”
어린 링컨의 눈이 빛났다.
“제 이름과 할아버지의 이름이 같아요. 둘 다 ‘에이브러햄 링컨’이잖아요.”
아들의 말에 토머스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할아버지 이름을 그대로 따서 네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에이브러햄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과 같은 이름이란다. 너도 아브라함처럼 굳센 믿음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따온 이름이지.”
“와, 정말 멋진 이름이네요! 그럼 나도 반드시 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
에이브는 당장이라도 자기가 훌륭한 사람이 된 것처럼 기뻐했다. 그들 가정은 재산가도 명문가도 아니었지만 신앙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했다. 아버지 토머스와 어머니 낸시는 아들이 구약의 아브라함처럼 큰 복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그의 믿음을 본받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마음이 에이브러햄이라는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에이브가 다시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럼 아버지는 어디에서 태어났어요?”
“버지니아 주의 로킹엄에서 태어났단다.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아들 셋과 딸 셋, 6남매를 낳으셨지.”
아버지는 마치 어린 시절을 회상하듯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할아버지는 켄터키 주에 기름진 땅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이리로 옮기셨어. 그 소문은 사실이었지. 그래서 이사한 후에는 살림도 훨씬 나아졌고.”
“아, 그랬구나.”
아들이 귀를 기울여 열심히 듣자, 토머스는 아예 일손을 멈추고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주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이사하고 나서 2년쯤 지났을 때, 그러니까 내가 일곱 살 되던 해 어느 날이었지.”
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먼저 크게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러자 에이브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슨 나쁜 일이 있었나요?”
“응. 나쁜 일이지. 나는 네 할아버지와 함께 밭에서 옥수수 씨앗을 심고 있었는데, 갑자기 네 할아버지가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밭고랑 사이로 쓰러지셨어.”
“갑자기 어디가 아프시기라도 한 거예요?”
“깜짝 놀란 내가 정신없이 다가가서 쓰러진 할아버지를 부둥켜안았는데, 어린아이의 힘으로 쓰러진 어른을 일으키는 게 어디 보통 일이니. 힘에 부쳐 나도 그만 함께 넘어지고 말았단다. 그러면서 할아버지 등에 화살이 깊이 박힌 것을 발견했어.”
에이브는 등에 박힌 화살을 보기라도 한 듯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고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누가 할아버지한테 화살을 쏘았어요?”
“나도 그 화살이 어디에서 날아온 것인지 찾으려고 고개를 들고 사방을 살피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또 ‘탕’ 하고 총소리가 들리더니 높다란 바위에서 인디언 한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아래로 굴러 떨어지더구나.”
“그럼 그 인디언이 할아버지한테 화살을 쏜 거예요?”
“응. 그렇단다.”
“그러면 그 인디언에게 총을 쏜 사람은 또 누구였어요?”
아버지는 실감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총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니, 수풀 사이로 막 총을 쏘고 일어서는 네 큰아버지 모습이 보이더구나.”
“그러니까 할아버지는 인디언의 화살에 맞아 돌아가시고, 그 인디언은 큰아버지의 총에 맞아 죽은 거예요?”
“그래. 큰형, 그러니까 네 큰아버지가 집에서 나오다가 우연히 인디언 하나가 우리 쪽으로 화살을 겨누고 다가서는 것을 본 거야. 그러고는 재빨리 집으로 들어가 총을 가지고 나와 인디언을 겨냥하고 쐈는데, 안타깝게도 그 인디언보다 조금 늦고 말았지.”
에이브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아버지에게 물었다.
“혹시 할아버지가 그 인디언에게 나쁜 짓을 했나요? 그래서 화살을 맞은 거예요?”
“그건 아니야.”
아버지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무렵 켄터키 주는 황무지였는데, 땅이 기름지다는 소문 때문에 개척민들이 많이 몰려들었어. 네 할아버지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였고. 그러다보니 개척민들 때문에 그곳에서 밀려난 인디언들이 개척민들을 습격하곤 했어. 네 할아버지를 공격한 인디언도 마찬가지였고.”
“그렇군요. 아버지는 그때 다치지 않았어요?”
“응. 그때는 다치지 않았지만 나도 큰일이 날 뻔했지. 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그해에 인디언한테 붙잡혔거든. 하마터면 끌려가서 죽을 뻔했는데, 그때도 네 큰아버지가 나를 발견하고 달려와서 나를 구해주었단다.”
“정말 큰일날 뻔했네요.”
“그럼, 아슬아슬했지. 그때는 인디언들에게 죽은 개척민들도 많았고, 반대로 개척민들에게 죽은 인디언들도 굉장히 많았어.”
18세기 말 아메리카 신대륙에서는 개척자들과 인디언들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한편은 땅을 빼앗기 위해, 다른 한편은 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싸웠다. 그 시기에 링컨의 할아버지는 무참히 죽고 말았다.
에이브는 무시무시한 전쟁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아서 몸이 으스스 떨리기까지 했다. 토머스는 겁을 먹은 아들을 품에 안고는 이어서 가족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버지를 일찍 잃은 토머스는 어려서부터 형제들과 함께 직접 농사일을 해야 했다. 그 후 형제들마저 뿔뿔이 흩어지고 나자 그는 남의 집에서 일을 해주며 생계를 꾸려나갔고, 목수의 조수로 일하면서 목수 일을 배워 돈을 벌기도 했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톰’이라고 불렀다. 톰은 건강했고 어렸을 적부터 햇볕에 많이 그을려 있었다. 피부가 검은 데다 생긴 모습도 우락부락했지만 남이 어려움을 당하면 곧장 달려가서 서슴지 않고 도와주는, 인정 많고 의리가 강한 젊은이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어려서부터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글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글이라고는 자기 주소와 이름만 겨우 쓸 정도였다. 글을 모르는 것이 비단 토머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개척민들 중에서 제대로 글을 배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교육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잣집 아이가 아니면 정규 교육을 받기가 어려웠다. 토머스 역시 그런 개척민 중의 하나였다.
토머스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그는 옛날처럼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목수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밀크리크(Mill Creek)이라는 곳에 가서 얼마쯤의 땅을 산 다음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 개척민들의 생활이란 참으로 어렵고 힘든 것이었다. 부지런히 일만 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피땀 흘려 땅을 일구고 씨를 뿌려 놓아도 여름 동안 가뭄이 계속되어 비가 내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다 말라붙고 불타버렸다. 또 어떤 해에는 그와 반대로 홍수가 나서 논밭을 모조리 쓸어가버리기도 했다. 또 어떤 때는 농사가 잘되어 ‘이만하면 됐구나’ 하고서 안심하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산짐승들이 몰려와서 하룻밤 사이에 농사를 다 망쳐버리는 일도 많았다. 이런 재난들은 개척민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인디언들과의 다툼도 계속되었기 때문에, 하루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게 되므로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이것이 개척민의 생활이었다. 그러다보니 토머스는 늦게까지 결혼도 하지 못한 채 그날그날의 일상에 쫓기고 있었다.
토머스가 농사를 짓고 살던 같은 마을에 스패로 씨 부부도 함께 살았는데, 그들에게는 자녀가 많았다. 토머스는 스패로 씨 부부와 친하게 지냈다. 그들 부부는 토머스의 됨됨이를 좋아했고, 그를 믿음직한 사람으로 여기며 무척 아꼈다.
그 집의 큰딸 낸시는 동생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났다. 낸시는 스패로 부인이 스패로 씨와 결혼하기 전, 곧 전 남편과이 사이에서 낳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스패로 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이나 낸시나 차별 구별 없이 사이좋게 다들 잘 지냈다. 하지만 낸시의 얼굴 한구석엔 항상 슬픈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래서 토머스는 그녀를 안쓰럽게 생각하고 가깝게 지내며 잘 돌보아주었고, 그러면서 자신의 쓸쓸함을 달래기도 했다. 낸시도 부지런한 토머스를 좋아했다.
토머스는 자기의 이야기에 푹 빠져든 채 아들에게 계속 이야기해주었다. 한참 듣던 에이브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입가에 큰 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 낸시 아가씨가 바로 어머니죠?”
“허허, 너도 눈치가 꽤 빠르구나. 그렇단다. 그 낸시 아가씨가 바로 네 엄마야.”
토머스는 대견하다는 듯이 어린 에이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이브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럼 결혼은 언제 한 거예요?”
“우린 1809년 6월 12일에 결혼했어. 그때 나는 스물여덟 살이었고 네 엄마는 스물세 살이었지. 사귄 지 오랜 후에 결혼했단다.”
토머스는 링컨에게 그 후의 이야기도 자세히 들려주었다.
링컨의 부모, 조부모의 이야기는 별로 대단한 것이 없었다. 너무 평범했다. 링컨의 부모가 부지런했기 때문에 훗날 생활이 약간 넉넉해지긴 했지만, 가난한 데다 배운 것 없는 노동자였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아버지는 겨우 자기 이름 정도만 쓸 줄 알았고, 어머니 낸시 역시 성경을 더듬더듬 읽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부모님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물려받았다. 많은 재산이나 수준 높은 교육만이 유산의 전부는 아니다. 추위나 굶주림 그리고 그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 인디언과 사나운 짐승의 위험 속에서도 꿋꿋이 헤쳐 나갔던 개척자의 정신은 올곧은 그의 부모에게서 배웠다. 이러한 것은 그의 평생을 이끌어간 원동력이 되었다.
Chapter 02
농사꾼의 아들
토머스 링컨은 낸시 행크스와 결혼한 후에도 한동안 농사일을 했다. 농사일은 쉽지 않았다. 자연의 위험과 짐승, 환경의 위협 가운데에서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겨우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독한 술을 마시면서 괴로움을 잊으려는 남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괴로워도 토머스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런 토머스를 두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쳇, 저 녀석은 무슨 재미로 살지?”
“그러게. 속상하고 힘들 땐 술 한 잔으로 잊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생활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토머스는 묵묵히 일만 해나갔다.
그러다가 얼마 후, 그는 더 이상 아내를 고생시키지 않겠다며 밀크리크에 있는 땅을 모두 팔고는 엘리자베스 타운이라는, 보다 큰 곳으로 옮겨간 후 다시 목수 일을 시작했다.
낸시는 비록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이해력과 기억력이 뛰어났다. 게다가 마음씨가 곱고 믿음이 깊었다. 토머스는 그런 아내를 무척 사랑하고 아껴주었다. 그로부터 1년쯤 지나서 첫 아이가 태어났다. 딸이었는데 이름을 ‘세라’라고 지었다.
그즈음 토머스는 사람이 많은 번화한 곳에서 사는 일에 싫증을 느꼈다. 사람이 많고 번잡한 것이 그의 성격과 맞지 않은 데다 얼마 전에는 어떤 사람에게 속아 많은 돈을 잃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엘리자베스 타운이 자신의 가족이 살아가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얼마 후 토머스는 곧 엘리자베스 타운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30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는 호젠빌이라는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넓은 벌판에 있는 땅을 얼마쯤 사서 그리로 옮겨갔다. 그는 거기서 다시 농사일을 시작하려 했다.
토머스는 호젠빌 벌판에다 방이 하나인 통나무집을 지었다. 이런 통나무집은 그때의 개척지 사람들이 흔히 짓던 집이었다. 통나무집은 대개가 사방으로 5미터쯤씩 되는 크기였고, 출입문과 창문은 각각 하나씩이었으며, 바닥은 판자를 깔지 않은 흙바닥이었다. 그리고 한편에 진흙을 이겨 벽난로를 만들어 집 안을 따뜻하게 했고, 그 곁으로 짐승의 털을 깐 침대를 놓고서 살았다. 토머스가 지은 집 역시 이런 통나무집이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이 통나무집에서 태어났다. 1809년 2월 12일 새벽이었다. 어린 세라가 태어난 동생을 들여다보고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기뻐한 사람은 아버지 토머스와 어머니 낸시였다.
토머스는 곧 무릎을 꿇고서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하나님은 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들을 낳은 후 낸시가 토머스에게 물었다.
“여보, 우리 아기 이름을 뭐라고 부를까요?”
“음….”
토머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아, ‘에이브러햄’이 어떻겠소? ‘에이브러햄 링컨’, 이 애 할아버지의 이름이지.”
“정말 좋아요.”
낸시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에이브러햄(아브라함)은 내가 성경에 나오는 인물 가운데 가장 존경하는 신앙의 조상이에요.”
“우리 아기는 장차 큰 사람이 될 거야. 이 얼굴 좀 봐, 얼마나 대장부다워!”
아기의 이름은 ‘에이브러햄 링컨’으로 지어졌고,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줄여서 ‘에이브’라고 불렀다.
토머스는 거기에서 아들을 얻었지만 농사일은 잘되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땅 같았는데 실상은 습기가 많고 땅도 몹시 척박해 도무지 곡식이 자라지 않았다. 게다가 근처에는 다른 사람의 집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마치 아무도 없는 외딴 섬에 혼자 사는 것처럼 느껴져 무척 쓸쓸했다.
호젠빌의 통나무집에서 2년 정도 지내던 토머스는 더 이상 그곳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호젠빌로부터 동북쪽으로 약 16킬로미터쯤 떨어진 노브크리크에 새로 땅을 마련해 이사했다. 1811년 봄, 에이브가 두 살 때였다.
그곳은 조그마한 강의 상류지역이었다. 토머스는 이곳에다가도 나무들을 잘라다 직접 통나무집을 만들었다. 호젠빌의 집과 똑같은 집이었다. 그는 집을 다 지은 후 그의 연장들은 바깥 처마에 나란히 걸어두었다.
“이곳은 호젠빌 들판보다 땅이 기름진 것 같아. 이만하면 농사는 괜찮겠어.”
남편의 말에 낸시가 답했다.
“아무렴요. 하나님이 우리를 도우실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긴 이웃 사람들이 많아서 좋아요.”
짐작한 대로 정말 농사는 제법 잘되어 많은 수확을 얻었다.
그렇게 2년쯤 지나자 살림이 조금씩 넉넉해졌다. 다만 강의 상류이다보니 장마 때면 홍수가 나서 강이 넘치는 일도 있었다. 한번은 홍수가 났을 때 어린 에이브가 강물에 휩쓸려갈 뻔했다. 다행히 함께 놀던 한 소년이 에이브를 구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브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아버지를 도와 일을 하느라 바쁜 어머니 대신 누나인 세라가 그를 돌보아주었다. 세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에이브를 잘 챙기고 돌보아주어, 에이브는 아버지와 어머니보다도 오히려 세라를 더 잘 따랐다.
세라는 어린 에이브를 돌보는 일 외에도 낸시를 도와 소젖을 짜는 일, 풀을 베어 나르는 일, 밥을 짓고 빨래하는 일 등도 거들었다. 세라는 어머니를 닮아 부지런했다. 세라가 일을 할 때면 어린 에이브도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도와주는 시늉을 하곤 했다. 세라는 그런 에이브의 모습을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는 요즘처럼 어린이들을 위한 먹을 것이나 장난감 같은 게 없었기 때문에, 어린 에이브는 일하느라 바쁜 부모님과 누나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더욱 누나인 세라를 따랐다.
그러다 어느 날, 에이브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신기한 구경거리를 발견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개척자들의 포장마차가 그의 통나무집 옆으로 지나가곤 했던 것이다.
“이랴, 이랴!”
마부가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말들은 딸랑거리는 방울소리를 크게 울리면서 흔들거리는 포장마차를 끌고 신나게 달렸다. 포장마차를 처음 본 에이브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저 사람들은 마차를 타고 어디로 가는 거예요?”
낸시는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저 사람들은 넓은 들판이 있는 서쪽으로 땅으로 가는 거야.”
“거기에는 왜 가는데요?”
“새로운 땅을 개척하기 위해서지.”
“그럼 거기에는 아무도 살지 않나요?”
“그렇진 않아. 거기에는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단다. 하지만 그들은 땅을 기름지게 가꾸어서 농사짓는 법을 몰라. 그래서 개척민들이 서쪽 땅으로 몰려가는 거야.”
“저 사람들이 개척민인가요?”
“응.”
“나도 저 마차를 타고 한번 가보고 싶어요.”
“에이브, 우리가 서쪽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우리도 여기까지 온 개척민이란다. 넌 개척민의 아들이고.”
“아, 그렇구나.”
그런 후로 집 옆을 지나가는 포장마차를 구경하는 것이 에이브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포장마차 안에는 대개 사람들이 타고 있었지만 더러는 짐만 실은 것도 있었다. 어떤 마차는 짐을 산더미처럼 싣고 가기도 했다.
어린 에이브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은 저녁이었다. 온 가족이 집에 모이는 시간이기도 했고, 통나무집 옆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어머니한테 성경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낸시는 비록 성경을 더듬더듬 읽기는 했지만 틈이 나는 대로 성경을 읽었다. 그러고는 조용한 때에 세라와 에이브를 앉혀 놓고서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머니, 어제 들었던 이야기 다음에도 어서 들려주세요. 네?”
“어제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다윗이 숨어 있던 굴속으로 사울 왕이 들어갔다는 데까지요.”
“그래 맞아, 거기까지 했었지.”
낸시는 큰 숨을 들이쉰 후 아이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울 왕은 그 굴속에 자기가 죽이려고 하던 다윗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사울 왕은 겁 없이 성큼성큼 걸어서 굴속으로 들어갔지. 자기를 까닭 없이 죽이려던 원수가 자기 발로 걸어 들어왔으니, 다윗에게는 복수하기 좋은 기회였단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다윗이 사울을 해쳤나요?”
세라와 에이브는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듯이 낸시에게 이야기를 재촉했다. 낸시는 아이들을 돌아보며 다정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었다.
“다윗은 사울을 해치지 않았어. 자기 허리에 칼을 차고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옆에 있던 부하들은 지금 가서 사울을 없애자고 계속해서 졸랐지. 바로 지금이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면서 말이야. 그래도 다윗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 그는 하나님이 세운 왕을 사람이 마음대로 해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단다.”
“그럼 어떻게 했나요?”
“자,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한 이야기니까 더 잘 들어야 해. 알겠지?”
“네. 그러니까 어서 계속해주세요.”
“그래서 다윗은….”
성경 이야기는 늘 이런 식으로 이어졌다. 한 가지 이야기가 끝날 때면 그 안에 담긴 귀중한 뜻도 꼭 일러주었다. 다윗의 이야기를 다 들려주고 난 후에 낸시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다윗은 마음이 참 큰 사람이야. 자기를 죽이려는 원수도 해치지 않고 살려보냈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