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o? Logisch! Nützliche Erkenntnisse der Alltagspsychologie
by Volker Kitz, Manuel Tusch (Auth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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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심리학의 핵심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다. 우리는 소중한 시간을 아주 다양한 일에 쓰면서도 이 질문만큼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그 어떤 문제보다도 우리에게 절박한 질문임에도 말이다. 더불어 심리학은 우리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가르쳐준다. 이런 지식은 우리에게 아주 실용적이다. 이런 마음의 법칙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있는 사람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더 유리하다.
심리학이 가르쳐주는 몇 가지 요령을 터득하면 우리의 일상은 한결 더 편안하고 성공적일 수 있다. 이런 요령을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쓰든, 아니면 모두를 위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쓰든, 그것은 오로지 여러분이 결정할 일이다. 두 가지 모두 가능하다.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는지 안다면, 적어도 자신의 인생을 통제할 수 있다.
이 책은 일상의 심리 정글을 헤쳐 나가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게 틀림없다. 심리학자가 쓰는 말을 배우고 사용하라! 세상을 설명할 수 있으며, 인생의 거의 모든 상황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한 모든 심리학 지식은 일상에 응용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로써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방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부디 당신이 이 책을 즐겁게 읽고 분석하면서 인생에 커다란 도움을 줄 자아 인식을 얻어내길 바란다.
뮌헨과 쾰른에서
폴커 키츠 & 마누엘 투쉬
001
감정을 숨기는 게
습관이 돼버린 당신에게
( 감정 사용법 )
심장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당신의 감정은 얼마나 솔직한가?
기분, 감정, 느낌 등 내면과의 관계에 우리는 얼마나 충실한가? 또, 그게 왜 중요할까?
감정은 남성이냐 여성이냐 하는 차이뿐만 아니라, 나이에 따라서도 달리 취급된다. 우리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된다. 다시 말해서 나 자신과 멀어진다. 어린 시절에는 감정을 아주 잘 알았으나, 나이를 먹으면서 갈수록 ‘무감’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리에서 아무 중년 남자나 잡고 물어보라.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돌아오는 답은 십중팔구 ‘아, 글쎄 마누라가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해서……’ 하는 푸념이다.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는데, 왜 자꾸 아내를 들먹일까?
이런 예는 진솔한 감정과 이른바 ‘가짜 감정’ 사이의 차이를 아주 명쾌하게 정리해준다. 일상생활에서 성인들은 흔히 ‘가짜 감정’으로 무장하는 경향이 있다. ‘내 느낌으로는 네가 내 말을 잘 안 듣는 것 같아.’ ‘오해받은 느낌이야.’ ‘내가 느끼기로는 네가 날 압박하는 것 같아.’ ‘기분에 네가 나를 별로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 이런 게 ‘가짜 감정’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그게 뭐가 문제냐고? 그럼 차근차근 짚어보자.
우리가 쓰는 ‘느낀다’는 말은 사실 가면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자신의 느낌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품은 ‘생각’, 곧 주변 사람들을 보는 자신의 ‘판단’을 표현할 따름이다. 예를 들어 ‘내가 느끼기에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라는 말은 사실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라는 내 머릿속의 생각(판단)이다. 이 말은 다시금 내 안의 깊숙한 곳에 자극, 곧 진솔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어려운가? 조금만 더 나아가보자. 사랑받지 못한다는 판단을 발설한 지금 내 심정은 어떠할까? 서글프고, 비참하고, 무기력하고, 우울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리라.
바로 이런 게 진솔한 감정이다. 그러니까 먼저 확인해둘 점은 감정은 오로지 내 안에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무얼 어떻게 하든 그것은 내 감정이 아니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가 다른 사람이 그랬으리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내 감정이 될 수 없다.
진솔한 감정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강점을 발휘한다. 진솔한 감정은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이기에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내가 진다. 그래야 내 감정 세계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 누구도 나에게서 내 감정을 빼앗을 수 없다. 만일 여자친구에게 “너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하고 말한다면, 그녀는 “무슨 소리야, 난 너를 아주 잘 이해해!” 하고 대꾸할 수 있다. 반대로 “나 실망했어!”라는 말에 그녀가 무어라 할 수 있겠는가? 발로 바닥을 구르며 “아냐, 너는 실망하지 않았어!”라고 외칠까? 이처럼 진솔한 감정은 어디까지나 나의 감정이기 때문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긍정적인 진솔한 감정의 예로는 평안함, 침착함, 행복함, 생동감, 기분 좋은 흥분, 따뜻함, 사랑에 빠짐, 자유로움, 감사함, 낙관적임, 흥미로움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부정적인 진솔한 감정으로는 외로움, 질투, 시기, 배고픔, 탈진감, 멍함, 망설임, 우울함, 놀람, 무기력함, 두려움, 짜증, 변덕스러움 등이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아이가 넘어져서 아픔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를 때, 엄마는 보통 어떻게 반응하는가? 아이에게 달려온 엄마는 ‘괜찮아, 아프지 않아?’라든가, ‘뭐 별로 심하지 않네!’ 혹은 ‘금방 괜찮아질 거야!’ 하고 달래려든다. 그러면 아이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진실한 감정을 숨겨야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어렸을 때부터 진솔한 감정과 멀어지면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이다. 부모는 달래려고 한 말일지라도 이런 표현은 너무 위험하다. 솔직한 감정을 억누르고 주변을 의식하게 만드는 가르침은 심지어 심각한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돕겠다는 선의의 의도가 성장 발달을 가로막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인생의 시작 단계에서 이미 ‘가져야 마땅한 감정’과 ‘갖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은 감정’을 구분해서 배우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의 상식은 ‘갖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은 감정’을 억누르려 한다. 이를테면 우리 사회는 화를 내는 것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취급하고 억압한다. 화를 ‘누군가의 뒤통수를 때리고픈 감정’과 동일시하는 탓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은 성급한 선입견이며, 많은 경우 우리의 진솔한 감정을 가로막는 태도이다. 화는 그저 뱃속에서 부글거리는 것일 뿐이어서 아무도 해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먼저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감지하고, 왜 그런 감정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찾아보고, 내 인격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감정을 무턱대고 몰아내려고만 하면, 무의식에 똬리를 튼 감정은 계속해서 뒷맛을 남기며 우리를 병들게 할 수 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에는 어떤 태도를 갖는 게 적절할까?’ 하는 물음을 두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그 답으로 얻어진 태도를 연습하자. 그동안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임을 깨달았다.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우리는 감정의 바다를 조화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
틀에 박힌 서랍 정리식 생각을 떨쳐버리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인정하며 ‘좋음’ 대 ‘나쁨’이라는 흑백논리를 삼간다면,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도 ‘멍청한 울보’라거나 ‘인디언은 아프다는 소리를 안 해’ 따위의 터무니없는 말을 듣지 않게 되리라. 무릇 남자는 강해야 하며, 여자는 얌전해야 한다는 낡은 고정관념은 이로써 무너질 수 있으리라.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박힌 역할에 맞추느라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요컨대, 느끼는 그대로 솔직하게 느끼며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나의 인생을 살자.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그 어떤 평가도 하지 말자.
002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다고 느낄 때
( 리프레이밍 )
중요한 일정을 앞둔 날이다. 그러나 자명종은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너무 늦게 깬 것도 복장 터지는 마당에 침대에서 일어나며 살짝 발을 겹질렀다. 욕조에서 뜨거운 물로 찜질을 하고 나서야 좀 풀렸다. 서둘러 집을 나서는데 외투 단추가 떨어져 나간다. 아아, 어쩌자고 구두끈마저 풀릴까. 서류가방을 들고 곡예 하듯 헐떡이며 달렸으나, 바로 코앞에서 버스는 떠나고 말았다. 간신히 회사에 도착했는데 이번엔 승강기가 고장 났다. 최고경영진 회의가 열리는 17층까지 걸어 올라가느라 양쪽 겨드랑이가 땀으로 푹 젖고 말았다. 비슷한 ‘사건’과 ‘사고’가 저녁까지 실타래처럼 내내 이어졌다. 하루의 마무리라도 잘하고 싶은 마음에 데이트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었다. 녹초가 된 머리를 베개에 묻으려 하는 순간 화들짝 놀라 몸서리치며 일어섰다. 주먹만 한 크기의 검은 털 거미가 침대 위 천장에 거미줄을 쳐놓은 게 아닌가.
이런 날의 주인공이 당신이라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솔직히 말하자.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이 이런 하루를 보냈다면 다음과 같이 탄식하지 않을까? ‘빌어먹을 하루!’
좋지 않은 기분과 감정일지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경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생각의 악순환에 빠지게 마련이다. 이른바 ‘스스로 실현하는 예언’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다. 이런 식으로는 갈수록 모든 게 나빠질 따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빌어먹을 하루’를 구출할 수 있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그럼 모든 게 좋아진다!’ 따위의 진부한 소리는 하지 않겠다. 심리 치료에서 검증된 방법, 그것도 아주 뛰어난 효과를 자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이 방법은 무슨 마법의 주문 같은 게 아니며, 초현실적인 자기실현의 강제를 담지도 않은 간편한 방법이다. 따라서 누구나 매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하루가 다음과 같이 지나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다행히도 자명종이 멈추어버린 덕에 푹신한 침대에서 나른한 늦잠을 즐겼다. 욕실에서 살짝 겹질린 발을 주무르려 허리를 숙이다가 잃어버린 줄 알았던 50유로 지폐가 세면대 아래 떨어져 있는 게 번쩍 눈에 띈다. 풀어진 구두끈은 인터넷 가죽제품 쇼핑몰의 상품권 유효기간이 다음 주까지임을 일깨워준다. 휴! 하마터면 상품권 썩힐 뻔했다.
외투의 단추가 떨어져나간 것도 우연이 아니리라. 혹시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가 아닐까?(옷 수선을 맡기러 간 가게에서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어허, 이거 내가 생각보다 날렵하네!’ 버스정류장에서 달려오는 자전거를 피하며 보인 반사신경에 당신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리라. ‘버스를 놓쳤네. 뭐 까짓 어때,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차분하게 회의 준비를 하자.’ 회사 빌딩의 계단 오르기는 아침운동으로 여기면 그만이다. 땀이 잘 나는 것은 건강상태가 좋다는 청신호이다.
저녁에 잡혀 있던 데이트 약속을 미룬 것 역시 잘된 일일 수 있다. 엉망인 기분으로 데이트를 하다보면 서로 얼굴 붉힐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거미는 중국에서 복을 가져다주는 영물로 떠받들어진다. 그리고 사건과 사고로 얼룩진 날 곁을 지켜주는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자, 생각을 바꾸어보니 어떤가? 사실 변한 것은 없다. 그러나 완전히 달라졌다.
이 두 번째 하루는 ‘리프레이밍Reframing’을 통해 다시 해석된 하루이다. 프레임Frame이란 사고방식이나 느끼는 방식의 '틀'을 의미한다. 그래서 ‘틀을 새롭게 함’이란 뜻의 리프레이밍은 틀을 바꾸어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에서 ‘물구나무서기 방법’이라고도 불리는 리프레이밍은 원래 가족치료에서 비롯되었다. 사건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별 볼 일 없는 그림이라도 액자의 테두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작품의 가치가 달라 보이는 것처럼 지금까지의 낡은 테두리를 버리면, 전혀 새로운 일상이 열린다. ‘틀 바꾸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치는 사건과 상황을 쉽게 대처할 수 있게 돕는다.
리프레이밍은 사실의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도록 도와준다. 이것이 곧 ‘내 힘으로 사는 인생’과 ‘다른 힘에 끌려 다니는 인생’의 결정적인 차이이다.
주의할 것은 이 방법을 충분히 의식해서 목표에 맞춰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조건적으로 모든 것을 그저 멋지게 꾸며대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먼저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충분히 의식하자. 부정적인 느낌일지라도 허락하고 받아들이자. 그것은 나 자신의 일부이며 내 인생의 일부분이다. 그런 다음 사건을 리프레이밍하고 바꾸어라.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균형을 잡는 일이다. 자질구레한 것을 두고 절망하거나 흥분하기보다 리프레이밍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 정신건강에 훨씬 이롭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자신을 통제할 능력을 잃었다면 일단 떠오르는 감정 그대로 허락하자. 그리고 어느 정도 진정되면 분석을 하는 게 중요하다. 이 경우 재해석은 나중에 하는 편이 좋다.
‘신경 언어학 프로그램Neuro-Linguistic Programming’은 우리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특정 사고방식과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보다 편안하고 성공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리프레이밍은 그 안에서도 이미 효과가 검증된 방법이다.
일단 다음과 같이 시도해보자.
첫째, 자기 자신에게 실망한 나머지 ‘나는 할 수 없어’ 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면, 이 말에 한마디만 덧붙여라. ‘나는 아직 할 수 없어.’ ‘아직’이라는 짤막한 단어 하나가 불러일으키는 효과는 엄청나다.
둘째, 도대체 세상이 왜 이런지 알 수 없어 부글부글 화가 치민다면, 다음과 같이 자문하라. ‘지금 이 상황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려는 걸까?’ ‘이 상황에 숨어 있는 기회는 무엇일까?’ 이렇게 자문하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런 물음이 불러일으키는 영향으로부터 영감을 얻자.
‘그것으로부터 나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발휘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사례가 있다. 어떤 야심찬 젊은 경영 컨설턴트가 우리를 찾아와 상담을 요청했다. 이 영리한 청년은 몇 차례나 사업 제안서를 여러 기업에게 보냈으나 거절만 당했다며 절망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의 난처한 상황이 이해가 됐다. 그러나 우리에게 ‘리프레이밍’을 훈련 받은 청년의 태도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은 일종의 훈련이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거절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감을 지키는 법도 익힐 수 있다.’ 그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의 태도는 확실히 달라졌다.
진창에서 빠져나올 결정적인 한마디가 필요하다면,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Epiktētos의 말을 기억하자. 이 고대 철학자는 핵심을 꿰뚫고 있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사물이나 사건이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이 불안의 원인이다.’
003
신나는 일은 짧게,
지겨운 일은 단번에
( 습관화 )
연말정산, 봄맞이 대청소, 묵은 자료 정리 등 이런 짜증스러운 일은 다들 적어도 하나쯤 경험해보았으리라.
별로 달갑지 않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반긴다. 골치 아픈 세금 계산을 하다 갑자기 생각난 쇼핑 아이템을 사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하고,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눈에 띈 책을 펼치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전부터 읽으려 벼르던 책이야! 지금이야말로 이 책을 읽을 때다!’ 반대로 즐겁고 신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맛있는 식사, 럭셔리한 거품 목욕,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축구경기 등. 이때 우리는 주의를 흐리며 방해하는 모든 것을 증오한다. 절대 방해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텔레비전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데 돌연 광고가 끼어든다면, 우리는 방송국을 저주한다. 광고 산업과 더불어 세상은 돌연 빌어먹을 세상으로 곤두박질친다. 그러니까 즐거운 일에서는 방해가 짜증스러운 반면, 성가신 일에서는 방해가 오히려 기쁨을 준다. 정말 그럴까?
정확히 그 반대가 진실이다! 왜 그런지 이유를 짚어보자.
먼저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하겠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평화롭게 꼼틀거리던 시절로 되돌아간다고 상상해보자. 과학자들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에게 특정 자극, 이를테면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들려주는 실험을 했다. 아기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측정하는 실험이다. 처음에 아기는 아주 강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자극에 노출되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반응은 점점 약해졌다.
이처럼 자극에 대해 태아가 보이는 반응에 심리학자들은 ‘습관화Habituation’라는 거창한 표현을 붙였다. 습관화는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자극에 대한 반응은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대개 이런 과정은 빠른 속도로 이뤄지며 습관화의 저주는 태어나기 전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를 따라다닌다.
한편으로 보면 습관화는 우리로 하여금 배움의 능력을 갖게 해주는 중요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되풀이를 통해 몸에 익히는 게 배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습관화는 어떤 일이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자극을 무뎌지게 만든다. 직장에서 마케팅 제안서를 쓰든, 수술실에서 집도를 하든, 방송에서 사회를 보든, 자동차 경주에 나가 운전을 하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든, 돈을 많이 벌든, 이 모든 것에 우리는 익숙해진다. 다시 말해서 어떤 일이든 처음 할 때 느꼈던 짜릿함은 곧 사라지고 만다.
습관화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습관화를 의식적으로 활용한다면, 우리 인생은 훨씬 편안해질 수 있다. 습관화는 불편한 일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짜증스럽고 지루한 일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불편한 자극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고 신나는 일일수록 한번에 오래 하기보다는 간격을 두고 자주 끊어서 한다. 이렇게 끊어줌으로써 습관화로 인한 무뎌짐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믿어지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아마도 다음 실험 결과를 읽어보면 생각이 달라지리라.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그들이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을 보여줬다. 차이가 있다면, 한 그룹에는 영화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었고, 다른 그룹은 그저 영화만 보았다는 점이다. 나중에 영화를 본 소감을 묻는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광고가 들어간 영화를 본 그룹이 훨씬 더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광고 자체가 방해가 된다고 여겼음에도 말이다.
이런 원리는 모든 아름다운 순간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기쁨은 매번 새롭게 시작할 때, 끊어주고 다시 시작할 때 더욱 커졌다. 이렇게 본다면 한 해의 휴가를 한번에 통째로 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휴가 초기에는 좋겠지만 습관화의 힘이 시간이 갈수록 지루해지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될 수 있는 한 휴가 첫날을 많이 만드는 게 현명하다. 연차를 짧은 단위로 나누어 즐기는 전략을 써서 말이다.
부담스러운 일에는 정반대의 원리가 적용된다. 오히려 새롭게 시작할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일을 끊어주면 습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시 그 일을 하려고 할 때 더 큰 고통이 따른다. 그러니까 부담스러운 일을 할 때에는 될 수 있는 한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습관화 활용 전략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부담감이 덜어진다. 그러니 즐겁고 신나는 일은 짧게 끊어서 하고, 지겨운 일일수록 단번에 끝내라! 당신의 인생이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004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인 이유
( 기본적 귀인 오류 )
친구들을 초대해 거창한 생일파티를 즐겼다. 거의 80명에 가까운 친구들이 빠짐없이 와서 축하해주었다. 자정쯤 되어 무리를 돌아보던 당신은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내 여자 친구는 어디 있지?’ 돌연 그녀를 저녁 내내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뒤통수를 당기게 만든다. 휴대폰을 살폈으나 여자 친구는 늦겠다는 문자메시지 한 통 보내오지 않았다. 하필이면 인생의 단 한 번뿐인 20대의 마지막 생일에! 자, 이제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할까?
□ 너무해! 내 20대의 마지막 생일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구나! 아무튼 잊는 데는 선수야, 선수!
□ 뭔가 중요한 일이 벌어진 게 틀림없어! 그래서 오지 못했을 거야.
첫 번째 답을 골랐다고 머쓱해하지 말자. 사람들은 대개 이런 상황에서 첫 번째 답을 고르니까. 그게 지극히 정상이다. 우리는 보통 지각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본다.
이처럼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면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귀인Attribution이라고 한다. 귀인에는 내적 귀인Internal attribution과 외적 귀인External attribution이 있는데, 전자는 성격, 태도, 기분 등 ‘사람의 내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고 후자는 환경적인 요인, 즉 운이라든가 돈, 날씨 등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실패나 잘못을 했을 경우 그 탓을 외부로 돌리고 칭찬받을 일을 했을 경우에는 자신이 잘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실패하면 ‘운이 없었기(외적 귀인) 때문’이고 타인이 실패하면 ‘원래 실력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내적 귀인)’이다. 반대로 내가 성공하면 ‘내 능력이 워낙 뛰어나기(내적 귀인) 때문’이고 타인이 성공하면 ‘운이 좋아서(외적 귀인)’라고 그 원인을 외부로 돌린다.
심지어 이런 경향은 아주 강해서,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리 로스Lee Ross는 이를 두고 ‘근본적인 귀속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 부른다. 왜 ‘오류’라고 할까? 이런 경향은 현실을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취하는 일종의 선입견이기 때문이다. 앞선 사례처럼 우리는 여자 친구가 왜 자신을 기다리게 만드는지 알지 못하면서도 쉽게 추측한다. 어쩌면 정말 피치못할 상황이 생겼을 수 있다. 또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외부의 영향으로 빚어졌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굳게 믿는다. 지금 여자 친구가 늦는 것은 그녀의 성격 때문이라고!
더욱 환장할 노릇은 상대방이 특정 사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어도 우리는 원인을 그 사람에게서 찾으려든다는 점이다.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특정 주제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강사의 강연을 듣게 한 실험이 있었다. 나중에 첫 번째 그룹은 강사가 강의 주제를 직접 골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강사가 외부에서 지시해준 내용을 강연했다고 알려줬다. 그런 다음 실험 참가자들에게 설문을 돌려 강의 내용이 강사 자신의 의견이라고 보느냐는 조사를 했다. 물론 첫 번째 그룹의 대다수는 강사가 자신의 입장을 강의했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강사는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말했다고 첫 번째 그룹은 인정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두 번째 그룹이 보인 반응이다. 강사가 강의 내용을 직접 고른 게 아니라고 말해주었음에도, 이들 대다수는 강사가 본인의 생각을 밝힌 강의라고 믿었다. 그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해주었음에도 사람들은 강사에게서 원인을 찾으려드는 실수를 저질렀다.
‘근본적인 귀속 오류’는 주로 서구권 문화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서구 문화에 그만큼 개인주의가 강하게 뿌리박혀 있다는 반증이다. 서구인은 대개 인간이 독립적이며 자율성을 갖는 존재라고 믿는다(이른바 ‘자아의 독립적 이해’).
반면, 동양 문화에서는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일부분이라고 이해한다. 공동체 안에서 모두 서로 의존한다고 보는 관점이다(이른바 ‘자아의 상호의존적 이해’). 예를 들어 일본 사람들은 대개 사건이 상황 때문에 빚어졌다고 보고,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으려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파티의 주인공이 일본인이라면 두 번째 답을 고를 확률이 높다.
‘근본적인 귀속 오류’는 오해와 시비, 분노와 다툼을 부르는 주범이다. 외부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임에도 성급하게 상대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내부의 원인 찾기’로 쏠리는 배경이 무엇인지 알고 비판적으로 물어보는 법(‘아마도 그 어떤 외부 상황 때문에 저러는 게 아닐까?’)을 배운다면, 우리는 많은 다툼과 시비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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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도 보기 싫은
직장 동료와 잘 지내는 법
( 점화 효과 )
금요일 저녁, 부부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마침 프로그램이 지루한 탓에 부부는 서로 은밀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벽을 통해 이웃 여자의 커다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 관절통이 정말 심각한 모양이군. 젊은 나이에 참 안됐다.
□ 관리비 청구서가 벌써 도착했나?
□ 섹스를 하면서 저렇게 꼭 소리를 질러야만 하나?
사람들은 대개 이런 상황이라면 가장 먼저 세 번째 경우를 떠올린다. 이웃 여자가 지금 상당히 좋아하는구나 하고 여긴다. 그러나 소음에는 세 가지 가능성 모두 어울린다. 아니, 더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섹스’를 떠올릴까?
이럴 때 우리가 쓰는 것이 이른바 ‘도식’이다. 도식이란 말하자면 물건을 정리해두는 서랍과 같다. 어떤 상황을 만나면 우리는 그동안 살아오며 축적해둔 지식 가운데 어떤 것이 맞는지 서랍에서 끄집어내본다. 그러니까 도식은 우리가 매번 새로 배울 필요 없이 상황에 재빨리 대처하도록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앞에 놓인 사과를 보고 뭘 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국적인 과일을 보고 있다면?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을 게 틀림없다. 저거 먹을 수 있는 거야? 어떻게 먹는 거지? 껍질째, 아니면 벗겨서? 껍질은 어떻게 벗기지? 속에 조심해야 하는 단단한 씨가 있는 건 아닐까? 반면, 사과의 경우 우리는 그저 ‘사과를 먹자’ 하는 도식을 불러온다. 사과를 가지고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식은 익히 알고 있는 상황을 다시 분석하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부족한 정보를 보충하는 데도 활용된다. 예를 들어 기억에 숭숭 구멍이 난 부분을 도식에 어울리는 정보로 채워 세세하게 복원할 수 있다. 때때로 그 때문에 법정에 선 증인들의 증언을 믿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전설적인 사례가 교통사고에서 흔히 등장하는 ‘거짓 증인’이다. 이 증인이 증언하는 식은 대개 다음과 같다. ‘뒤에서 뻥 하는 소리가 나는 걸 들었죠. 그래서 돌아보았더니 빨간색 자동차가 파란색 차를 들이받았더군요.’ 충격음을 듣고 고개를 돌린 사람이 사고 발생 과정을 목격했을 리 없다. 그런데도 마치 교통사고 현장을 두 눈으로 본 것처럼 진술하는 까닭은 예전에 비슷한 사고를 목격한 경험을 끌어들여 빠진 정보를 도식이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이 경우 증인은 자신이 사고를 목격했다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사례처럼 옆집 여자의 신음 소리가 들리는 경우에는 어떤 도식을 선택할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가장 최근에 겪어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경험을 도식화한다. 그래서 범죄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집안에서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도둑이 들었다고 짐작하고, 섹스를 하고 난 다음이면 이웃 여인의 신음소리를 성행위를 하며 내는 소리라고 결론짓는다.
웃음을 이끌어내는 심리도 비슷하게 작용한다. 개그맨들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어떤 도식을 겨냥한 말이나 상황을 꾸며낸다. 그런 다음 연상되는 결과와 다른 엉뚱한 반전을 만들어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식이다.
이처럼 도식을 활성화하는 것을 두고 ‘점화 효과’라 부른다. 점화는 어떤 도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프로세스이다. ‘점화 효과’를 다룬 고전적인 실험은 이미 1970년대에 이루어졌다. 한 심리학자가 실험 참가자들에게 ‘누군가 문을 두드리지만 도널드는 들어오라고 하지 않네’라는 식으로 도널드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