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옮김
퀴즈나 퍼즐 풀기는 실로 오래된 인류 공통의 오락거리다. 우리가 아는 모든 문화권에서 여가 시간에 문제 풀이를 하고 있으며, 고고학자들은 문명 초창기부터 퀴즈와 퍼즐이 있었다는 기록과 흔적을 발견했다. 지성을 이용하여 문제를 푸는 것은 우리 인류를 지금에 이르게 한 독특한 특성이므로, 그것이 우리의 기본 속성이라고 말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또한 두뇌를 계속 활용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기도 하다. 최근의 과학적인 연구로 우리가 오랫동안 짐작으로만 생각해오던 것이 확인되었다. 즉 육체적 힘과 마찬가지로 정신적 능력 역시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것이다. 정신을 더 활발하게 유지할수록, 노화로 인한 인지적 퇴행이 줄어든다. 매일 퀴즈나 퍼즐을 풀면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진짜 도움이 된다!
이 책에 실린 추리 퀴즈는 약간 특별하다. 각 사건마다 여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중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인물들이 거짓말을 할 것이다.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 알아야 할 ‘사실의 불일치’나 ‘말이 되지 않는 상황’ 등은 이야기 속에 전부 제시되어 있다. 여러분은 그 속의 허점을 밝혀내 범인을 잡아야 한다.
짧고 허점도 분명했던 초급 단계와는 달리 후속 편인 이 책에는 조금 더 복잡한, 고급 단계의 추리 퀴즈들이 실려 있다. 증거는 덜 분명하며, 사건은 좀 더 복잡하다. 하지만 필요한 단서는 전부 나와 있으며 또한 여러분을 더 노력하게 만들기 위한 레드 헤링(red herring, 중요한 것에서 사람들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한 것이나 혼란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도 들어 있다.
퀴즈를 풀기 전 이야기를 풀어나갈 우리의 탐정들을 소개하겠다. 명성 높은 이그네이셔스 ‘패딩턴’ 파나키 경감, 추리광 메리 밀러와 건축가 올리버 제임스다. 이들이 각 이야기마다 등장해 여러분이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에 접근하도록 도울 것이다.
즐거운 추리가 되기를!
팀 데도풀로스
❶ 먼저 사건 이야기를 주의 깊게 읽는다.
❷ 특히 용의자들의 진술 중 상황에 맞지 않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가려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❸ 다 읽었는데도 모르겠으면 힌트를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명심하라, 레벨 2 힌트에는 당신을 속이기 위한 미끼도 들어 있다.
❹ 이 책에 나온 탐정이 범인인 경우는 없다.
Level 1은 중급 난이도의 추리 퀴즈다.
추리 지수를 높이고 싶다면
최대한 힌트를 보지 않고 범인을 맞혀보자.
칼 녹스가 금요일 밤에 죽었다. 근처에 있던 여러 증인들이 총성을 들었기에 사망 시각은 열 시 얼마 안 지나서로 추정되었다. 파나키 경감은 그 소식에 크게 놀라진 않았다. 잔챙이 범죄자인 칼 녹스는 비록 사형 선고를 피하긴 했지만 폭력 성향이 강했기에 명이 길 것 같진 않았다. 보아 하니 칼 녹스는 누구를 만날 약속이 있어 어딘가로 가던 중 같았다. 가슴 주머니에 든 쪽지는 비록 총알이 관통해 피로 엉망이 되긴 했지만 거기 쓰인 10:15라는 시간은 알아볼 수 있었다.
시신에서 빼낸 총알은 38구경이었고, 한 블록 떨어진 쓰레기 통에서 경찰이 발견한 리볼버 권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말끔히 닦아내긴 했지만 뭔가 쓸모 있는 것이 나올까 해서 과학수사팀에 검사를 의뢰했다. 그사이, 세 명의 용의자가 심문 차 불려와 각각 다른 조사실에서 파나키 경감을 기다렸다.
로렌조 홀브룩은 지역 식당 경영자로 증명된 건 아니지만 폭력단과 연관이 있었다. 오십대였고 중간키에 땅딸막한 체격이었다. 부스스한 반백의 머리로도 계산 빠른 눈매는 감출 수 없었다.
파나키 경감은 자기소개를 하고 피해자 사진을 로렌조 홀브룩 앞에 내려놓았다.
“이 사람 아십니까?”
로렌조 홀브룩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칼 녹스 맞죠? 가끔 저희 식당에 옵니다. 팁을 짜게 주죠.”
“누구 녹스 씨를 해치고 싶어 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모르겠는데요. 칼 녹스가 잘되기를 바랄 만한 사람도 모르기는 마찬가지긴 하지만.”
“어젯밤 살해당했습니다.”
로렌조 홀브룩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요? 안된 일이군요.”
“어젯밤 열 시쯤 뭘 하고 계셨습니까?”
“설거지죠. 달리 뭐가 있겠습니까? 직원 세 명이 제 말을 확인해줄 겁니다. 누가 식당 뒤 골목을 달려가는 걸 보긴 했네요. 모자를 쓴 작고 다람쥐 같은 사람이요. 어두웠거든요. 그게 전부입니다, 경감님.”
토비 블랙은 택시 기사로, 몇 년 전 무장 강도 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왔다.
“호출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질 않더라고요.”
그가 설명했다.
“콜센터에서 확인해줄 겁니다. 제가 본 사람이 그 피해자가 맞을 겁니다. 좀 어슬렁거리더니, 시계를 확인하고 골목길로 들어갔죠. 제가 있던 곳에서 바로 길 건너였어요. 얼마 후, 묵직한 코트 차림의 키 큰 남자가 그 사람을 따라 들어갔어요. 제가 그걸 기억하는 이유가, 그 새로 온 사람이 달걀처럼 머리가 홀랑 벗겨졌거든요. 퓽 소리가 나더니 피해자가 그냥 쓰러집디다. 불쌍하게도 돌아볼 기회조차 없었죠. 그러고는 대머리 남자가 그를 지나쳐 골목 안쪽으로 달려가 버렸어요. 전 가서 도와주려 했습니다, 정말로요. 그런데 대머리 남자가 돌아와서 확인할까 겁이 났어요. 택시 운전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굳이 말썽을 자처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이 도시에선.”
마지막 조사 대상자인 제시 햄비는 근처 바에서 일했다. 키가 크고 근육질에 짧은 머리를 한 그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것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파나키 경감이 사진을 보여주자 제시 햄비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확실합니까?”
파나키 경감이 물었다.
“확실하냐고요? 내참, 아뇨.”
제시 햄비가 비웃었다.
“매주 사백 명씩 사람들을 보는데요.”
“어젯밤 열 시쯤 뭘 하고 계셨습니까?”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죠.”
“뭐 특이한 일을 보거나 들으신 건 없고요?”
“하마터면 나한테 부딪힐 뻔한 땅딸막한 노인네하고, 골목길에 쓰러진 죽은 것 같은 사람을 본 것 말고요? 아뇨.”
파나키 경감은 한숨을 내쉬었다.
“죽은 사람에 대해 하실 말씀 있습니까?”
제시 햄비는 사진을 툭 쳤다.
“사진은 이미 갖고 계시네요.”
“고맙습니다, 햄비 씨.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파나키 경감은 일어나서 방을 나섰다.
밖에서 그는 조사실을 지키는 경관에게 말했다.
“아무도 못 가게 하게. 체포 영장을 마무리지어야 하니까.”
“앤서니 롱이 곤경에 처했을 때 자네가 도와주었다고 들었어, 올리버. 지금부터 듣는 이야기에 대해 비밀 유지를 부탁해도 될까?”(《뇌가 섹시해지는 추리 퀴즈 : 1단계》 ‘도둑맞은 황금 조각상’ 편 참고)
안경을 썼고 머리는 이른 탈모가 진행 중인 마른 체구의 피터스미슨은 앤서니 롱의 친구였다. 올리버 제임스는 전에 한두 번 그를 만났고 제법 유쾌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이지.”
올리버 제임스의 말에 피터 스미슨은 손을 잡고 기운차게 흔들며 대꾸했다.
“고마워.”
“이럴 것까진 없네.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올리버 제임스가 살짝 손을 빼내며 말했다.
“누가 내 사무실 금고에서 거액의 돈과 장부를 훔쳐갔어. 그밖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고. 운이 좋아서 도둑맞은 물건은 전부 찾아냈지. 건물 바깥쪽 방수포 아래 숨겨놨더라고. 아래층 윌슨 사무실의 애비가 늦게 퇴근하다가 누가 무슨 꾸러미를 숨기는 걸 봤대. 수상쩍은 생각이 들어 살펴보러 갔고, 즉시 그게 뭔지 깨달은 거야. 애비가 아니었으면 난 완전히 망했을걸. 하지만 애비의 설명은 ‘키 큰 남자’였다는 게 전부라서….”
“아슬아슬하게 도망친 모양이군.”
“문제는, 내 직원들만 금고에 접근할 방법을 안다는 거야. 슬프지만 그중 한 명이 틀림없어. 난 이 일을 조용히 해결했으면 해. 요즘 상황도 여러 가지로 힘든 마당에 스캔들은 곤란하다고.”
올리버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도움이 되도록 애써보겠네. 직원들에 대해 얘기 좀 해주게.”
“세 명이야, 사이먼 서스턴, 에이벨 페나 그리고 에멧 스털링. 다들 비슷한 키고. 토요일을 이런 일로 보내긴 그렇겠지만, 직접 직원들과 만나줄 수 있겠나? 직원들더러 집에 있으라고 말해놨네.”
그래서 한 시간 반 후 올리버 제임스는 사이먼 서스턴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사이먼은 키가 큰 젊은이로 평범한 하숙집에 방을 얻어 살고 있었다.
“만나줘서 고맙네.”
피터 스미슨이 입을 열었다.
“이쪽은 올리버 제임스로 내 친구야. 어제 저녁 퇴근 후 사무실에서 도난사건이 있었네. 혹시 자네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게 있을까 해서.”
사이먼 서스턴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어제는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조금 일찍 퇴근했습니다. 제가 나올 땐 다 아무 일 없었습니다.”
“집주인이 당신이 여기 있었다고 확답해줄 수 있을까요?”
올리버 제임스가 물었다. 사이먼 서스턴은 눈을 껌벅거렸다.
“어…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주머님은 저희들에게 그렇게 신경을 안 쓰셔서.”
“알겠습니다. 지금은 그걸로 됐어요.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에이벨 페나의 집은 많은 사람이 사는 아파트 단지였다. 그는 사이먼 서스턴보다 나이가 많았고, 아파트는 살짝 쇠락하고 있다는 기운이 돌았다. 피터 스미슨은 다시 올리버 제임스를 소개해주었고 사무실에서 도난사건이 있었다고 이야기한 후 어제 오후의 행적을 물었다. 에이벨 페나는 곰곰이 두 사람을 뜯어보았다.
“저는 정시에 퇴근하고 문을 잠갔습니다. 다른 사무실에는 아직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요. 건물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사람은 없었고, 뭔가 이상한 건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공원을 거쳐 집까지 걸어왔고 조용한 저녁을 보냈지요.”
올리버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올 때 윌슨 사무실이 아직 열려 있는 것을 알아채셨습니까?”
“네, 그랬죠. 복도 창문으로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몇 명 보이더라고요.”
에이벨 페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혹시 내부자 소행이라고 보십니까?”
피터 스미슨은 아니라고 하려 들었으나 올리버 제임스가 제지했다.
“가능성이 있죠.”
에이벨 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사장님이 자리에 안 계실 때면 사이먼 서스턴이 슬쩍 미리 퇴근한다는 걸 말씀드려야겠군요. 별것 아니어 보이지만 상황을 고려하면….”
피터 스미슨의 얼굴이 굳었고 올리버 제임스는 그의 팔에 손을 얹었다.
“고맙네.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
피터 스미슨이 겨우 말했다.
“몇 가지 더 질문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지금은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피터 스미슨과 올리버 제임스는 에멧 스털링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작지만 아늑한 집에 아내 샬럿과 함께 살았다. 피터 스미슨과 올리버 제임스는 거실에 부부와 함께 자리를 잡았고 다시 한 번 서로 소개를 했다.
소갯말이 끝나고 에멧 스털링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는 드라이클리닝 찾을 것이 있어서 조금 일찍 사무실에서 나왔습니다. 평소 도착 시간쯤에 집에 왔고 저녁 내내 여기 아내와 함께 있었죠.”
아내 샬럿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멧 스털링은 턱을 톡톡 두들겼다.
“사이먼 서스턴과는 얘기해보셨습니까? 약아빠져선 늘 슬금슬금 돌아다니고, 형편이 아주 절박해요. 만약 우리 중 누군가가 사장님 금고를 털었다면 그놈일걸요.”
“왜 형편이 안 좋은지 혹시 아십니까?”
올리버 제임스가 물었다.
“도박을 하지 싶네요. 아마 어느 수상쩍은 사채업자에게 당장 갚아야 할 빚이 있겠죠.”
“알겠습니다. 에이벨 페나는요?”
올리버 제임스가 물었다.
“조용한 사람이죠. 그럴 만한 부류 같진 않은데요.”
“고맙습니다. 나중에 질문 몇 가지를 더 드리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밖으로 나오자 올리버 제임스는 피터 스미슨을 돌아보았다.
“정말로 경찰을 부르지 않을 건가? 도둑이 누군지는 알았는데.”
도둑은 누구이고, 올리버 제임스는 어떻게 알았을까?
다른 곳도 아닌 테이트 와인 바 한복판에서 벌어진 앤젤라 보스 부인 살인사건에 모든 신문 가십면이 들끓었다. ‘패딩턴’ 파나키가 수사를 지휘한다는 사실을 신문사에서 알게 되자마자 그 소식도 곧장 신문 1면 기사가 되었다.
첫눈엔 그냥 별것 아닌 사건처럼 보였다. 보스 부인은 현장에서 친구 엘리자베스 핸슨과 소피아 로젠탈을 만났다. 보스 부인과 엘리자베스 핸슨은 가벼운 칵테일 와인 한 병을 나눠 마셨고, 소피아 로젠탈은 커피를 선택했다. 일행은 그 외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한 시간 반 후, 보스 부인이 죽었는데 명백히 독살로 보였다.
모든 것을 검사하는 사이, 파나키 경감은 면담을 진행했다. 세 여자들에게 서빙을 한 웨이터부터 시작했다.
마이클 존슨은 키가 크고 유쾌해 보이는 이십대 후반의 남자였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손바닥을 연신 셔츠자락에 문질렀다.
“보스 부인과 친구들을 담당했다고요.”
파나키 경감이 말을 꺼냈다.
“네, 경감님.”
마이클 존슨이 말했다. 그는 잠시 주저하다가 불쑥 물었다.
“전 감옥에 가나요?”
파나키 경감은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보스 부인을 살해했다고 자백하는 겁니까?”
“아뇨! 어, 그건,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음료를 서빙했으니까요. 그러니… 그러니 제가 죽인 거죠.”
파나키 경감은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혹시 그게 사실이라 해도 그냥 음료를 가져다 나른 것만으로는 아무 책임이 없습니다. 물론 그 음료에 독이 들었다는 걸 사전에 알았다면 모를까.”
마이클 존슨은 안도감에 어깨를 늘어뜨렸다.
“어휴, 다행입니다. 그럼,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마이클 존슨이 눈가를 문지르며 말했다. 파나키 경감은 격려의 미소를 지었다.
“그 세 여자분들하고 잘 아는 사이라면서요?”
“네, 단골들이세요. 단골이었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십시오.”
“어, 제가 손님들의 코트와 스카프를 받아드리고, 늘 앉으시는 난로 옆 테이블로 안내했습니다. 로젠탈 부인께선 커피와 크림을 주문하셨고, 핸슨 부인은 보스 부인과 함께 드실 얼음 든 칵테일 와인 한 병을 주문하셨죠. 저는 주문을 바에 가져갔고, 다른 단골손님인 티모시 부부께서 저를 지명하셔서 맞으러 갔습니다. 제가 그분들 주문을 받았을 즈음엔 여자분들의 음료가 나왔고요.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