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성상현
증권사 채권 프랍 트레이더로 금융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후, 연기금과 금융기관에서 주식과 채권 등 자산 운용을 14년간 담당하며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다. 글로벌 매크로를 통해 투자 전략을 개발하고, 다양한 연구와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키워왔다. 전통 자산뿐 아니라 파생상품과 비정형 상품 등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으며, <삼프로TV>, <연합뉴스경제TV>, <달란트투자>, <KBS 머니 올라> 등에 출연해 세계 경제와 국내 시장을 아우르는 폭 넓은 관점으로 경제와 투자에 대한 명쾌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매크로 전문 블로그 「매크로 비욘드」를 운영 중이며, 지은 책으로는 『페드 인사이트(2024)』가 있다.
『미국투자 메가 사이클』은 미국 정부의 경제 전략과 금융 시장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분석해온 거시경제 전문가 성상현의 시대를 이기는 투자 전략서다. 금리, 물가, 성장을 축으로 미국의 산업 정책부터 연준의 통화정책까지, 트럼프 2.0 시대를 맞이하여 실행될 경제 전략의 핵심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나아가 리쇼어링과 AI 산업 육성을 통한 미국의 제조업 부활 전략을 파헤치고, 글로벌 금융 시장의 향후 흐름을 제시한다. 미국발 메가 사이클이 가져올 부의 기회를 날카롭게 분석한 이 책은, 격변하는 세계 경제 속에서 승자가 되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필수적인 길잡이가 되어줄것이다.
블로그http://blog.naver.com/ssh_fedinsight |
추천의 말
매크로 경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시각을 보여주시는 성상현 님은 유튜브, 블로그 등을 통해 영향력을 꾸준히 넓혀가고 계십니다. 미국 경제와 연방준비제도(연준)통화 정책 시스템, 유동성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제가 연구해온 분야와도 맞닿아 있어,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성상현 님의 진면목을 알게 된 후, 지난 2년간의 소통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에 담긴 그의 독창적인 관점과 깊이 있는 분석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통찰의 기회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원스경제 대표 최성원
COVID 이후의 시장 체제는 바야흐로 정치와 지정학의 시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부의 재정 정책과 미중 패권 전쟁이라는 테마가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쳐 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 지 무려 2년이 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미국 경제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 속에서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복심을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 10년의 시장을 제대로 읽고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필수적인 지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성상현 님의 『미국투자 메가 사이클』은 미국 경제와 AI, 글로벌 투자 지형까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된 시각을 정립할 수 있게 해주는 보기 드문 양서라 생각됩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이 책을 읽고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부를 지킬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뉴로퓨전 대표 최한철(월가아재)
시장의 메가 사이클을 알면
투자 전략이 보인다
$
오늘날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경제 환경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게 필수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내가 역사와 경제 이론의 교차점에서 얻은 통찰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자 했다. 이 책은 학문적 이론과 실무적 경험을 융합하여, 경제와 금융의 복잡성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풀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학자의 통찰은 더 넓은 시각과 지식을 선물해준다.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이 제시한 사회와 시장의 상호작용, 스테파니 켈턴 교수의 현대통화이론MMT이 제공하는 통화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관점, 그리고 러셀 네피어의 역사적 분석에서 얻은 깊은 통찰은 이 책의 이론적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금융시장의 거장 레이 달리오와 스탠리 드러켄밀러,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의 정치경제학적 통찰, 원스경제의 최성원님과 뉴로퓨전 최한철 대표(월가아재)가 제공하는 인사이트는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이 책은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세계대전, 산업혁명, 금본위제, 브레턴우즈 체제, 닉슨 쇼크와 같은 사건들을 통해 제국의 부상과 몰락을 탐구하며, 오늘날 경제 시스템에 미친 영향을 조망한다. 독자 여러분이 이러한 과거의 교훈을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더 나은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지식과 통찰력을 얻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 책은 경제지표와 유동성 분석을 중심으로 주식과 채권시장의 실제 전망을 다루며, 내가 경험하고 고민했던 투자 전략과 그 과정에서 배운 통찰을 공유한다. 복잡한 경제의 변동 속에서도 큰 그림을 그리며 전략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책을 통해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여러분의 투자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 경제와 금융의 흐름을 더욱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투자 결정 과정에서 보다 명확하고 자신감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2025년 1월
성상현
유동성 함정에 빠진 미국
미국의 기준금리는 1980년대 이후로 등락을 거듭했지만, 점차 낮아지는 흐름을 보여왔다. 이로 인해 미국 경제는 점진적으로 ‘유동성 함정’의 굴레에 빠졌다.
유동성 함정이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거의 0%로 낮췄는데도 사람들이 돈을 쓰거나 투자하지 않고, 대신 현금을 쌓아두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돈이 시중에 돌지 않아서 경제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와 관련된 중요한 개념이 ‘통화승수Money Multiplier’다. 통화승수는 중앙은행이 공급한 돈(본원통화)이 은행 시스템 내에서 대출과 예금 과정을 거치면서 얼마나 많은 돈으로 불어나는지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 은행이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돈이 다시 예금되어 또 다른 대출로 이어지면서 돈이 계속 늘어나는 과정을 나타내는 숫자다.
그런데 유동성 함정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현금을 보유하려고 하기 때문에 은행 대출 활동이 줄어든다. 통화승수가 떨어져서 중앙은행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경제에 효과적으로 퍼지지 않게 된다. 그래서 통화승수는 중앙은행의 ‘돈 풀기’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그동안 정부에서 돈을 아무리 풀어도 실물경제보다 자산시장에 훨씬 많은 유동성이 흘러 들어갔다. 그 결과, 너무나 당연하게도 자산 가격이 상승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 중 하나는 빈부격차다. 빈부격차가 커지면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한계소비성향이란 추가 소득이 발생했을 때 이를 소비로 사용하는 비율을 말한다.
소득이 낮은 사람일수록 추가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에 쓴다. 반면 소득이 높은 사람은 같은 추가 소득이 생겨도 주로 저축이나 투자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경제 전체에서 소비가 줄어들고 총수요도 감소한다. 결국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통화승수가 낮은 상황에서 경기침체로 이어지면 어떻게 될까?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시장에 다시 본원통화를 공급하면서 유동성을 시장에 주입한다.
우려와 달리 성장세를 유지하는 미국 경제
모두가 기억하다시피, 코로나 팬데믹 때도 미국 경제당국이 막대한 본원통화를 공급했었다. 그 이유 역시 통화승수 하락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개인들에게 현금을 쥐어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급격히 상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급망까지 막히면서 상품 물가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 같은 수요를 줄이기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2022년부터 연준은 ‘역레포(RRP, 역환매조건부채권)’를 사용했다.
역레포는 연준이 금융기관들에게 국채 등 안전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금융기관들에게서 현금을 받아오는 방식이다. 금융기관들이 여분의 현금을 일시적으로 연준에 맡기고 일정한 금리를 받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시장에 남아 있는 유동성이 줄어들게 된다. (이와 같은 유동성 축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다루겠다.)
그 결과 자산 가격은 다시 크게 하락했다. 그래서 2022년 상반기 물가가 9.1%로 정점을 찍었을 당시, 나를 포함한 시장 참여자 대부분은 2023년에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러나 모두의 우려와 달리, 2023년 미국 증시는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연준의 긴축이 지속되었는데도, 미국 OECD 경기선행지수는 상방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미국 경제는 눈에 띄는 둔화 없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준과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소비와 기업 투자를 줄여 경기를 둔화시키기까지 일반적으로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린다고 예측했다.
자료: bloomberg
하지만 그 예상이 빗나갔다. 오히려 2024년 2분기 GDP 성장률은 3.0%에 달했다. 이어지는 3분기에도 2.8%의 성장률을 기록, 미국 경제는 여전히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알고 보니, 미국 정부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었다.
통화량 대신 통화 유통 속도를 조절하다
2023년,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단순히 통화량을 늘리는 대신 통화 유통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옐런 장관은 헤지펀드와 역레포에 묶여 있는 유동성을 활용하여 국채를 조달하고,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정부가 지원하는 핵심 산업에 배분하는 전략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정부는 재정적자를 안정적으로 충당하는 동시에 국채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고자 했다. 나아가, 정부가 육성하는 산업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민간 투자자나 금융기관이 국채를 구매하게 된다. 그러면 민간의 자금이 정부로 이동한다. 민간 은행의 준비금 계좌에서 정부 계좌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다. 이후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지출하면, 민간 은행의 준비금 계좌로 다시 들어가게 된다.
결국 준비금 계좌의 변화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즉 민간이 국채를 인수하면 경제 전체의 통화량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정부 재정 지출의 연쇄 효과로 인해 은행 대출이 늘어나 M2 (광의통화량)가 간접적으로 증가할 수는 있다. M2는 통화공급량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로, 경제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돈의 범위를 나타낸다.
중요한 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달리 정부의 재정적자는 시중의 통화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의 재정적자는 통화량 확대가 아니라, 민간의 자금이 A 그룹에서 B 그룹으로 이동하는 ‘자금의 재배치’ 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연준이 국채를 구매할 경우, 연준의 자산 계정에는 국채가 추가되고, 상업은행의 준비금 계좌에 해당 금액이 입금된다. 이로써 정부는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그 결과 시중에 본원통화량이 늘어나게 된다.
투자할 때 눈여겨봐야 할 지급준비금
주식투자를 할 때 나는 유동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 중심에 지급준비금이 있다. 지급준비금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은행은 대출을 통해 신용을 창출한다. 이를 통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유통되는 유동성을 공급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유동성은 은행을 거쳐 공급되기 때문에, 은행의 유동성 공급 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지표가 바로 지급준비금이다.
지준금이 증가한다는 것은 은행이 대출을 늘리고 있거나, 앞으로 대출을 확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코로나 이후 최근까지 지급준비금과 주가의 상관관계는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연준의 지급준비금 변화를 토대로 주가의 방향을 전망하는 것은 매우 유효하다고 본다.
그럼 어떻게 시중은행의 유동성 변화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방법 중 하나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분석하는 것이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자산과 부채가 항상 동일한 금액을 유지하는 항등식의 구조를 가진다. 이를 바탕으로 주요 항목을 정리하면 지급준비금의 변동을 이해할 수 있다. 이를 간소화하면, 지급준비금의 변동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이 식을 통해 각 항목이 어떻게 지급준비금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 식에서 ‘SOMA 계정’은 연준이 보유한 증권을 관리하는 계좌로, 위기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을 위해 매입한 증권들이 포함된다. SOMA 계정이 증가하면 연준이 자산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감소하면 연준이 자산을 매도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을 뜻한다. 2022년 3월까지 연준은 양적완화를 통해 자산을 확대해왔으나, 2022년 6월부터 양적긴축QT 정책을 시행하며 자산을 축소하고 있어 SOMA 계정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연준은 대출 창구(예: 재할인 창구, BTFP)를 통해 은행들에게 긴급 자금을 조달해준다. ‘대출 잔액’이 증가하면 연준이 은행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는 신호다. 반대로 잔액이 감소하면 은행들이 대출을 상환하면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레포 잔고’는 머니마켓펀드MMF나 금융기관들이 연준에 단기적으로 자금을 예치하고 그 대가로 금리를 받는 구조다. 역레포에 자금이 예치될수록 시중의 유동성은 줄어든다. 2022년부터 2023년 1분기까지, 연준은 역레포 잔고를 활용해 시장의 유동성을 효과적으로 흡수했다. 그러나 2023년 2분기 이후부터 2024년 4분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레포 잔고는 급격히 감소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재무부가 연준에 개설한 ‘TGA 계좌’는 재정 수입과 지출이 모두 반영되는 통장이다. 재무부가 국채 발행이나 세금으로 자금을 확보하면 TGA 잔고가 증가하며, 이는 시중에서 유동성이 흡수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재무부가 재정 지출을 통해 자금을 사용하면 TGA 잔고가 감소하고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된다.
이 항등식에 따르면, 다른 요소가 일정할 경우 연준의 SOMA 계정이나 대출 잔액이 증가할 때 지급준비금이 증가하며, 반대로 역레포 잔고나 재무부 TGA 잔고가 증가하면 지급준비금이 감소한다. 즉 은행의 지준금은 연준과 재무부, 그리고 기타 금융기관의 정책적 결정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대차대조표 항등식을 통해 우리는 은행의 유동성 상황을 더 큰 틀에서 분석할 수 있다. 이는 경제와 금융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그런데 앞으로도 지급준비금이 주가를 전망하는 데 필수적인 요인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연준의 양적긴축이 끝난다면, 더 이상 지급준비금 변화를 기준으로 자산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급준비금의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양적긴축이 종료된 이후부터는 자산시장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유동성을 주시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이 책이 나오는 시점(2025년 초)에는 여전히 양적긴축이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지급준비금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소홀히 하지는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2025년 1월 1일에는 부채한도 협상이라는 중요한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다.
부채한도 협상이 즉시 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협상이 완료된다면 미 재무부는 대규모 국채 발행을 단행할 것이다. 그러면 국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재무부 현금잔고로 들어올 수 있다. 이는 일시적이지만 대규모 유동성 긴축을 뜻한다.
2025년 상반기 중,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협상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재무부의 현금잔고에서 자금이 시중으로 방출될 것이므로 주가도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다만 언제든지 유동성 긴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길 바란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나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일정 부분 자산을 보유하면서도, 현금을 일부 유지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시장 환경에서는 포트폴리오를 더 유리한 가격에 구축할 수 있도록 일부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투자 기회를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전 마진Safety Margin을 확보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현재 인플레이션을 분석하는 법
인플레이션은 주로 화폐적 현상으로 간주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 기간을 살펴보면, 연준과 금융기관을 통한 화폐 유통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자산 시장의 상승을 견인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유동성이 실물 경제로의 전이보다는 주로 자산 시장에 집중되며, 자산 가격 상승을 초래한 구조적 특징을 보여준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정부는 전례 없이 대규모로 일반인에게 직접적인 금전 지원을 제공했다. 당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2022년 3월부터 인플레이션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2022년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조짐을 보였으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통화량 증가로 인해 2차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의 예측이 빗나간 주요 이유는 지급준비금의 증가가 곧바로 예금 증가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는 중앙은행의 지급준비금이 통화 증감의 핵심 요인이라고 여기는 전통적인 경제학 관점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그러나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주류 경제학적 관점보다 현실에 기반한 분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급준비금이 증가해도 은행이 대출을 늘릴 필요가 없다면 대출이 자동으로 증가하지는 않는다. 즉 지급준비금이 늘어난다고 해서 항상 경제 활동이 확대되거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류 경제학은 여전히 지급준비금과 인플레이션 간의 관계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지급준비금과 대출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양적완화가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따라서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분석할 때는 기존 경제학 이론을 넘어, 실물경제의 복잡성을 반영하는 분석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의 발생 여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통화승수와 화폐 유통 속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은행 대출이 증가하면 통화승수도 커질 수 있지만, 대출이 활발하지 않으면 새로운 예금이 창출되지 않아 통화승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또한 화폐 유통 속도는 경제 내에서 통화M2가 얼마나 빠르게 사용되어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지를 나타낸다. 즉 돈이 소비나 투자에 얼마나 빈번하게 쓰이는지를 측정한다. 이는 실제로 자금이 얼마나 빠르게 순환하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다.
은행 대출이 크게 증가하지 않더라도, MMF(머니마켓펀드)나 은행 예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입이 소비로 이어질 경우, 그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 경제 활동을 자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이자 수입을 저축하지 않고 소비나 투자에 사용하면 화폐 유통 속도가 증가하고, 경제 내에서 자금 순환이 더 활발해진다.
반면 은행 대출이 증가하더라도 자금이 주로 자산시장으로만 흘러가면 어떨까? 이 경우 소비재나 서비스의 가격 상승과 같은 실물경제 인플레이션보다는 부동산, 주식, 채권 등의 자산 가격이 오르는 자산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자산 인플레이션이 실물경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부유층이나 자산 보유자들이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느끼게 되고, 그 결과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 부의 효과는 자산 가치 상승이 소비 성향을 높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소비 증가, 주거비 상승, 생산 비용 증가 등을 통해 자산 인플레이션은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며,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합하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려면 자산 가격 상승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경로는 부의 효과에 따른 소비 증가, 주거비 상승, 생산비용 증가 등을 통해 자산 가격 상승이 실물경제에서 수요와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즉 자산 인플레이션이 실물경제로 전이되어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메커니즘으로 이어져야 한다. 결국 실물시장의 인플레이션은 자산시장의 버블이 먼저 형성된 이후에 발생한다.
미국의 재정 부양은
항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까?
정부와 연준의 부양 정책은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높이는 요소다. 따라서 2024년 9월 시작된 연준의 금리 인하로 인해, 2025년에 또다시 초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스멀스멀 나온다. 과연 그럴까?
영국의 경제학자 윈 고들리Wynne Godley의 이론을 통해 정부의 재정 부양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고들리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단순히 정부의 재정 부양책에서 찾기보다, 국가의 생산 능력과 정부의 조세 징수 능력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부족과 정부의 정치적 결정으로 인한 비효율적인 조세 징수로 촉발된다. 거시경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공급망의 안정성과 효과적인 부채 관리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정부 부채, 민간 부채, 대외 부채의 관계는 항등식으로, 이 세 요소는 서로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부채가 늘면 민간의 부채가 줄고, 정부가 부채를 줄이면 민간 부채가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고들리는 정부가 충분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한, 재정부양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인플레이션은 주로 공급 측 요인 또는 과도한 수요 증가 때문에 발생한다.
경제에서 ‘충분한 자원’이란 주로 경제가 잠재성장률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키며, 이는 GDP 갭gap으로 측정된다. GDP 갭이 음의 값을 가지면 경제가 잠재 수준 이하로 운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미활용 노동과 자본이 존재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반면 GDP 갭이 양의 값일 경우 경제는 잠재 수준 이상으로 가열되며,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GDP 갭이 음인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부양은 GDP 갭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경제가 잠재 GDP 이하로 운영될 때, 정부 지출을 통한 재정 부양은 총수요를 증가시켜 불황을 완화한다. 또 미활용 자원을 활용하여 경제를 잠재성장률에 가깝게 끌어올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적절히 관리된다면, 정부의 재정 지출은 경제 성장은 촉진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미국의 경제 상황에서 위험 자산 상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환경은 성장률이 강력하고 GDP 갭이 음수일 때다. 이는 경제가 아직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고들리의 이론 역시 GDP 갭이 음수일 때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정부의 재정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재정적자는 단순한 부채가 아니라 경제 활성화의 주요 도구다. 정부가 적자 예산을 통해 돈을 투입하면, 이는 직접적으로 가계와 기업에 이르러 소비와 투자를 촉진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며, 민간 부문에서 수요를 창출하여 생산 활동과 고용을 활성화한다. 민간 부문의 수요가 부족할 때 정부의 적자 지출은 총수요를 유지하거나 증가시켜 경제 침체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경제 불황 시에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여 경제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
결국 재정적자는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아니다. 경제 상황에 따라 이를 적절히 활용할 경우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특히 수요가 부족한 시기에 정부의 적자 지출은 경제 회복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금리를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잡힐까?
2022년부터 시작된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은 공급망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고금리 정책을 통한 수요 억제는 주요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금리가 오르면 소기업만 더 큰 타격을 받는다. 현재는 기술 전환기로, 고금리는 이러한 전환을 방해하고 있다. 현재의 고금리 정책은 인플레이션 해소에 답이 아닐뿐더러 지속 불가능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인플레이션 억제와 성장을 모두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가 소득세, 법인세, 자본이득세 등을 통해 걷은 세수를 적극적으로 배분하여, 자금을 조달 기술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무분별한 재정 지출이 아닌 역동적인 산업 정책을 통해 경제를 부흥해야 한다.
그렇다면 재정 부양을 위해 조달된 막대한 부채를 미국 정부는 어떻게 해결할까? 물론 재정 부양 정책은 부채비율을 높이지만 동시에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을 촉진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이 부채의 실질 가치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서 경제 내에서 권력과 자본의 흐름과 집중 방식을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므로, 이를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뒤에서 더욱 심도 있게 다룰 것이다.
이와 같은 인사이트는 경제학자 고들리의 견해에서 비롯되었으며, 현대화폐이론(이하 ‘MMT’)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MMT는 재정적자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고, 필요할 때 정부가 화폐를 발행해 경제를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통적인 부채 해결 방법은 정부가 지출을 줄이거나 세수를 늘려 상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로 택할 수 있는 접근은 부채 구조조정보다는 경제 성장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부채의 부담을 덜어내는 방법일 가능성이 크다.
나는 이 방식이 더 유력하다고 생각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명목 GDP가 증가하면서 부채의 상대적 규모가 감소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재정적자와 명목부채는 늘어날 수 있지만, 실질 부채는 줄어들 수 있다.
미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념적 접근을 피하고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세 개의 양동이
2024년 9월 기준 미국은 GDP 대비 6% 이상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1929년 대공황 이후 드문 현상이다. 이와 비슷한 수준의 재정적자는 2009년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과거와는 다르다. 경제는 여전히 강력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미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지출을 감행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연준의 금리 인상과 같은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이 경제 성장을 지탱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이 서로 엇갈리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특이한 상황이다.
뉴스나 인터넷에서는 미국 정부가 더 이상 적자 국채를 발행할 수 없고, 추가적인 국채 발행은 장기금리 상승을 초래해 결국 미국이 자멸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 경제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미국 경제학자 스테파니 켈튼Stephanie Kelton은 저서 『적자의 본질』에서 경제를 세 개 부문으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이것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양동이에 비유하곤 한다. 미국의 경제는 세 개의 큰 양동이에 비유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연방 정부 양동이, 두 번째는 국내 민간 부문 양동이, 세 번째는 외국 부문 양동이다.
정부 부문은 재정 정책을 통해 경제에 자금을 공급하거나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기록하는 경우, 경제에 자금을 공급하게 되어 민간 부문과 외국 부문의 흑자 유발에 기여할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흑자를 기록하게 되면 민간과 외국 부문이 자금을 잃어 다른 부문의 재정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민간 부문은 주로 가계와 기업의 자금 흐름을 담당하며, 저축과 투자의 균형을 통해 자금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한다. 민간 부문이 흑자를 기록하는 경우, 이는 가계 저축이 증가하거나 기업의 자금 조달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태를 나타낸다. 그러나 민간 부문이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또는 외국 부문에서의 적자가 필요하다.
외국 부문은 무역수지와 자본의 흐름을 통해 경제에 자금을 주입하거나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외국 부문이 흑자라면, 미국 경제로 외국 자금이 유입되며, 민간이나 정부 부문에서 외국 자금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반대로 외국 부문이 적자를 기록하면 자금이 유출되며, 이를 민간이나 정부 부문이 메우게 된다.
이 이론은 세 부문의 재정 상태가 서로 맞물려 균형을 이루며 경제를 움직인다는 것이다. 각각의 양동이는 자금의 흐름과 흑자-적자 상태를 나타내며, 한 부문의 흑자 상태는 다른 부문의 적자 상태와 연결되는 관계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적자를 확대하여 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면, 민간과 외국 부문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 흑자를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재정 긴축을 통해 자금을 흡수하면 민간과 외국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