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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2쇄 인쇄|2007년 7월 10일
초판 1쇄 발행|2007년 7월 10일
지은이|오귀환, 이우형
펴낸이|최용범
펴낸곳|페이퍼로드
기낸획|송병규
편낸집|허슬기
교낸열|김형종
마케팅|김경훈
홍보지원|강태화
주낸소|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63-10번지 2층
전낸화|326-0328, 6387-2341
팩낸스|335-0334
이메일|paperroad@hanmir.com
출판등록|2002년 8월 7일 제10-2427호
제작㈜한국이퍼브
ISBN 978-89-958266-7-6 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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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마흔 살의 승부수
오 선배님.
여린 싹들이 파릇파릇 오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이군요. 이른 더위에 건강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이렇게 글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먹고사는 일의 버거움’이란 이럴 때 얼마나 편리한 핑계거리인지요. 껄껄 웃으시며 “벌주 석 잔!”을 외치실 선배님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1967년생. 제 나이 올해로 꼭 41살입니다. 40대 2년차 초보운전자인 셈이지요. 아직도 실감은 나지 않는데 시간은 벌써 그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미궁이고 숙제인 40대는 눈앞에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저는 고래뱃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신발끈을 조이고 있는 셈이지요. 만일 선배님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어두컴컴한 안쪽을 향해 걸어 들어갈 엄두는 못 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겨울 마포의 한 선술집에서 나눴던 대화를 기억하십니까? 고작 40대의 1년간을 보내고 나서 저는 그 어마어마한 무게에 질려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불편한 40대를 하루빨리 벗어던질 수 있을까요?”
제 말씀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습니다. 육신은 멀쩡해도 마음속엔 피가 흥건하고, 흐르지 않는 눈물 때문에 세상이 안개처럼 부옇던 날들이었으니까요. 고통을 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일생에 한 번 찾아온다는 삶의 위기가 저에게도 닥쳐왔던 셈입니다. 마흔통(痛)이라고들 하나요? 그것이 그처럼 뜨겁고 아플 줄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던 거지요.
어느 시인처럼 ‘내 고통엔 이유가 없었다’라고 멋지게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제 고통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20~30대의 저를 이끌어오던 꿈은 이미 파산한 지 오래였습니다. 그것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안의 경제는 ‘기르던 강아지에게 부양을 의뢰하고 싶을 만큼’ 최악의 상황을 달리고 있었지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그처럼 부담스럽고 그처럼 원망스럽게 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더욱 고통스러운 건 앞날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지요. 누구 말처럼 한 번쯤 ‘대차게’ 세상과 맞장 뜨다가 이런 상황을 맞았다면 여한이라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 삶은 이 구멍에서 빼내 저 구멍을 메우는 임시방편으로 가득했지요. 결국 승부다운 승부조차 벌이지 못한 채 간신히 의무방어전만으로 기진맥진해진 형국이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던 나날이었습니다.
가끔씩 만나는 친구들은 어깨를 두드리며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쩔쩔 매지 말자! 인생 뭐 그리 어렵다고…!”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는 그들의 표정에도 제 것과 똑같은 두려움과 곤혹스러움이 가득했습니다. 위안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타개책과는 거리가 먼 얘기였지요. 그러니 하루속히 벗어나고 싶다는 제 말은 엄살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것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심을 하나 더 보태자면 40대의 강을 모두 건너 ‘그 자리’에 앉아계신 선배님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선배님은 이렇게 질타하셨습니다.
“이제 장마당에 멍석이 막 깔렸는데 재수 옴 붙는다. 나약한 소릴랑은 집어 쳐!”
선배님의 말씀에 따르자면, ‘마흔 살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시작이요, 인생의 승부 자체가 곧 마흔 살’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를 위로하기 위한 겉치레 말씀인 줄 알았지요. 하지만 선배님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을 얘기하고 계셨습니다.
“내 말이 의심스럽거든 지금 당장 묵은 신문이라도 뒤적여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조사해봐라. 너보다 더 극악한 조건 속에서 40대를 맞았던 그들이 어떻게 시작하고 성공했는지. 그러면 너도 ‘마흔 살의 승부’가 인생에서 갖는 의미를 깨닫게 될 거다.”
제 ‘마흔 살의 길 찾기’도, 선배님과의 의기투합도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일종의 내기처럼 그 작업에 참여한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그렇단 말야?’하고 자문하면서 말입니다.
수많은 40대의 삶을 추적하는 지난 반년의 시간은 너무나 행복하고 소중했습니다. 몸은 고달프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틀, 사흘 밤낮을 꼬박 새우다시피한 날도 많았지요. 하지만 그 시간은 항로 없는 비행과도 같았던 제 40대에 한 줄기 빛을 내려준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선배님 말씀대로였습니다. 우물 속에서 소리를 지르면 그 울림 때문에 더욱 귀가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혼자만의 마흔 살에 갇혀 지르는 비명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구도 이해해줄 수 없고, 오롯이 혼자만이 치르는 줄 알았던 삶의 고통. 그러나 눈을 들어 세상의 수많은 마흔 살들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좁은 생각이었는지 아프게 깨달았던 거지요.
그들은 전사였습니다. 그처럼 극심한 고난 속에서, 그처럼 꺾이지 않는 의지를 가지고 당당하게 삶의 승리를 거머쥔 사람들. 선배님의 말씀처럼 그들의 ‘마흔 살 승부’는 세상과 자기 인생에 고하는 투쟁선언이자 실천이었습니다. 그것을 통해 그들은 남루한 오늘을 벗어던지고 과감하게 새 인생의 주인공으로 나설 수 있었던 거지요. 부끄러웠습니다. 두려워서 벗어던지고 싶다던 저의 40대와 승부로써 모든 고난을 돌파한 그들의 40대는 얼마나 다른 것이었을까요? 그처럼 모든 걸 던져 삶의 승부에 나서보지도 못한 주제에 아픔 운운이라니 웬 헛소리였을까요?
피와 땀으로 점철된 그들의 생존투쟁. 그들이 사용한 승부의 밑천은 바로 마흔에 이르기까지 쌓아온 승부의 열정과 생존 의지, 지혜였습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쏟아 넣은 여한 없는 삶.’ 그들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삶의 완성은 그것이었고, 그들은 그것을 거머쥘 자격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그려온 삶의 궤적을 추적하던 지난 시간이 아니었다면 제 40대는 어느 수렁에서 헤매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제가 석 잔의 벌주를 받고 세 동이의 미주(美酒)를 준비해 선배님 앞에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지요.
많은 원고를 써보았지만 이처럼 더디고 어렵게 쓴 원고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잘 압니다. 제 자신과 너무 가까운 이야기라 객관적인 거리감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선배님의 애를 태우면서도 선뜻 원고를 내놓지 못했던 이유는 그것이었습니다. 거꾸로 그만큼 공을 들인 원고라 말씀드린다면 마음속의 죄송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까요?
선배님도 말씀하셨다시피 이 책은 출사표입니다. 전쟁터로 떠나는 장수가 임금 앞에 올리는 필사의 각오처럼, 동시대 모든 30~40대의 미래 앞에 올리는 출사표 말입니다.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승부에 대한 열정과 각오를 불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이제 저의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고래뱃속으로 들어가보려 합니다. 선배님, 저희들이 채우지 못한 지혜의 빈틈을 메워주시겠지요? 누구보다 후배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신 선배님이라면 꼭 그래주시리라 믿습니다. 다시 찾아뵐 때까지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남자 나이 이제 마흔…. 참, 우리 아우님도 숨 가쁜 시대 절절하게 열심히 살아왔구나!”
태어난 해를 처음으로 내게 전하는 아우님의 편지에, 그 ‘1967’이라는 숫자에 순간적으로 뭔가 가슴속을 뭉클 하고 지나가는 걸 느낍니다. 1967년생이라니! 모든 것이 한국 현대사의 주요 궤적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선명한 영상으로 머릿속을 맴돕니다. 그 숱한 함성과 격동의 순간이 죽은 듯 다시 살아 뒷골을 당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1987년 한국 현대사를 강타한 민주화의 대폭풍과 대통령 직선의 소용돌이를 당신은 갓 스물 뜨거운 가슴의 청춘으로 맞으셨겠지요. 격동의 세대임을 알리는 메시지가 성년 초입부터 날아든 셈이네요. 그리고 딱 10년 뒤 1997년 겨울, 한 집안의 가장으로, 직장인으로 제대로 채 서보기도 전에 그 무시무시한 IMF 사태와 외롭고도 무력하게 맞닥뜨려야 했겠지요. 오늘 잘릴지, 내일 문을 닫을지 모르는 불안과 초조 속에서 그렇게 입술이 타들어가고 오금을 저려야 했겠지요. 그리고 그건 시작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우리 삶을 무겁고도 냉혹하게 규정하는 ‘세계화’를 시작으로 ‘노동유연성’ ‘산업 공동화’ ‘양극화’ ‘노령화사회’ ‘국민연금 고갈문제’ ‘북한 핵실험’ ‘집값 광풍’ ‘사교육 열풍’ ‘FTA’… 온갖 허깨비 귀신에 시달리면서도 당신은 자식과 아내를 감싸 안고, 둘러메고, 걷고 또 걷고, 달리고 또 달려야 했겠지요.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 10여 년을 이리 뛰고 저리 넘어지면서 이젠 배짱은 물론 키마저 요만하게 작아져 가는 당신의 모습을, 당신의 처지를…. 그리고 어찌 당신뿐이겠습니까? 대한민국 1960년 어름에서부터 1970년 어름까지 태어난 모든 사내와 여인들이 다 그렇게 살아온 끝에 이제 ‘마흔’의 산중턱에 서게 됐다는 것을….
사람들은 묻곤 합니다.
“마흔은 어떤 나이이지요?”
그런 물음에 한참 생각하다가 나는 ‘자신을 긍정하는 나이’라고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려보았습니다. 꼭 눈에 보이는 것을 이뤄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자신을 긍정하기 시작하는 나이’라고 해도 좋겠고요.
왜냐고요? 아주 단순합니다. 이미 우리가 지금껏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지구의 탄생과 버금갈 만한 ‘기적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어려운 기적의 확률을 뚫고 당신은 태어나고 지금껏 살아남았는지, 그 복잡한 연산법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아무리 추락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이라도 외칠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나도 ‘한 방’이 있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존재는 유전자의 기적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뿐일까요? 당신의 유전자는 이미 지난 15만 년 수렵채취기를 거치는 동안 온갖 간난(艱難)과 도전 속에서 보존해온 엄청난 능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이것보다 더 확실하게 당신의 존재를 근원적으로, 우주적으로 증명해주는 것은 없습니다. 어찌 ‘기적’이 아니고, 어찌 ‘한 방’이 아니겠습니까!
하물며 지금 당신에게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하고 믿어주는 가족이 있지 않습니까? 당신의 우주와도 같은 기적을 이어가기 위해 당신은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마흔 살, 그동안 세상을 살아온 경험과 삶의 지혜를 확실하게 다잡아가는 나이… 그렇습니다. 당신은 아직 기회를 잡지 못했다 뿐이지 진실로 괜찮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30대의 긍정은 자칫 교만으로 비춰지기 쉽고, 50대의 긍정은 쉽사리 체념으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긍정은 점프를 앞둔 스프린터의 절제된 탄력을 닮았습니다.
마흔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변화와 맞설 수 있는 세대가 바로 마흔이 아닐까요? 30대와 50대 사이에 끼인 무슨 ‘샌드위치 세대’라는 식의 비하도 있었지요. 하지만 아닙니다. 오히려 30, 50 두 세대의 강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움켜쥔 채 단점을 보다 차분하게 수정해나갈 수 있는 세대입니다. 당신들이야말로 컴퓨터 마인드에 경제 마인드, 그리고 네트워킹 마인드를 트리플로 함께 공유하기 시작한 첫 세대가 아닌가요?
그뿐인가요? 당신들은 지난 30년, 한국사회의 격변을 맨 앞에서 함께 겪고 함께 호흡해 왔습니다. 그 정도면 세상을 충분히 이해하는 세대라고 할 만합니다. 한편으로는 변화의 엄청난 위력을 제대로 이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변화를 도저히 피해갈 수는 없다고 냉혹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끌어안을 수 있는 세대. 그것이 당신들입니다. 그동안 준비된 경험과 담력을 바탕으로 변화의 심장부로 성큼성큼 걸어갈 수 있는 용기 있는 나이. 그것이 ‘마흔 살’입니다.
마흔은 무엇보다 지혜라는 것을 제대로 아는 나이입니다. 당신들은 그 어떤 세대보다 더 확실하게 더 아프게 세상 모든 것의 본질을 깨달았습니다. IMF와 세계화의 태풍 속에서 ‘과거’라는 것이 절대 나와 내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정부와 회사가 무력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이 아픈 성숙을 통해 당신들은 국가와 사회가 나갈 길을 가장 냉정하게 알아내고 선택하는 세대가 되지 않았나요? 한국사회가 노령화 사회를 넘어 노령사회에 진입하면, 남은 생이 지금까지 살아온 생보다 더 길 수 있다는 진실을 끌어안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당신들은 앞으로 40년~50년 남은 기나긴 생을 손님 아닌 주인으로 헤쳐 나가야 합니다. 당신은 지혜롭게도 이 모든 것을 알아챈 채 진지하게 미래를 준비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앞으로 당신은 새로운 미래를 위해 새로운 승부의 길로 나설 것입니다. 공격의 길도 있을 수 있고, 방어의 길도 있을 것입니다.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인 그 길에서 당신은 여러 가지 간난을 이겨내야 합니다. 어떤 때는 견고한 상대방의 방어선을 돌파하기 위해 전격작전에 돌입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떤 때는 거세게 달려드는 경쟁자를 맞아 피를 말리는 진지전을 무릅써야 할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아내와 함께 연합작전을 벌일 수도 있고, 때로는 아들의 아이디어 하나로 활로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다 사랑이 말해줄 것입니다. 당신이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믿었느냐에 따라 가족이, 동창이, 친지가 끝까지 당신과 함께 할 것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크고 작은 주인공들이 바로 고난과 환난 속에서 믿음과 사랑과 인내로 감동에 이르고 있지 않습니까?
도전하십시오. 오직 도전하는 사람만이 승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도전해야만 패배라도 쥘 수 있습니다. 그게 진실입니다. 패배?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한 번 졌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다시 일어서십시오. 두 번 졌다고? 다시 일어서십시오. 바둑 한 판에도 최소 5번의 승부처는 온다고 합니다. 하물며 사람의 일에야…. 7번 쓰러지고 8번 일어나는 이도 세상엔 그득합니다. 너무나도 힘들고 어려워 몰래 주방 구석에 숨어 울다가 아내에게 들킨 사나이도 끝내 성공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당신들 마흔 살의 실화는 그 어떤 영웅들의 신화보다 우리에게 소중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차례
프롤로그
|서신| 마흔 살 아우가 50대 선배에게
|답신| 50대 선배가 마흔 살 아우에게
1 마흔, 역전은 시작됐다
마흔이야말로 승부 걸 타이밍
가지 않은 길을 걸어보라
주저앉기엔 아직 멀었다
장애와 결핍도 힘이다
두 어깨로만 견딘다
시작한 곳에서 끝장을 본다
인덕, 가장 큰 자산
최상의 상황은 언제나 지금이다
맷집도 힘이다
역사 속의 마흔 살·콜럼버스, 간디
2 죽을 각오로 승부하라
신이라도 지난 것은 바꿀 수 없다
풍요는 위기를 먹고 자란다
객사(客死)의 각오로 승부하라
실패하라
주변 사람들은 모두 당신 팬이다
시작하기 전 최고의 자산을 쌓아둔다
성공의 기본기
통찰력은 힘이 세다
사람 좋아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
역사 속의 마흔 살·록펠러, 세종
3 간절히 원하면, 분명 보인다
영업, 뚫으면 보인다
변화하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주변에 널린 아이템, 그것을 잡아라
성공의 세포분열법
영업직이야말로 요직이다
간절히 원하면, 분명 보인다
대세가 아니라 맥을 짚어라
역사 속의 마흔 살·카이사르, 이에야스
4 마흔이라는 것
목표의식을 분명히 하라
명승부를 꿈꿔라
40대의 손익결산서
당신도 ‘한 방’이 있다
뒤로 가는 꿈, 앞으로 가는 꿈
마흔 살의 검은 유혹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바꿔라
누가 뭐래도 가족이 최고의 스폰서
|독자좌담회|
|참고문헌|
마흔이야말로
승부걸 타이밍
세상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나이. 그래서 불혹(不惑)이라 했다. 그러나 이제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마흔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오늘날의 마흔 살은 누가 흔들기 전에 스스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흔 살은 실패가 두려워 움직이지 않는 사람과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앞으로 나가는 두 경우로 나뉠 뿐이다.
마흔 전에 번 돈은 자기 돈이 아니다
“5년 뒤, 10년 뒤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창업신화를 써 내려간 40대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들에겐 더더욱 도전이 필요했다. 더 이상 손을 놓고 있다간 이 불투명한 현실이 ‘고정’을 넘어 ‘고착화’의 단계에 이를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고착화 이전에 승부수를 던질 적기가 40대라고까지 단언한다.
“나이 마흔 전에 번 돈은 자기 돈이 아니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그만큼 경험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성공과 실패, 성장과 쇠퇴를 균형 있게 보려면 경험과 물리적인 나이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게 평소 제 생각입니다.”1)
패션 란제리 업체 ‘M코르셋’ 문영우(48) 사장의 말이다. 연 매출액 130여억 원을 돌파한 중견기업 M코르셋은 마흔에 이른 그의 경험과 도전의지를 먹고 자랐다. 창업을 하기 전 그는 ‘삼성물산’의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하던 엘리트였다. 하지만 그는 45살 되던 해에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자기 회사를 차리는 모험을 강행했다. 40대의 나이야말로 인생을 건 진검승부에 나설 가장 적절한 때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문영우 사장은 우리의 현실이 젊음의 패기와 열정 하나로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물리적 나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쉽게 말해 이 진창, 저 수렁 다 굴러본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잘 구르는 요령을 알기 마련이고,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 나잇값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쥬얼리 업체 ‘세미성’의 대표이자 보석디자인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영미(49) 사장의 말도 비슷하다. 과학교사를 하던 40살 때 내면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도전에 대한 갈망으로 승부에 나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40대와 승부의 함수관계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린다.
“젊은 나이였다면 바로 결과물이 안 나오는 것에 대해 쉽게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갔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40대에 시작해서 이 일이 아닌가봐 하고 또다시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좀 더 호흡을 길게 하고,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여유 있게 보고 기다려온 것이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는 발판이 된 것 같아요.”2)
그 말이 맞는다면 마흔은 틀림없이 불혹의 연배다. 하지만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도전에 나선 40대는 오히려 삶을 근본적인 흔들림 속에 놓는다. 그러나 결과에 조급해하지 않고, 더 나은 가능성을 찾아 좌고우면하지도 않는다는 측면에서 진정한 불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물리시간에 배운 힘의 공식 ‘F〓ma(힘은 중량과 가속도에 비례한다)’처럼 40대가 갖는 질량과 스피드가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시도하지 않은 도전은 부메랑이 돼 날아온다
도전은 언제나 불안을 동반한다. 본격적인 중년을 맞이하는 40대가 안정에 목매다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러나 필요한 때 시도하지 못한 도전은 늘 부메랑이 되어 삶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40대에 인생의 승부를 걸어 성공을 거둔 많은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눈앞에 떠오르는 고만고만한 미래가 보이는 순간 도저히 승부 결단을 미룰 수 없었다’고. 설혹 운 좋게 풍족한 노년을 보낼 수 있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하늘로 돌아가는 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최선을 다해 내 인생을 살았다’는 충족감 없이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40여 년의 세월을 보내며 쌓아온 경륜과 지혜의 깊이,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바위 같은 저력을 낭비하지 말라’고. 때를 놓치면 돌아오는 건 후회밖에 없고, 유감스럽게도 그 후회는 세상 무엇으로도 보상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지않은 길을
걸어보라
미국의 어느 경찰서에 한 건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버스 한 대와 운전기사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정류장에 도착하지 않는 버스 때문에 승객들의 항의는 점점 거세졌다. 마침내 버스회사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낼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납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곧 발견되리라는 예측과 달리 집채만 한 버스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드디어 담당 경관의 머릿속에 운전기사에 의한 자작극, 곧 절도의 가능성이 맴돌았다. 그 즈음 도시의 변두리에 나가 있던 또 다른 경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버스를 찾았다는 것이다.
담당 경관 앞에 끌려온 운전기사는 중년의 사내였다.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그의 얼굴엔 아직도 기쁨과 아쉬움이 어지럽게 교차하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을 저질렀냐는 경관의 추궁 앞에 운전기사는 이렇게 답했다.
“수십 년 동안입니다, 경관 나으리. 나는 왜 그 시간이면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만 했던 걸까요? 왜 나의 하루는 누군가 정해준 선 밖으로는 한 치도 벗어날 수 없었던 걸까요? 난 그저 내가 갈 수 없었던 길을 가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날마다 지키지 않으면 안 되었던 틀에 박힌 삶의 노선. 그것을 벗어나고 싶었던 그는 스스로 운전대를 돌려 가고 싶던 길을 마음껏 달렸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끝나버린 탈출극이었지만 그의 가슴속에 자유의 환희와 미래의 가능성이 싹트기에는 충분했다. 그것이 그의 남은 생애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지 않는가.
빛바랜 기억의 창고 속에 있는 어느 소설의 한 장면이다.
혼란과 불안 속에 새로운 길이 있다
우리에게도 가고 싶으나 갈 수 없던 길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건 그 길을 걸을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의 기회이다. 물론 그 기회를 쉽게 활용할 수는 없다. 비교적 단순하고 명쾌했던 모든 선의 헝클어짐, 결과가 예측되지 않는다는 혼란스러움이 결단을 막아오기 때문이다. 벗어날 것인가, 말 것인가. 한 가지 확실한 건 일단 벗어나보지 않으면 그 결단이 옳은지 그른지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003년 초, 불혹을 눈앞에 둔 이재구(43) 씨는 성남 인하병원 방사선과를 과감히 그만뒀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보수를 받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것. 또한 ‘병원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세상과 동떨어져 살고 싶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전문직인 만큼 정년은 거의 보장받은 거나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한 10년 하다보니 40대에는 뭔가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흔이라는 나이가 뭔가 도전하기 좋은 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굳이 창업을 앞당겼습니다.”
이재구 씨는 퇴직금과 저축을 털어 분당에 조그만 생맥주 전문점을 열었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또한 창업 이후 그의 삶이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120%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껏 후회해본 적이 없을 뿐더러, 설령 첫 도전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큰 후회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에게는 스스로 창조해나갈 더 나은 미래와 자유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를 갖고 하루하루 더욱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창업의 보람을 느낍니다.”3)
모든 승부의 길이 그와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본질은 같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새로움을 창조해나간다는 면에서 모든 승부는 혼란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기 때문이다.
성서에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태초에 혼돈이 있었다’고 말한다. 창조의 모태 카오스가 그것이다. 승부의 기로에 선 40대는 카오스 속에 놓여 있다. 혼돈은 괴로운 것, 피해야 할 무언가가 아니다. 그것이 없다면 더 나은 것, 더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나가는 삶의 창조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의 가슴속에 현재의 삶에 대한 한탄과 알 수 없는 설렘, 불안과 희망이 실타래처럼 교차하고 있다면, 기뻐하자. 새로운 시간도 그만큼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주저앉기엔
아직멀었다
울산시 남구 여천동에 가면 석유화학 장치산업업체 ‘(주)메츠’라는 특이한 기업을 만날 수 있다. 설립된 지는 겨우 5년. 그러나 내로라하는 경쟁사들을 누르고 해외시장을 장악한 업계의 소문난 강자다. 메츠는 창업 첫 해부터 18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06년도의 예상매출은 250억 원이었다. 메츠는 출발부터 알짜배기 중견기업 못지않은 실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런 회사가 ‘특이하다’고 한다면 무엇 때문일까? 역시 첫 해부터 쌓아올린 놀라운 실적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메츠의 특이함은 실적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온다.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 김인식 감독의 별명은 ‘재활공장장’이다. 나이가 많아 퇴물취급을 받으며 길거리로 나앉은 선수, 부상으로 채 꽃피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선수…. 김 감독은 그런 선수들을 불러 모아 ‘넌 다시 일어설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때까지 한번 준 신뢰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자신이 아직 세상을 위해 쓸모가 있다는 사실, 더구나 누군가 자신을 굳게 믿어준다는 기쁨 속에서 선수는 피나는 재활훈련의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예외 없이 야구판으로 돌아와 세상을 놀라게 하는 재기의 주인공이 된다.
메츠를 이끌고 있는 이중희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삶의 패배자들을 불러 모아 다시 일으켜 세운 재활공장장 역할을 자처했다.
“당시 30대 중반~40대 초반이던 부하직원들에게 ‘우린 다시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주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렇다. 메츠의 특이함은 바로 회사 전체가 재활공장이라는 사실에 근거한다. 37명의 직원 모두가 1막 인생의 실패자들,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에서 떨려난 기구한 사연의 주인공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주저앉지 않았다. 아직 가야 할 길이 살아온 시간만큼 창창하게 펼쳐져 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 대표의 부름에 응해 회사를 창업하는 데 힘을 보탰다. 서로를 독려하며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모질게 일하는 길을 택한 건 물론이다.
“전 직원 모두가 두 번 실패는 없다는 굳은 의지로 뭉쳤습니다. 회사를 창업하자마자 전 직원들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 건 그 때문이었지요.”
메츠가 일군 놀라운 실적의 비밀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4)
담보는 굳은살 박인 손바닥뿐
고문(拷問)의 역사는 인간의 의지가 삶과 죽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증명해준다. 한 고문자가 죄수를 잡아와 눈을 가리고 고문대 위에 엎드리게 했다. 그는 죄수의 등을 살짝 베어낸 뒤 ‘넌 피를 많이 흘려 곧 죽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36도의 물을 부어 마치 피가 철철 넘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놀랍게도 죄수는 오래지 않아 죽고 말았다. 그가 흘린 진짜 피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심리적 출혈은 그렇지 않았다. 과다출혈된 체념의 피, 절망의 피가 그를 죽음으로 이끈 것이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