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좋으면 너무 좋다고 말해야지.
네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음악을 듣는지 궁금하다고 말해야지.
혼자라서 무서운 적은 없었는지
함께라서 더욱 외로운 적은 없었는지 조심스레 물어봐야지
이런 생각과 다짐들을 많이 해야지.
십 년 동안 나는 겨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그게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4년 봄
너에게로 갈 수도 없고, 너에게로 가지 않을 수도 없는 속된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시 새로운 관계를 향해 마음을 여는 건 너로 인해 잊지 못할 어떤 ‘순간’들 때문일 것이다. 따스하게 주고받은 격려의 말과 오로지 나에게로만 향하던 눈빛과 스치듯 만져지던 네 손의 체온이 또 다른 너에게로 걸어갈 힘을 주기 때문에. 그토록 수없이 많은 이해와 오해와 반목 사이로, 몇 개의 순간들이 떨어진 비늘조각처럼 남아 생의 선물처럼 반짝이고 있기에.
키가 좀더 자랐으면 좋겠다.
내 몸의 성장판이 아직 닫히지 않았으면.
하나의 문장을 완성하고 잠든 날은 키가 크려는지 몹시도 무릎이 아팠다.
아직은 덜 자란 나와 같은 어른들을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다.
안색이 노란 아이들, 딱히 갈 곳이 없어 찬바람 부는 거리를 걷고 있을 아이들도 생각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알고 있다.
나이기도 하고 내 동생이기도 하고 내 먼 친척이기도 한 그런 아이들.
그들이 자기만이 아는 생(生)의 일기를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계절이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난 시절의 통증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만 있다면
겨울밤에 키가 자라는 꿈을 꾸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