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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정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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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그래도 난 나쁜 놈이 좋다>

그래도 난 나쁜 놈이 좋다

사랑은 유치찬란하고 유치짬뽕이고 유치작살일 때 이루어진다. 그 어떤 이론도, 그 어떤 이념도 개입되지 않은 가장 순수한 균일질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에 빠진 남녀가 그 어떤 짓을 해도 예뻐 보이는 것은 상대방을 아기의 시선으로 보는 까닭이다. 울어도 예쁘고, 똥을 싸도 예쁘고, 밤새 잠 못 들게 해도 예쁘고…. 아기가 젖병을 떼는 순간 자연히 사랑의 유효 기간도 끝이 난다. 철이 들면 끝나는 사랑. 그 사랑의 유효 기간이 끝나기 전에 완전 유치하게 사랑하라 - 머리말 그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할 때 끄적거려 보았던 시구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책장에서 숨쉬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도 한때는 한 대상을 죽도록 사랑하던 때가 있었고 예고치 못한 이별에 가슴앓이하던 때가 있었네요. 변한 게 있다면 세월이 남기고 간 주름 한 가닥 새치 두어 개 그리고 세 번 곱씹게 만드는 이성의 득세 다시는 내 인생에 이런 솔직했던 사랑의 감정이 올 것 같지 않아 더 이상 이성의 강퍅함에 휘둘리기 전에 세상에 내놓으려 합니다. 조탁되지 못한 젊은 날의 유치찬란한 시구지만 사랑이란 게 원래 유치해야 이루어지는 것이니 그 진심만큼은 서로 통하리라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금기가 많아진다는 거고 이성의 층이 두터워진다는 거지요. 그런 내가 두렵습니다. 젊은 날의 순수했던 사랑조차도 거부하고픈 내가 될까 봐 이성이란 놈이 나를 지배하기 전에 감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미친 척하고 내 손에서 떠나보냅니다. 시의 기본조차 안 되어 있다고 해도 할 수 없네요. 그 땐 문창과의 문턱에도 가 본 적이 없는 그냥 사랑에 눈먼 사랑의 시인이었을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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