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람들은 해가 진 뒤의 어스름한 시간을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고 부릅니다.
저쪽에 있는 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미묘한 시간.
집에서 기르는 개가 늑대로도 보일 수 있는 섬뜩한 시간.
그러나 늑대를 개로 착각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직 해가 기울기 전이지만, 저에겐, 오후 4시도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입니다.
다 이해되고, 다 용서되고, 나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좋은 모습만 보입니다.
그래서 오후 4시에는 사람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기원전에 풀지 못했던 수학 공식들이 풀리고, 그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비행기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우주선이 달나라를 왔다 갔다 하고)….
우리 가슴은 여전히 기원전 사랑 이야기에 뭉클합니다. 아마 2천 년 후에도, 4천 년 후에도 “여자의 맹세는 물에 적는다”는 소포클레스의 말에 가슴 찢어지는 ‘어떤 남자’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