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그려지는 동시
그때도 학급문집을 만들었어요. 3월 일기모음, 4월 생활문모음, 5월 편지글모음, 6월 독후감모음, 9월 시모음, 나중엔 졸업기념 글모음까지 다달이 만들었어요.
며칠 전 그것들을 펼쳐보았어요. 서툴지만 45명 어린이 각자 손글씨로 써서 복사 제본한, 벌써 33년이 지났더군요. 그동안 세 번 이사했는데 그 해맑은 동심을 소홀히 하지 않고 다 챙겨 다닌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내 그림 속엔/ 아이들 세상//
어른들은 없고/ 열 명도 넘은/ 아이들 소리만//
“야호!”/ “신난다, 하하하!”//
시끌벅적 소리로/ 꽉 찬/ 내 그림.
문집에 실린 한 어린이의 ‘내 그림’이라는 시예요. 이 시를 읽으면 시끌벅적 뛰노는 아이들 모습이 머릿속에 환히 그려져요. 또 읽으면 아이들의 즐거운 소리로 가득 찬 우리 아파트 놀이터가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져요.
그림 없는 동시를 이렇게 깊은 생각으로 읽으면 머릿속에 재밌는 그림이 그려지지요. 한 편 한 편 이렇게 고운 마음으로 읽고 읽으면 가슴속에 예쁜 그림이 새겨지지요. 상상력이 쑥쑥 크지요.
평소 틈틈이 즐겨 쓴 동시조 작품을 제4부에 모아 놓았어요. 동시 맛에 리듬 맛이 잘 어울릴 거예요.
이 동시집을 읽고 모두 행복했으면 참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