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아내에게 시(詩)로 집 한 채 지어 주려고 했다. 그 작지만 절실한 꿈의 파문은 차츰 은혜의 숲인 이웃으로, 조국으로, 우주로 번져 갔다.
그리고 아버지와 누나에 이어 할 이야기가 많은 형마저 졸지에 떠나자 당연한 듯 저승으로까지 돌진해 갔다. 이제 내 시는 무한 시공(無限 時空)의 통로인 셈이다. 그러나 그 겁 없는 확대는 치열한 내밀(內密)을 통해서만 허락될 것이다.
엉성한 대로 움막을 짓는다. 할 수만 있다면 말수를 더욱 갈고 닦아 나만의 양식과 솜씨로 우주의 영구주택을 지어 봐야겠다.
나는 몸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문외한이다. 다만 마음은 긴한 화두처럼 한시름 붙들고 평생 씨름해온 만큼 최소한의 독백쯤은 허락해도 될 것 같다. 그 일단이 백여덟 조목을 엮은 마음에 관한 자기 해부이다. 거창하게 백팔번뇌를 백팔복락으로 탈바꿈했다고는 못하지만, 몸과 마음을 불가분한 한 묶음으로 묶고 그 단일화 에너지를 한껏 살리려고 붓방아를 찧었다. 제목도 순 우리 모어인 몸과 맘(마음)을 합성하여 ‘뫔'으로 했다. - 책을 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