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주변 사람들을 찍었다.
영화는 남아 있지만 Film이 사라진 시대이기에 찍었다는 표현보다 기록했다는 의미가 맞을 수도 있겠다. 다수의 사람을 두서없이 촬영하였고 되도록 아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어떤 거리에서 사람을 기록하려고 노력하였다. 그 후 펼쳐진 사진들 앞에서 어떠한 주제보다는 막연한 느낌을 가지고 사진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사진의 주인공들은 모두 나와 다른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며 각기 다른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나는 꽤 오랫동안 내가 고른 사진들의 느낌을 고민했고, 한 가지 공통점들을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사진의 인물들 대부분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라본다는 것은 말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건 본인과 상관이 있다. 이미 지나간 것, 도망가고 싶은 것, 막연한 것, 꿈꾸는 것, 사랑을 기다리는 것 등. 그것은 마치 하늘에 떠있는 별일 수도 있고 나에게 불어오는 바람일 수도 있다.
그것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이고, 그래서 영화와 비슷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을 서로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우리들의 시간은 모두 다른 속도로 흐르기에 마주 볼 수는 없다고 해도 적어도 한 공간에서 한 번쯤은 서로를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영화라는 같은 시간을 공유하게 하고 싶었다. 그것은 이미 지나간 시간일 수도 있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일 수도 있다. - 작가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