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어제는 친구들과 처음 본 모르는 친구의 언니와 친구도 모르는 처음 앉은 술집에서 낮술을 마셨다
그러니까 낮술 같은 것
세상 따위 만만하게 마셔버리는 것
방심한 옆구리를 쿡, 지르는 것
질질질, 줄줄줄 흘려버리는 것
새는 것, 새버리는 것
집에 가는 길 따위 잃어버리는 것
익히 아는 안주 따위 토해버리는 것
낮술을 마시는데 친구의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낮술을 마시는데 친구의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중이었고
낮술을 마시는데 부고가 오고
부고는 언제나 낮술보다 늦는 법
그러니까 낮술 같은 것
슬픔의 겨를 따위 없애버리는 것
길을 잃고 길이 돼버리는 것
세상의 내장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
산에 오른 물고기 마냥 파닥거리는 것
기꺼이 기꺼이 먹혀버리는 것
너도 나도 다 잃어버리는 것
백지처럼, 백치처럼 지워져버리는 것
니가 물었지? 시가 뭐냐고,
나 지금 낮술 마시는 중이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