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여기서 우린 만났을까. 벌써 30여 년. 시간이, 쏜 화살 같구나. 헤어질 땐데 막상 시작도 끝도 없었구나. 시작도 끝도 없는 만남이고 이별이로구나. 시작이 끝이고 그 끝이 다시 시작인데, 그렇다면 지금은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게로구나.
중딩, 너희들과 희로애락한 지, 그 희로애락을 시로 써온 지 30여 년. 그리고 여기 이곳의 너희하고는 3년. 올가을에는 너희하고 이런 약속을 하였지? “내 너희에게 시를 한 편씩 선물하마.” 갖가지 너희의 아름다움을, 발칙스러움을, 변화무쌍함을, 찬란함을 너희 밖으로 불러내 나무로, 시로 보여주겠노라고.
이제 너희도 새로운 시작이고 나도 그렇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 생활들을, 시간들을 아무렇지 않게 이어가는 것이 삶이란다. 수많은, 그러나 결국은 한 길인, 삶의 길목에서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 나의, 언제나 첫사랑들아. 그리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