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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정길연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1년, 대한민국 부산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1년 9월 <달개비꽃>

가끔 자주 오래오래

이십대 초반의 서너 해쯤을 들판 쪽으로 창이 나있는 방에서 살았다. 방안 깊숙이 안개가 쳐들어와 잠결의 나를 적시고 물러가곤 했다. 내 생에 처음으로 감지한 그리움의 기미를 서둘러 접어야 했던 그 방에는 스무 살의 주인공 이선이 산다. 스무 해가 지난 기즘 그 방에서 이선은 아직도 가끔, 혹은 자주, 혹은 오래오래 한때의 사랑을 기억의 서랍에서 꺼내어 어루만지고 있을 것이다.

그 여자, 무희

이 소설을 쓰는 내내 나는 환했다가 어두웠다가 부풀어올랐다가 가라앉았다. 황무지가 되었다가 정원이 되었다가 막다른 벼랑이 되었다가 곧게 열린 강이 되었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글 밖의 현실에 붙들려서 들썽이다가, 막상 글을 쓰고 있지 않은 시간에는 쓰다 만 글에 머리채가 꺼들려서 질질 달려가는 기분이었다.

그 여자의 마흔일곱 마흔여덟

우리 나이로 마흔일곱, 마흔여덟. 두어 해 우여곡절을 겪고 났더니 이제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다. 무던해지다 못해 시들해졌다. 세상에 겁날 게 무어란 말인가. 눈물도 상처도 추억도 인연도 언젠간 마르고 아물고 흩어지고 사라지게 마련이지 않은가. 찬찬히 앞을 보면서 무던하게 살아내고 싶다. 시들하면 시들한 대로……

달리는 남자 걷는 여자

사람들은 잊기 위해, 아니면 잊히지 않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잘 잊고, 잊혀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그래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사는 게 무섭다가도 그 사실을 잊고, 인생 대수로울 게 뭐냐 매일 하루 치만 열심히 살자 하다가도 그 결심을 잊는다. 실수쯤이야. 그조차 곧 잊을 텐데 뭐. 잊거나 잊히는 일에 절박한 사람들은 어떨까. 이를테면, 잘려나간 기억의 환지통(幻肢痛)을 앓는 사람들. 이 소설은 망각과 복원, 기억의 소멸과 기억의 재구성에 관한 그들의 이야기이다.

백야의 연인

덜컹거리는 쇠바퀴의 진동을 느끼고 있자니 러시아 횡단열차 안에서 보낸 낮과 밤의 시간들이 생각난다. 끝없이 펼쳐지는 스텝의 야생화들과 하얀 수피(樹皮)의 자작나무들도.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향해 달리던 붉은화살호에서의 밤도 잊을 수 없다. 지나간 시간들이 언제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들 속에는 우리가 다시 반복할 수 없는 어떤 특별한 과정이 내재한다. 요컨대 우리가 추억이라고 명명하는 것들. 이 소설을 쓰려고 애면글면했던 시간들도 생각난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바빴고 가장 암울했고 가장 무모했던 시기와 겹쳤다. 소설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탕진한 채 널브러져 있는 자신을 추스르느라 정작 작업은 지지부진이었다. 그랬음에도 어쨌거나 끝을 맺었다.

변명 1

내가 쓴 책들 중에서 <변명>이 가장 많이 읽혔다. <변명> 이전에 쓴 글과 이후에 쓴 글을 모두 합쳐도 이 한 편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십여 년 동안 그 사실이 불편했다.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모든 예술이 자기로부터 출발한다는 명제를 옹호하는 차원에서, 독자들이 품은 자전적 의혹으로부터는 오히려 자유로웠다. 내가 불편을 느꼈던 건 <변명>이 내 문학의 첫인상으로 새겨질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변명>이 새 옷을 입는다. 약간의 원작 포토샵 과정에서 촌스런 옛날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낯밑이 홧홧 붉어졌지만, 못나도 내 자식인 걸 어쩌겠나. 배짱이 아니라 수용이다. 허물까지 떠안을 수밖에 없는 모성, 혹은 나잇값이 아닌가 한다.

변명 2

내가 쓴 책들 중에서 <변명>이 가장 많이 읽혔다. <변명> 이전에 쓴 글과 이후에 쓴 글을 모두 합쳐도 이 한 편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십여 년 동안 그 사실이 불편했다.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모든 예술이 자기로부터 출발한다는 명제를 옹호하는 차원에서, 독자들이 품은 자전적 의혹으로부터는 오히려 자유로웠다. 내가 불편을 느꼈던 건 <변명>이 내 문학의 첫인상으로 새겨질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변명>이 새 옷을 입는다. 약간의 원작 포토샵 과정에서 촌스런 옛날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낯밑이 홧홧 붉어졌지만, 못나도 내 자식인 걸 어쩌겠나. 배짱이 아니라 수용이다. 허물까지 떠안을 수밖에 없는 모성, 혹은 나잇값이 아닌가 한다.

설마군과 진짜양의 거짓말 같은 참말

이 책은 탈북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특별히 어린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요. 묵직한 슬픔에 짓눌려서도 꼿꼿이 일어서는 생명력이라고 할까요? 그들 가슴속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무언가가 들어 있어요. 꽃이 되고 열매가 될 그 무언가가요. 지금 이 시간에도 죽음을 무릅쓰고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건너는 북한 주민들이 줄지 않고 있어요. 줄다니요,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실정인걸요. 그들은 남이 아닙니다. 우리 동포들입니다. 우리가 통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로는 충분한 거지요.

쇠꽃

무정인지, 아니면 무심인지, 지나간 일들을 잘 잊는 편이다. 남들이 기억하는 내게 일어난 일을, 정작 나만 까마득히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책을 내고 나면 그 책에 대해서도 그렇다. 내가 쓴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글의 제목조차 떠오르지 않아 어물거렸던 적이 있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가능하면 빨리, 가능하면 깨끗하게 잊히길. 그래야 살아 내야 할 시간들, 써내야 할 글들을 온전히 머릿속에 들여놓을 수 있을 테니까.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는 오래전에 끝난 일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아요.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난 그날로부터 64년이 지난 오늘 이 순간까지, 끝나려야 끝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요. 그래요. 이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에요.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들이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그리고 평화로운 남북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지요. 더 늦기 전에, 정말 역사책 속의 역사가 되기 전에 풀어야 할 숙제인 거지요.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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