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란 사실 시정 거리가 차단된 여정인 것 같다. 내가 발을 딛는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모르며, 오로지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감각만으로 찾아가는 곳. 그러나 그곳에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있고, 피곤한 생애 던져 주는 휴식 같은 즐거움도 있다. 그러므로 소설가는 두렴 없이 그 길을 가는 것이다. 나도 그 길에 보다 용감하게 나서겠다. 이번 방황은 결코 허욕과 동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먼저 하겠다.
소위 <융합학문> 또는 <통섭적인 학제적 연구 방향>이라는 이름 아래 전공 분야의 색채가 더 흐려져 가는 이 시대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이러한 변명을 먼저 앞세우는 것은 이 논문집의 성격이 방향 없이 그야말로 천방지축으로, 흩어져버려 연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기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학교수로서의 내 경력과 같다. 대학의 발전적 방안을 위한 최선책이라는 이름 아래- 물론 지금도 많은 대학에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전공학과의 폐쇄에 따른 새로운 학과의 신설이나, 유과 학과로의 중치 등으로- 유리 방랑했고, 내 전공과 그 학과의 정체성이 맞닿는 지점에서 얼쩡거리며 썼던 논문들이기 때문이다.
- 책을 내면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