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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백미숙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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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그늘 없는 여름>

그늘 없는 여름

꽃비 내리는 4월 창가에서 우리는 시를 썼습니다. 바람 불면 아픈 상처를 쓰고 비가 오면 고운 추억을 썼습니다. 쓰고 썼더니 시집 한 채가 지어졌습니다. 들어가 살 일만 남았습니다. 아파트에서 잠을 자고 학교 급식실에서 밥을 먹지만 시집에서도 한 번 살아보려 합니다. 시집을 베고 꿈을 꾸기도 해보려 합니다. 배가 고프면 한 장 떼어먹어도 보려 합니다. 그러다 우리 몸이 시가 되어버리면 그냥 시로 살아보지요. 뭐 별 일 없겠지요? ―집을 함께 지은 지도교사 백미숙

할머니가 바늘을 꺼내 들었다

노크만 해보면 안다는 우리 엄마 내 방문을 노크해보고서도 왜 내 마음을 몰라? - 백민주 시 「수박을 고를 때」 전문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가 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장면이죠? 줄무늬 옷 멋지게 차려입은 수박을 똑똑 두드려 보고선 “이게 더 잘 익었구나! 이걸로 주세요.” 하시던 엄마의 모습을요. 그런데 이런 적은 없었나요? 어느 날 갑자기 밥맛도 없고 텔레비전도 재미없고, 엄마랑 말도 하기 싫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도 밉고… 두드려만 본 수박 마음은 저렇게도 잘 안다면서 내 마음은 왜 몰라? 혹시 이런 생각까지 해 본 친구들이 있을까요? 그런 적이 있다면 그 친구는 멋진 시인이 될 자질이 있는 것 같은데요. 시를 읽는 일, 어쩌면 재미도 없고 따분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시험에도 안 나오고 숙제도 아닌데 시간 아깝게 시를 왜 읽나? 이런 생각들 해 보았죠? 그런 친구들에겐 참 미안하지만,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시집이에요. 그동안은 아이들이 읽고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를 써 왔어요. 세 권의 시집이 그런 역할을 했는지 묻는다면 참 부끄럽고 할 말이 없지만, 이번 시집은 아픈 친구들의 마음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고 싶은 마음으로 쓴 시집이랍니다. 예전에 할머니가 구멍 난 양말을 감쪽같이 꿰매어 주시던 것처럼 이 시 한 편이 어린이 여러분들의 구멍 난 마음을 어설프게라도 기워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짧은 시 한 편이 아픈 마음에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를 읽는 일이 아픈 상처에 약을 바르는 일이 되는지 어디 한번 읽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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