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내리는 4월 창가에서
우리는 시를 썼습니다.
바람 불면 아픈 상처를 쓰고
비가 오면 고운 추억을 썼습니다.
쓰고 썼더니 시집 한 채가 지어졌습니다.
들어가 살 일만 남았습니다.
아파트에서 잠을 자고
학교 급식실에서 밥을 먹지만
시집에서도 한 번 살아보려 합니다.
시집을 베고 꿈을 꾸기도 해보려 합니다.
배가 고프면 한 장 떼어먹어도 보려 합니다.
그러다 우리 몸이 시가 되어버리면
그냥 시로 살아보지요.
뭐 별 일 없겠지요?
―집을 함께 지은 지도교사 백미숙
노크만 해보면
안다는 우리 엄마
내 방문을
노크해보고서도
왜 내 마음을 몰라?
- 백민주 시 「수박을 고를 때」 전문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가 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장면이죠? 줄무늬 옷 멋지게 차려입은 수박을 똑똑 두드려 보고선 “이게 더 잘 익었구나! 이걸로 주세요.” 하시던 엄마의 모습을요.
그런데 이런 적은 없었나요? 어느 날 갑자기 밥맛도 없고 텔레비전도 재미없고, 엄마랑 말도 하기 싫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도 밉고…
두드려만 본 수박 마음은 저렇게도 잘 안다면서 내 마음은 왜 몰라?
혹시 이런 생각까지 해 본 친구들이 있을까요? 그런 적이 있다면 그 친구는 멋진 시인이 될 자질이 있는 것 같은데요.
시를 읽는 일, 어쩌면 재미도 없고 따분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시험에도 안 나오고 숙제도 아닌데 시간 아깝게 시를 왜 읽나? 이런 생각들 해 보았죠?
그런 친구들에겐 참 미안하지만,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시집이에요. 그동안은 아이들이 읽고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를 써 왔어요.
세 권의 시집이 그런 역할을 했는지 묻는다면 참 부끄럽고 할 말이 없지만, 이번 시집은 아픈 친구들의 마음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고 싶은 마음으로 쓴 시집이랍니다. 예전에 할머니가 구멍 난 양말을 감쪽같이 꿰매어 주시던 것처럼 이 시 한 편이 어린이 여러분들의 구멍 난 마음을 어설프게라도 기워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짧은 시 한 편이 아픈 마음에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를 읽는 일이 아픈 상처에 약을 바르는 일이 되는지 어디 한번 읽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