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는 동안 몇 개의 조각을 통해 집약된 프랙탈 도형을 떠올렸다. 파편이라는 상징이 이 세기에서 의미하는 바는 처참하다. 모든 것의 의미를 수렴하는 진리라는 먼 소실점을 설정하여 세계를 바라보는 일의 가능 여부를 확신할 수 없으며 그러한 일에 대한 믿음이 불투명해진 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파편들을 연결하여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이던 과거의 유적을 다시 추적하고 방향성을 탐지하는 작업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동시대적인 흐름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전부나 모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전부나 모두를 각자로 분리시키고, 분리된 것들은 현재의 의문에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략) 불완전이란 그 자체로 의문을 내포하고, 어쩌면 의문은 불완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형태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나는 불완전하다. 『공기 도미노』 또한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