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공녀〉의 시나리오 출판 제의를 받고 망설였습니다.
운 좋게 영화가 완성되어 관객을 만나게 됐는데, 혹여나 영화를
좋게 보신 분들이 시나리오를 읽고 실망하시지는 않으실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준비하시는 분들이나 관객분들이 제 시나리오를
읽고 희망과 용기를 가지실 수도 있겠다 싶어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시나리오는 소공녀 촬영 버전으로,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이 글을 기준으로 〈소공녀〉를 만들었습니다.
완성된 영화와 처음과 끝을 포함하여 상당 부분이 달라서
둘을 비교해가며 보시면 다양한 재미를 느끼시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그리고 영화에 있어 편집의 힘이 얼마나 큰 지 느끼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월세는 없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
담배를 사랑하거나 사랑했던 사람들,
사는 게 바빠서 흩어진 친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춥고 고달픈 이 세상에서 만난 게
그래도 반갑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 시작한 영화입니다.
세상은 비싸고,
좋아했던 것들은 모두 사라지지만,
부디 여러분 모두에게 미소가 함께 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