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소설쓰기는 인간의 내면에 교묘하게 은폐된 채 공존하는 모호하고 모순된 이중성을 들춰내는 작업이자 고독에 대한 강렬한 자각이다.> 일기장에 써두었던 이 말을 옮기면서 여덟 편의 소설을 더듬어 본다. 많이 부족하고 변죽만 울린 감이 없지 않지만 앞으로도 이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점차 날카롭고 예리해지기를, 깊어지기를 소망한다. 그러려면 우선 내가 더 철저하고 완벽하게 고독해져야 할 것이다.
어느 철학자의 삶을 지배했던 세 가지 열정은 사랑에 대한 열망, 지식에의 탐구,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라고 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전적으로 동의했다. 나 역시 아직도 진실한 사랑을 꿈꾸고, 지식을 갈구해 책장을 넘기며, 타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해 가슴앓이한다. 여기 실린 아홉 편의 소설은 일천하나마 그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