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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과 동물권 글쓰기는 종간(種間) 차이를 차별로 연결 짓는 사회에서 종간 같음을 발견하는 작업이자, 종내 다름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작업이었다. 글을 쓸 때마다 철옹성처럼 튼튼하고 거대한 현실의 벽을 마주했다. 죄책감에 짓눌렸고 활동가들의 외침과 동물들의 절규와 투쟁에도 요동치 않는 사회에 분노하고 절망했다. 그야말로 벽에다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한동안은 이상한 사명감으로 무장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뒤돌아서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늘 복잡한 심경으로 첫 문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의 온점을 찍는 순간에는 이상하게도 후련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턱’ 하고 숨이 막힐 때마다 글로 ‘토’해낼 수 있었다. 글을 읽고 공감해 준 사람들에게 고마웠고 무언가에 찔린 듯 불편해하는 독자들에게도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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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함만 남는 글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실컷 불편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되어 함께 불편해하면서 글과 말과 몸으로 소리를 내었으면 좋겠다. 그 끝엔 기필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믿음으로 말이다. 더 나은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만고불변의 진리.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 덕분에 세상은 더 나아지고 있다.
2022년 6월
이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