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서울과 양평을 오갔다.
아픈 사람들이 서울에서 양평으로 건너가는 것은
칠흑의 한밤중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 몸을 건너가는 병이 구름 사이로 떠다니지 않게
병명이라는 검은 돌들을 별자리처럼 놓아본다.
이 시집이 별들을 가리키는 헛된 손가락이라 할지라도
언니를 아프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
2020년 11월
폐교 운동장 구석.
서녘 하늘로 기운 태양에 아직 달아 있는 몽돌 하나
어디에서 와서 그 어색한 자리에 앉아 있는 걸까
홀로 품으려 애쓰는 자리, 혼자 바다를 그리워하는 자리
내게 시는 연민에서 출발한 사물 이해법
그것이 사물을 보게 한, 또는 보이게 한 시력이다
내 시 속에 늘 오도카니 있는 존재들
그 외딴 것들이 느끼는
아주 붉은 현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