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낸다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다. 과연 내가 몇 십 년 자란 나무를 통째로 없앨 만큼 알찬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나 하는 망설임부터, 내 생각이 그저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까지… 더구나 어떤 필요를 위해 충분히 익지 않은 생각들을 얼기설기 엮어 책을 낸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교육학자로서의 책임감을 생각한다면 썩 내키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실은 책에 담고 싶은 몇 가지 생각들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기는 하다. 가장 쓰고 싶은 책은 대안적 교육학에 관한 것이었다. 어쩌면 한국의 사대와 교대에서만 통용되는 교육학에 국한되어 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기존의 교육학은 기본 전제와 개념, 그리고 체계 자체가 틀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관련하여 좀 깊이 있는 대안교육 철학에 관한 책도 썼으면 싶었다. 하지만 막연한 내 생각을 이론적으로 설득력 있게 정리하자면 적어도 몇 년은 골방에 들어앉아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담긴 글들은 새로 쓴 부분도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여기저기서 발표한 것들을 서로 연관되도록 편집한 부분이 더 많다. 다행히 내 관심이 자나 깨나 한국교육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대로 구색이 맞추어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매의 눈으로 보면 논리적으로나 학술적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다만, 독자들이 우리 교육의 변화를 향한 나의 간절한 바람을 이해하고 이를 위해 제시한 몇 가지 문제의식이나 방안이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인정한다면 그 자체로 큰 위로가 될 것이다. 만일 단 몇 명의 독자에게라도 이 책에 담긴 내용의 일부가 기존 교육 체제의 철벽을 향한 불화살로 느껴질 수 있다면, 혹 그중 하나가 불쏘시개를 만나 활활 타는 불길을 만들 수 있다면, 그건 더 바랄 나위 없는 축복일 것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이 책이 다소 어렵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학술적인 냄새가 나는 표현이나 내용이 여기저기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본격적인 학술서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학술서도 아니고 대중적이지도 못한 책이 되었지 싶다. 그래도 지금 와서 어쩌랴. 그저 독자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구한다.
이 책의 내용이 모두 나의 독창적인 생각들이라고 볼 이유는 없다. 지금은 그것들이 본래 나의 생각이었는지 다른 사람의 것이었는지 구분하기조차 어렵지만, 어찌 독불장군이 있으랴. 필시 수많은 스승님과 동료들, 그리고 몸으로 실천하는 무수한 교사들과 아이들에게서 귀동냥과 눈치로 배운 것들일 것이다. 누구라고 특정하지는 못하지만, 이 얕은 생각이나마 갖도록 가르쳐준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허구한 날 내 등만 바라보고 살아 온 아내와 두 딸에게 마음 깊이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