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인들은 일찍이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강력한 향수와 부정적 현실에 대한 자각 속에서 시를 쓴다. 그렇기에 시는 자서전일 수밖에 없으며 고백과 성찰을 축으로 한 성장의 드라마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 문학에 ‘성장 시’는 없다. 이상하지 않은가? ‘성장 시’라는 틀로 시를 조명할 때 우리는 시적 성장통과의 만남을 통해 보다 더 정서적이고도 다채롭게 내면을 탐색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해서 ‘성장 시’라 명명되지 않은 시들을 ‘성장통’을 근거로 묶을 생각을 한 것은 세월호의 비극이 있고 난 뒤다. 그때 나는 다짐했다. 한때 청소년이었던 시인들이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를 거치면서 겪은 아픔이 어떻게 꽃으로 피어나는지를 그린 시들을 모아 청소년들에게 선물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