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에서 낡고 병든 문학적 관행과 후기 자본이라는 물신주의가 지배하는 문학 제국의 유령을 성찰하고자 했다. 책의 제목을 '문학 제국'이라고 명명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주류 문단, 제도권의 학계, 보수 언론이라는 3자의 유착관계는 문학 제국의, 문단 주류의 문제점을 은폐시키면서 자정 노력을 가로 막는 일등 공신이었다.
문학 제국의 몰락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서도 기인하지만 시대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문학계 내부의 오만과 독선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진화하지 않는 문학 제국은 필연적으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회고하거나, 현재의 삶을 한탄만 해서는 비평의 밝은 미래는 다가오지 않는다. 나의 현장비평은 비록 문학판의 고질적 병폐를 치유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위한 작은 불씨가 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