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로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다. 눈높이가 아이들을 닮아 노는 걸 좋아한다. 아이들 곁에 있는 꽃과 나무, 새와 나비, 곤충, 벌레, 돌멩이…. 모두 내 친구가 되었다. 그 친구들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짓고 싶다.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엄마 계시냐》와 동화 《강화 섬 소년 석이》 《하꿍 괜찮아》 《서호와 밀레, 조선 르네상스를 그리다》가 있다.
강처럼 넓은 저수지 위에 작은 초등.학교가 있어요. 그곳 병설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생활하고 있답니다. 교실 창문에서 저수지를 내려다보면 햇살이 빛살 그물을 친 것처럼 반짝여요. 바람이 불면 물결이 파도처럼 일렁이고요. 이른 아침에는 물안개가 학교를 포근히 감싸 주지요. 우리 반 친구들과 저수지로 산책을 자주 나가요. 물가에 핀 들꽃과 인사도 나누고 물수제비도 뜨며 놀지요. 물고기는 우리를 반기듯 이따금 물 위로 뛰어오르기도 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주 커다란 붕어 한 마리가 죽어서 물가에 둥둥 떠 있는 거예요. 친구들이 불쌍하다고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어요.
“물고기 왜 죽었어요?”
아조가 울먹이며 묻는데 선뜻 대답하지 못했어요.
“선생님! 배고파서 죽었죠?”
주언이 말을 시작으로 친구들이 물고기 얘기로 와글와글 시끄러웠어요.
“낚싯바늘에 걸렸던 물고기야. 상처 때문에 죽은 거지.”
아빠와 낚시를 자주 가는 대성이가 아는 체를 하자 성훈이가 나섰어요.
“그런다고 죽냐? 지들끼리 싸운 거지.”
그런데 진영이가 자기 때문이라고 우는 거예요. 우유를 안 먹고 세면대에 몰래 쏟아 버렸대요. 그걸 먹고 물고기가 죽은 거라고. 순간 친구들 얼굴이 굳어졌어요.
“나도 버렸는데…….”
“나도.”
“나는 손비누 다섯 번도 넘게 짰어.”
손비누는 한 번만 짜서 쓰는 게 우리 반 약속이에요. 거품을 헹구려면 물이 많이 들고 물도 오염되니까요.
“나는 물을 틀어 놓고 양치했는데…….”
친구들은 자기들이 저수지를 오염시킨 범인이라도 되는 듯 고개를 들지 못했어요,
우리는 유치원으로 돌아와 수질 오염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죽은 물고기가 강과 하천을 하얗게 덮은 영상을 보고 친구들이 눈물을 글썽였지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물고기를 지켜줄 수 있을까?”
친구들은 손을 번쩍번쩍 들고 말했어요.
“물을 아껴 써요. 세제를 적당히 써요. 물을 받아서 써요.”
그동안 잘 알면서도 지키지 않은 약속들이었어요.
그날 이후 친구들이 달라졌어요. 우유도 잘 먹고 손비누도 조금만 짜서 썼어요. 양칫물도 받아 썼어요. 집에서도 물 지킴이가 되어 가족을 가르치고 있다나요?
친구들을 보며 물을 사랑하자 수백 번 말하는 것보다 수질 오염으로 고통 받는 물고기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더 좋은 영향과 마음을 줄 것 같았어요. 그때 번뜩 어릴 적 기억 속에 물고기 한 마리가 떠올랐어요.
시골 농촌에서 자란 내게 산과 들은 놀이터였어요. 이른 봄이면 논물을 대려고 겨우내 모아 두었던 저수지 물을 텄어요. 그날은 동네 잔칫날!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물고기를 잡았어요. 붕어, 메기, 장어도 엄청 많았어요. 그중에 알록달록 예쁜 물고기가 있었어요. 진흙탕 속 유독 예쁜 물고기! 하늘거리는 지느러미에 등을 덮은 붉고 푸른 비늘! 너무나 신비로웠지요.
‘저수지를 지키는 물고기인가 봐!’
미리는 내 마음속에 살고 있던 물 수호신! 바로 하늘물고기예요.
어린이 여러분 마음에도 물고기 미리가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물을 더욱 소중히 하겠지요? 여러분이 사용한 물이 모여서 시냇물이 되고 강물을 이루어 바다로 흘러갈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