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오가며 폐지를 모으는 할아버지와 백구를 처음 본 게 줄잡아 5, 6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가끔 그들을 마주칠 때면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궁금했다. 우리 동네엔 고물상이 없는데 할아버지는 저 폐지를 어디까지 끌고 가야 하나? 나는 소위 말하는 신도시에 산다. 아무리 생각해도 즐비한 고층 아파트들 사이 어디에도 고물상이 있을 만한 곳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몇 년이 지나 길에서 우연히 리어카를 끌며 앞서가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그 사이 늘 할아버지 곁을 지키던 백구는 없었다. 마침 운동 삼아 걸으려던 참이었으므로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고물상을 만났다. 내 추측처럼 동떨어진 곳이 아닌 자주 다니는 큰길에서 불과 한 블록 뒤였다. 주변과 너무나 다른 풍경이 빚어내는 완전한 고립, 그 곳은 섬처럼 떠 있었고 판타지처럼 내게로 다가와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다.
삶이 빚어내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단면과 진실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관계에 상처받고 소통의 부재로 괴로워하지만 때론 기꺼이 홀로 있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우리’를 향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이라 믿기 때문이다.
고독한, 그러나 빛나는 청춘들에게 이 글을 보낸다.
한없이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