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 『웃는 동안』, 『베개를 베다』, 『날마다 만우절』, 장편소설 『구경꾼들』, 『상냥한 사람』, 중편소설 『첫 문장』 등이 있으며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승옥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상냥한 사람을 오랫동안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생각날 때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만지작거렸다. 그러면서 여러 이야기를 했다. 주인공과 이렇게 수다를 떨어본 게 언제였는지, 그 기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러 주머니에 손을 넣고 동네를 돌고 돌았다. 길에 버려진 운동화 한짝도, 금이 난 담벼락도, 고지서가 쌓인 편지함도, 이야기가 되어 내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럴수록, 주머니에서 상냥한 사람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인간이란 존재는 어느 정도의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기 전에 나는 주머니를 들여다보고 물었다. 작가는 어느 정도의 슬픔이 적절한지, 또 어느 정도의 희망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는 존재일까? 두 손을 가만히 쳐다보면서 나는 물었다.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어서 나는 무서웠다.
잘 모르겠다고 수십번 중얼거린 뒤, 나는 겨우 용기를 내어 상냥한 사람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닳고 해진 이야기. 나는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문장을 적었다.
2019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