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술시전집>을 다시 펴내며
문학사의 오류를 발견할 때마다 서술자의 실수를 탓하기보다는, 후학들의 무료한 미확인 인용 행태의 불성실성을 걱정한다. 무릇 연구의 첫 발은 기초 자료의 확인이라는 다소 성가신 작업에 내딛어야 하는 것이지만, 기한 내에 소기의 성과를 도출하고 싶은 성급한 연구자들은 이 단계를 쉽게 간과해버린다. 그 과정에서 한 시인의 전기적 사실이 왜곡된 채 수정할 수 없는 사실로 굳어진다면, 연구자의 업적은 모래성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김창술(野人 金昌述) 시인의 경우가 여기 속한다.
그는 일제에 의한 국권침탈기에 민족해방을 위한 문학운동전선에서 활약했던 시인이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었는데, 잘 알지도 못한 연구자들이 ‘무학의 노동자 시인’, ‘카프시인’으로 규정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어설픈 연구자의 알량한 성과가 한 시인을 금 안에 가두어버리고, 어리석은 후속 연구자들은 그것을 확인조차 안하고 복사하느라 분주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늦게나마 김창술의 시작품들을 한데 묶는 이유는 뚜렷하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듯 1920-30년대 리얼리즘시의 한 국면을 고스란히 감당하였다. 따라서 그의 시세계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근대 시문학에 대한 평가가 온전히 이루어질 수 없다. 그의 시작품을 통해서 당시 리얼리즘시의 경향과 한 시인의 당대 현실에 대한 치열한 시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오로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외래 담론을 선택했고, 시적 실천에 복무했던 신념의 시인이자 지사였다. 최초로 공개되는 그의 전기적 사실과 사진자료를 통해 시문학사의 오류가 바로잡히고, 나아가서 한스런 역사의
뒤안길에서 살다간 그의 파란만장한 실체적 삶이 복권되기를 바란다.
살아서는 시집 한 권 갖지 못했던 불행한 시인이었고, 죽어서는 전기적 생애조차 복원되지 못한 박복한 인간이었던 그의 시전집을 만들어준 분과 읽어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사진 자료를 기꺼이 제공해주고, 추모의 글을 써준 유족들에게 사의를 표명하며, 이 전집의 발간으로 그들이 감당했을 개인사적 고통들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이 전집은 2002년판(문예연구사)을 깁고 더한 것인 줄 밝혀둔다.
아 5월,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