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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황성자

최근작
2023년 10월 <모로코, 천년의 시간을 걷다>

황성자

스물다섯에 결혼 후 두 아들의 엄마로 살다 문득 “40대에 난 무얼 하고 살지?”란 의문에 빠지면서 무작정 금융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20여 년을 한 직장에 머물며 치열하게 살던 나는, 문득 삶의 종착역에 이르렀을 때 일만 하며 살았다고 말하고 싶진 않았다. 접었던 꿈을 위해 과감히 일의 분량을 삼분의 2로 줄이고 여행하며 글 쓰는 일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13년 <에세이문예> 공모전에 당선하여 수필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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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모로코, 천년의 시간을 걷다> - 2023년 10월  더보기

밀려오는 일상의 버거움을 참지 못하고 나는 떠났다. 비행기가 모하메드 공항에 착륙하는 순간 현재와 과거의 기억이 지우개로 지운 듯 사라졌다. 공항 인부들 발등을 타고 다니는 게으른 햇살과 질레바를 입은 사람들 사이로 의식은 빠르게 이동했고, 양어깨 위에 앉아 나를 누르던 현실의 무게도 사라졌다. 운전자와 보행자는 서로 크레이지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그 사이를 당나귀와 말들이 오간다. 여기저기서 구걸하는 사람들 손이 삐져나왔다. 벙벙하게 부풀려 코에 뒤집어쓴 채 걷는 소년의 눈동자는 허여멀건했고, 갓난아기를 안은 부인을 태운 오토바이 운전자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질주한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낄낄대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교통경찰은 정신줄을 놓았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고 머플러는 부풀려져 팔랑거렸다. 나의 두 다리는 바람을 따라 방향을 틀었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체기가 느껴질 정도로 울렁거리던 발걸음이 어느 지점에서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모든 의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게 여행은 늘 그랬다. 현실에서 도망치듯 급하게 떠났고, 어느 순간 망각의 강을 건넜다. 현실을 잊은 게으름이 그리움으로 변할 즈음 나는 부리나케 일상으로 복귀했다. 어쩌면 나의 두 다리가 견고하게 이 땅을 딛고 서 있는 한, 나는 습관처럼 이역만리 머나먼 땅으로 날아가 망각의 강을 건너고, 다시 그 강을 건너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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