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제대로 못 마시는 사람이 시를 쓰겠다 마음 먹은 자체가 잘못이다. 하루에 다섯 병씩 줄기차게 1백 병쯤 마신 뒤에야 시가 봇물처럼 나온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긴 역대 알만한 시인 중에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시인에게 술은 좋은 시를 낳게 하는 원천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소주 한 병 이상 못 마시니 애초 시인이 될 자격 미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시가 고팠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오리무중, 시라고 써놓고 스스로 흡족한 때가 없었다. 등단 5년 차로 시집 한 권 없느냐는 핀잔에 눈 딱 감고 내놓지만 사실 부끄럽다. 좋은 시에 목말라 하며 더욱 열심히 술 취한 그 평정심에 다가서려 한다.
2024년 봄날에
愚齋 尹中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