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는 가을, 겨울의 음악가다. 가을과 겨울은 결실의 계절이자 종말의 계절이다. 그러면 브람스는 절망과 염세의 음악가일까? 그의 구슬픈 선율은 그런 오해를 환기시킬 수 있지만, 그것은 오히려 사랑에 대한 열망이고 그리움이다. 암울한 「알토 랩소디」, 아니 죽음에 대한 애절한 명상인 「독일 레퀴엠」에서조차 항상 따스한 사랑과 기도하는 마음을 담고, 새로운 꿈과 소망을 얘기한 사람이 브람스다. 알베르 카뮈는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라고 했다. 브람스의 음악은 죽음으로 향하는 낙엽이 아니라 꿈꾸는 단풍이다. 단풍은 새로 핀 꽃이다. 브람스의 음악은 가을에 피는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