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는 말의 깊은 뜻을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 뒤돌아보니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직업, 사는 곳까지 모두 다른 사람들이 풍수라는 인연으로 ‘정석풍수연구학회’라는 모임을 만들고, 그저 풍수가 좋고 재미있어서 매주 현장 답사를 다닌지 십 년이 훌쩍 지났다.
서로가 바빠서 형제들도 매주 만나는 경우가 드문데 우리 회원들은 매주 꼬박꼬박 만나서 눈보라와 강추위, 그리고 폭풍우가 와도 굴하지 않고 답사를 하면서 풍수 실력을 갈고닦았다.
예전에는 답사지를 찾는 것도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다. 풍수계에 알려진 유명한 장소는 그나마 쉽게 찾아갈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어렵게 답사지를 찾고 주소를 알아내도 항공 사진이나 위성 사진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이책으로 된 지도를 펼쳐 들고 이 산 저 산 오르내리기를 마다하지 않았어야 했다.
알려지지 않아 어렵사리 찾아간 장소가 풍수적으로 멋진 곳이었을 때 문득 우리의 발자취를 남긴다면 우리만의 기억이 아닌 다른 이들의 답사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초 우리는 ‘전국의 풍수 유적지를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길 안내 책’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거리상으로도 적당하고 풍수 유적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 쉽게 생각하고 강원도 편을 먼저 만들기로 했다. 강원도 편은 1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계획하고 첫발을 내딛었는데 생각보다는 유적지가 많아서 해를 두 번이나 넘기게 되었다.
또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난관도 만났다. 책을 만드는 주 목적이 가장 쉽게 현장을 찾아가게 해 주는 것이어서 구글 위성 사진과 드론 사진을 넣어 쉽게 장소를 찾고 주변 지형을 보면서 풍수를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저작권 문제와 항공 촬영 허가 문제로 부득이하게 포기하고 다시 국토교통부의 V월드를 사용하는 승낙을 얻고 재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이 책은 길 안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인물 개요나 풍수 요점은 간단하게 핵심만 정리하였다. 또 각 답사지의 소재지 주소와 함께 내비게이션으로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주소를 정리하였다. 그리고 인물이나 건물의 개요 등도 인터넷 검색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가급적 빼고 간소화하였으며 풍수적인 사항도 현장에서 분석할 때 꼭 참고할 사항만을 표시하였다.
이 책에 소개한 유적지들은 풍수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조선 시대까지 터가 정해진 곳들을 원칙적인 대상으로 하였고 근대와 현대에 조성하거나 이장 또는 이전을 한 곳은 특별한 경우에만 포함하였다.
그런 기준에 부합하는 곳을 가급적 빠짐없이 소개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구하고 현장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분명히 누락된 곳이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은 채 강원도 편을 마무리하였다.
책을 준비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인 묘들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현장을 많이 접했다. 건축물들은 문화재로 인식해서 대체로 잘 보존되고 있으나 묘는 문화재로 지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많이 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대적으로 화장이 유행이기는 하지만 묘는 한 번 훼손하면 복구가 어려우니 오래된 조상의 묘를 관리하기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없애 버리는 것은 문화재를 관리하는 측면에서도 심사숙고하여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마무리하니 일단은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런데 강원도 편의 마무리가 끝이 아니다. 이제 또 다른 시작이어서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 전국을 전부 마치려면 앞으로도 10년 이상 걸릴 것인데 이 작업이 모두 끝날 때까지 정석풍수연구학회 회원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함께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2019년 봄,
정석풍수연구학회 대표 저자 조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