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바다’라는 말을 생각합니다. 난바다는 ‘먼바다’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땅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아니라 바다를 뒤로한 채 배를 타고 멀리 갔던 사람의 ‘나온 바다’입니다. 저는 이 말에서 한 시절을 지나온 사람의 안도감이 느껴집니다. 소설을 길어오겠다고 나선 바다에서 저는 시간과 사람의 힘에 흠뻑 젖었습니다. 눈감으면 아른거리는 물결과 빛살만으로도 넘치게 받아온 듯합니다. 문득 소설도 바다처럼 자기의 흐름대로 흐를 뿐 못내 휩쓸리고 허우적거린 것은 제 마음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