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적으로 논문을 써 내려간 것은 최근 삼 년 동안의 일이다. 박사학위 논문을 써 낸 뒤라 다소 여유로운 환경에 놓이기도 했지만, 최근 연구 경향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어서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달려들게 된 까닭이다.
유럽에서 발원한 단단한 근대를 절대적인 것으로 전제하고, 다른 근대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버리는 연구들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제국주의와 저항적 민족주의를 거울의 대칭 관계로 파악하여 둘 다 비판하고 나서는 태도는 결국 식민주의로 귀결하고 마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실상의 왜곡과 침소봉대의 독법에 의해 만들어진 무책임한 성과는 엄밀한 검증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닐까. 대략 이러한 물음들이 사명감으로 벼려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