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소설가이자 영화배우, 번역가.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1976년 타이완 융징향(永靖鄕)에서 한 농가의 아홉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푸런(輔仁) 대학 영문과와 국립 타이완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했다.
독자와 평론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현재 타이완 문단의 중심에 떠오른 작가로, 임영상(林榮三) 단편소설상과 구가(九歌) 출판사 연도소설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귀신들의 땅』으로 타이완 최고의 양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금정상(金鼎獎) 문학부문상과 금전상(金典賞)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다. 산문집 『반역의 베를린』 『베를린은 계속 반역중이다』 『아홉 번째 몸』과 소설 『손톱에 꽃이 피는 세대』 『영화귀도(營火鬼道)』 『태도』 『변신의 플로리다』 『알러지를 제거하는 세 가지 방법』 등을 출간했다. 전작 『귀신들의 땅』은 12개 언어로 출간되었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베를린의 친한 친구 하나가 라이프치히(Leipzig) 동물원에 타이완에서 온 천산갑이 있는 걸 아느냐고 물었다. 녀석들은 타이완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고, 인간과는 다르게 평생 시차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라이프치히 동물원에서 영원히 타이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기차를 타고 산책을 하면서 라이프치히 동물원으로 녀석들을 만나러 갔다.
헬로, 시차를 느끼지 못하는 천산갑들아, 잘 지냈니. 나도 타이완에서 왔어.
인사를 마치고 나니 한 쌍의 남녀에게 눈길이 갔다. 연인이나 부부 같진 않았다. 몸의 상호작용에 보이지 않는 장력이 존재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그들이 천산갑이 되어 발톱으로 동굴을 파는 모습을 상상하는 이야기였다. 두 남녀의 처지를 알게 되었다. 남자는 게이였고 여자는 유쾌하지 못한 이성 혼인생활에 갇혀 있었다. 어려서 함께 자란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남달리 의지하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엔 비밀이 있지만, 입밖에 내지 않았다. 나는 꼭 소설과 상상으로 이 비밀들을 구성해 내야 했다.
이 작품 속의 그녀와 그는 어려서부터 낭트에 가기로 약속했지만, 어른이 되고 늙어서 함께 길을 가면서도 끝내 그곳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인생의 ‘도달하지 못함’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