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09년 『문학사상』신인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평론 「그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 채 행하고 있다」 「뿌리를 보는 시간」 등과 평론집 『소통의 상상력』『애도의 시간』, 저서 『염상섭 소설의 내적 형식과 탈식민성』 등이 있다. 현재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득 대학 시절 수업 시간이 떠오른다. 전영애 교수님의 <독일명작의 이해> 시간이었다. 매번 지정된 작가의 작품을 미리 읽고, 강의실에서는 여러 작품을 토론하는 수업이었다.
그날의 수업 주제는 ‘카프카.’ 나는 카프카의 단편소설 작품 중 한 편에 관한 내 생각을 한창 말했다. 그러다 다른 학생 하나가 나의 실수를 지적했다. 나는 작품 제목 ‘법 앞에서’를 ‘문 앞에서’로 착각하고 읽었던 것이다. 제목부터 엉뚱하게 파악했으니 내용 해석도 엉뚱할 수밖에. 아마 그 학생에게 내 말이 이상하게 들렸으리라 싶다.
그런데 전영애 교수님께서는 내 의견이 흥미롭다고 코멘트하셨다. 내가 토론에서 망신당할까 봐 걱정하셔서 말씀하시는 건 아닌 듯했다. 쓰고 계신 안경 너머로 교수님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내가 보았기 때문이다. 카프카의 작품에 법 대신 문을 집어넣어 해석하면 어떤 의미가 될까, 짧지만 진지한 평론가의 눈빛이었다. 문학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씀으로 나는 해석했다.
지금까지 평론을 쓰면서 전영애 교수님께 많은 빚을 졌다. 문학 작품에 관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때, 수많은 주저함과 망설임의 순간이 있었다. 나의 해석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내가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닐까. 그럴 때마다 문학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씀은 언제나 큰 용기가 되었다.
이 책에 실린 여러 편의 글은 제법 오랫동안 썼던 주저함과 망설임의 결과물이다. 그때를 떠올리며 용기를 내어서 계속 엉뚱한 생각을 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