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 출생으로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구인환, 전규태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나온 후 지금까지 꾸준히 소설을 써오고 있다. 소설집 『겨울도시』(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와 『아부레이 수나』(2015년 세종도서 문학부문 선정)를 펴냈으며 다수의 단편이 있다. 예술평론가상, 직지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을 수상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땅의 냄새를 따라 회귀(回歸)한다고.
우연일까, 필연일까.
지금도 홍주 어딘가에 머물고 계실 그분 최영 장군, 그리고 낯선 도시에서 흔적도 없이 한 점 바람처럼 떠돌다 사라질 나의 몸이 기억하는 홍주. 그 사이로 긴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소설은 인연과 인과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최영(崔瑩)이란 역사적 거대한 성(城) 앞에서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막막했지요. 이리 가도 저리 가도 장군의 실체는커녕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직 무심한 시간만 강물처럼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밤이고 낮이고 마치 그리운 먼 옛날을 찾아가는 방랑자의 누더기 행색으로 장군을 부르며 홍주 어딘가를 허기가 진 채 정처 없이 헤매고 다녔지요. 참담하고 안타까운 슬픈 시간들이 또 그렇게 마냥 흘러갔습니다.
소설을 써보겠다고, 설익은 광기가 아닐까?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로 엮는 그 자체가, 어설프고 헛된 꿈이자 설익은 광기 같았습니다. 암담하고 비루(悲淚)한 순간순간 맥없이 허공만 바라보았지요. 마치 요동 정벌을 꿈꾸시고 위화도 회군의 고통 앞에서 울지도 못하시던 당신처럼. (중략)
숨이 막히고 깜깜한 긴 터널을 이제 겨우 막 빠져나온 것 같습니다. 한없이 부족하지만 ‘붉은 무덤’을 통해 역사적 영웅 최영과 홍주(현, 홍성)라는 고을이 모든 분께 기억되기를 곡진한 마음으로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