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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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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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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에서 꿈같이 노닐다 사족을 단 한희정 제2시집 『몽유록夢遊錄』
한희정 시인의 시를 감상하며 한바탕 호연지기 속에 전국을 누비는 방랑시인이 된 꿈을 꾸었습니다. 칩거를 일상생활로 만든 코로나 시대. 이 역병의 질곡에서 시공을 넘나들며 찌든 심신을 다 치유하게 하는 문학적 대리만족을 찾았던 것입니다. 자연이라는 공간에 펼쳐진 삼라만상을 예리한 시감각적 통찰력으로 풀어놓은 산수화 같이 명징한 작품들을 보는 희열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혼자만의 욕심으로 간직하기에는 송구스러운 마음까지 들기에 졸필에 대한 질타를 감수하며 생태와 인문을 중심으로 소록小錄을 분류하여 감히 사족을 다니 강호의 묵객 문호들께서는 너그러이 해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어록魚錄 청정수역에서 막 건져 올린 파닥거리는 물고기처럼 참으로 싱싱한 시어들이 먼 심원에서 녹파綠波를 타고 내달아 여기에 안착하여 독자에게 서정적 꿈을 잉태하게 합니다. 시인은 바로 좋은 만남에 바다는 더욱더 푸르른 것인가 고운 햇살에 눈부신 물비늘 수많은 시어를 산란한다 「주전 바닷가」 는 심정으로 이 시집을 산란, 부화시켰을 것입니다. 치어가 된 시들이 물비늘을 찌우다 이윽고 성어가 되어 이 자리 모천으로 다시 회귀하는 날을 고대하며 축복합니다. 또 다른 주옥같은 시들을 영롱하게 산란하게 될 것이니까요. 명징함을 고집하며 반두와 숨바꼭질하던 꺽지는 농익은 세월에 용궁의 대신이 되었을까 「덕천강」 꺽지는 맑은 물에서만 사는 담수어입니다. 한희정 시인이 나고 자란 지리산 자락 덕천강은 꺽지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큰 바위 틈에서 철벽 수비를 하다가 종종 반두에 걸려 카멜레온 같은 자태를 드러내는 이 청정거사 어종이, 시에서 용궁 대어로 다시 살아났습니다. 물억새 틈바구니 피리 잡던 아이들 재잘거림 떠난 곳 물 폭탄이 계곡도를 그렸다 「대천천」 피리는 피라미의 별칭입니다. 2급수의 대표 어종으로 우리나라 하천에서 우점종으로 서식하는 담수어이자 아이들의 놀이 친구이기도 합니다. 유년기에 피리 쫓아 시냇물을 첨벙거리던 추억으로 시인은 한 폭의 계곡도를 우리에게 펼쳐주었습니다. 어항을 모두 품기 힘들어 겨워 내는 파도에 잠자리를 펴고 누운 고깃배가 어깨 들썩이며 잠이 들었다 「보길도」 부두 어물전에 물고기를 부리고 파시를 끝낸 어부들과 고된 뱃길에 노곤한 어선들이 함께 꿈속에 들었습니다. 파도에 들썩이는 움직임은 바로 내일의 희망입니다. 그리하여 물고기 떼 돌이 된 어산불영, 만어석은 종소리 쇳소리를 지니고 선정에 들어 천연기념물로 미동도 하지 않는다 「만어사」 로 승화한 뒤 해탈한 목어 물결치는 소리가 되어 꿈결에 탁탁 밀려옵니다. 시인의 천연기념물 물고기는 비린내조차 나지 아니합니다. 2. 조록鳥錄 시집 속에서 새 꿈을 꾸었습니다. 전국 지리를 넘나드는 광폭의 시詩 공간으로 인해 너무나 멀리 솟구쳐 날았습니다. 그리하여 본 서書 여기저기서 시어로 깃털을 펄럭이는 노랑부리저어새, 고니, 재두루미, 왜가리, 원앙, 물떼새, 갈매기, 까치, 학과 노닐었습니다. 그들과 한 무리되어 날개의 향연을 펼쳤습니다. 새들조차 그 품을 인간에게 혹독하게 빼앗겨버린 공간인 광화문 광장은 새 한 마리 날아들 틈조차 없는 금단의 땅이 되었다 「서울의 밤거리」 고 함으로써 현실과 타협하는 평탄한 묘사를 탈피하고 낭중지추 송곳처럼 시대정신을 후비는 예리함이 이 시에서 번쩍이고 있습니다. 그리움이 얼마나 컸으면 날개를 접고 속살이 간솔이 되었다 「나무 백조」 백조는 고니입니다. 그리움이 지나치면 속살조차 아픈 고뇌(에이고니: Agony)가 됩니다. 가까이 갈 수 없어 가슴으로 품어보는 비경 오침에 들면 새들도 날개를 접는다 「강회나루」 새가 날개를 접는다는 것은 또 다른 비상을 향한 잠정적 봉쇄입니다. 결코 내일의 꿈을 접는 일은 없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건너온 노랑부리저어새, 고니, 재두루미 물을 박차고 날아오른 「주남저수지」 보십시오 ! 엄동설한에도 살얼음물 박차고 창공으로 솟구치지 않습니까. 시인 또한 냉혹한 현실에 휘말리지 아니하고 주체할 수 없는 기개를 훨훨 펼치고 있습니다. 머리는 덕德 날개는 의義 등은 예禮 가슴에 인仁을 새긴 하늘의 전령 봉황새! 「대봉대待鳳臺」 그리하여 마침내 귀한 천상의 새 봉황이 되어 찬란히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3. 목록木錄 시집 안에 뿌리를 박고 자라나 있는 나무들이 많아 마치 식물원에 온 것 같습니다. 목본류의 생태를 알지 못하고서는 결코 이처럼 생생한 묘사와 내적 은유를 생명감 있게 표현할 수 없습니다. 살아있는 하식동 생강나무 꽃망울로 매달려 굽어보는 봄의 전령이다 「주왕산」 노란 생강나무 꽃은 산수유와 더불어 봄을 알리는 전령사입니다. 생강나무에서 나는 생강 향이 시에서도 스멀스멀 돋아납니다. 알싸한 첫사랑 추억이 불끈합니다. 산기슭 너른 바위에 좌정한 노송 하늘 거울로 하루를 열고 키 큰 상수리나무 시린 그늘을 드리운다 「중선암」 궁궐 재목감인 나이든 소나무와 궁중 진상 도토리묵 재료 중 최고인 상수리나무가 침엽과 활엽의 대표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멋진 앙상블입니다. 벽오동, 대나무 군락이 물빛 흔들림으로 수라상을 준비하는 신선의 섬 성현을 기다리는 간절함이 있다 「위양지 못」 봉황이 깃드는 벽오동. 맹호가 포효를 가다듬는 대나무 숲에서 대오각성하여 선계로 나아가고 싶은 간절한 흔들림을 어찌하지 못합니다. 시절 풍류를 따라 최치원 선생 기념비로 향한 걸음 층층이 쌓은 돌계단을 동백꽃이 밝힌다 「동백섬을 돌아보며」 떨어져도 붉은 등불이 되어 돌계단을 수놓는 동백꽃처럼 시인의 필력이 한층 돋보여 감회가 새롭습니다. 꽃피는 동백섬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석가가 득도한 보리수나무 같은 길가, 느티나무 그늘에서 은유로 피워내는 시 낭송 「군자마을」 보리수나무에서 석가모니가 성불하여 당산 느티나무 그늘에서 열반시 낭송하는 모습을 꿈에서나 상상을 해보셨습니까? 4. 초록草錄 시는 자연이 들려주는 노래이자 시인의 맑은 정서가 글을 통해 울리는 자기공명입니다. 한희정 시인의 삶과 꿈속에는 무수한 생명체가 그를 옹위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는 길가에서 피어난 가냘픈 풀 한포기도 허투로 대하지 아니하여 시 속에 자라고 꽃피우게 하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적 배려를 해주고 있습니다. 유채꽃 무리 노란 합주곡 연주에 갈매기 날개를 편다 「해변공원」 갈매기가 유채꽃 노란 물에 한껏 젖어 괭이소리를 내는 공원에서 시인은 자연의 조화를 선명하게 필설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해조곡 배경음악이 들립니다. 수천 년 앞선 걸음의 은빛 모래가 속살을 포갠 채 달개비를 등에 업고 미소를 짓는다 「보청천을 거닐며」 달개비는 닭의장풀입니다. 수천 년 우리 뒤뜰에서 함께 애환을 같이 한 풀입니다. 그 속살에서 피어오르던 파란 꿈이 그립습니다. 풋풋한 풀 내음 물비늘로 살아서 꽃을 피우고 부부 원앙새 금계국 웃음을 줍는다 「온천천」 방사상 배열 두상화 금계국이 흐드러지게 피면 온천천에는 금슬 좋은 원앙 부부가 천연덕스럽게 부리를 맞대고 쉬지 않고 서로를 사랑합니다. 참 부산스럽습니다. 어긋나기로 선 둥굴레들이 갯바람을 물고 쉬어가라 몸을 흔든다 「대부도」 둥글레? 둥글레 모날레? 모날레. 둥글레는 잎은 어긋나지만 사랑은 결코 엇박자이지 않아 갯바람 속에서도 결실의 염주알을 품고 있습니다. 당연 쉬어가야지요. 바람 소리 수시로 드나드는 이곳 선비가의 규수는 원래 부처의 꽃이었다 「연당사랑, 그리고 육영수」 부처꽃 피는 계절입니다. 시인이 바람소리와 교감하며 수시로 보내는 염화시중의 미소가 절로 아름답습니다. 꽃조차 시에서 열반의 세계로 도달합니다. 5. 주록酒錄 술판이 벌어집니다. 인생역 마당에는 시가 이별 앞둔 술처럼 젖어들고 있습니다. 뉘라서 이 자리를 마다하겠습니까? 그리운 추억들이 부딪치는 잔속에 돋아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랜선집사로 보고픈 이들과 떨어져 있는 세월, 시주詩酒로나마 대취하고자 합니다. 오송역과 부산역 사이에 시간을 밀어 넣고 마지막 열차 예매표가 시詩를 발아할 때까지 부딪히는 술잔이다 「오송역에서」 시발아는 참으로 고난한 싹틈입니다. 붓방아, 글씨름 겨우다 보면 혀끝으로 시발아 육두문자도 나옵니다. 물을 뿌려주는 것보다 술을 주면 시씨를 아주 잘 틔우는 부류들이 있습니다. 저도 바로 그런 시발아꾼입니다. 수평의 체온을 유지한 채 숙성의 시간을 품고 잠든 와인 터널 달마와 시인은 마주하여 사랑을 종교를 술병으로 죽이고 「와인 터널」 이태백이 술병(甁)에 박혀 영면한 것인지 술병(病)이 들어 타계한 것인지는 달마도 모르는 데 우리가 어찌 알겠습니까만 술향기 은은한 피안의 터널에서 사랑으로 숙성되고 싶습니다. 퓨전 선술집에서 마지막 열차를 머리에 이고 있다 오가는 술잔에는 무수한 별이 내려앉는다 술 익는 동대구 「만남, 그 뒷이야기」 동대구역 인근 포장마차에서 술잔에 별 볼일을 겪은 1인입니다. 아주 오래 전 참으로 가슴아린 이별의 눈물이 별똥처럼 소주잔에 떨어진 추억말입니다. 너의 걸음걸이 뒤로 지는 노을이 목줄 타고 흐르는 독한 술 한 잔 같다 「챠강티메」 몽골 고비사막 척박한 바람이 휘몰아치는 곳에서 유목민이 되어 독한 술을 벌컥이면 챠강티메 흰 낙타처럼 혹등에 기름진 시 한 덩어리 저장해둘 수 있을까요? 바다를 소주잔에 담는다 청사포 조개구이 연탄 화로에는 3도 깊이의 짤막한 탄성이 목줄을 데운다 「3도 화음의 여유」 조개와 연탄이 어우러져 조개탄이라는 연료가 난로를 장악하던 시절. 시인 묵객들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시대를 노래했던 그 절절한 탄성이 아련합니다. 술 이야기에 목젖이 널뛰듯 합니다. 6. 애록愛錄 시인이 내세우는 적극적 언어 소통방식이 이질적 단면들과 맞대어 섞이기 힘든 계면을 허물어뜨리는 활성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에로스와 순정의 양면을 넘나드는 몽환적 행운을 누리고 있습니다. 터질 듯 팽팽한 탄력에 온몸 떨렸지만 입안 가득히 깨물리던 입술은 금단의 벽을 허문 첫 불륜이었다 「서리의 기억」 몰래 해야 말이 되는 서리에서 첫 불륜의 쾌감을 얻는 경지는 참으로 놀랍고 신선하기 짝이 없습니다. 내가 하는 이런 불륜은 차라리 로맨스입니다. 휜 허리에 유동하는 성감대가 탄탄한 곡선을 그려내고 있다 「임호산에 올라서」 곡선을 배제하는 성적 흥분이 있을 수 없고 탄력 없는 성감대로 무슨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에로티시즘의 거장 틴토 브라스 감독처럼 시인은 임호산에서 성애의 정상도 탄탄하게 정복한 듯합니다. 풋풋한 글맛이 묵향으로 익어가는 팔월 바우골 카페는 지금 목하目下 열애 중이라 뜨겁다 「목하目下 열애 중」 시인은 목하 글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그는 이열치열, 팔월의 비축열이 지글거리는 바우골에서 시를 애무하며 뜨거운 밤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던 애틋한 오작교 같은 그곳에서 난, 오늘 한 발 한 발 발걸음 내디딜 때마다 다가선 사랑을 배웠다 「개미허리 아치교」 말초를 달구던 열정이 가라앉으면 지고지순한 사랑의 변주곡이 오작교에서 울려퍼집니다. 나를 내려놓고 다가서는 사랑은 인류를 지탱하게 하는 利他 DNA 임을 시인은 잘 알고 있습니다. 레일 위를 걷는 그리운 선율이 내 사랑을 찾아 달려가고 있다 「구포역 담벼락」 자연이 주는 감성을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간과하지 아니하고 축적된 시각경험들을 사랑으로 품어주고 있습니다. 철길 따라 공간에 펼쳐지는 풍광을 악보를 쓰듯 디테일하게 펼쳐 보이는 놀라운 언어장착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끝으로 아직 시의 꿈에서 깨어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도수 높은 시에 취한 까닭이요. 이를 음미하여 오래토록 비몽. 시몽詩夢으로 여행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시몽 너는 아느냐. 챠강티메 메마른 잿빛 울음을.
2.
크게보기
숲에서 긍정을 배우다
임휘룡
(지은이) |
행복에너지
| 2016년 5월
15,000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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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할인), 마일리지
75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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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출고
지역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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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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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마음과 발로 현장을 온전히 뛰어온 학술탐구의 저력이 단연 돋보입니다. 구절구절 푸른 글 잎맥으로 새롭게 돋아나게 한 내공 깊은 자연 심미안이 빛납니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반려식물과 좋은 명상글이 나옵니다. 그리하여 독자 곁에 길이 벗 될 반려서적이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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