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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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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저자 >
번역
이름:
이한음
성별:
남성
국적:
아시아 >
대한민국
직업:
전문번역가 작가
기타: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최근작
2024년 12월 <
숨겨진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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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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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우리 나무
- 109가지 우리 곁 나무와 친해지는 첫걸음
박상진
(지은이) |
눌와
| 2023년 11월
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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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때 고궁을 산책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경북대 명예교수인 저자가 쓴 이 책에는 궁궐에 자라는 나무 109종이 상세히 실려 있다. 이 책만 있으면 궁궐에서 드넓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거나, 아름다운 꽃을 피우거나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식물이 어떤 종류인지 궁금해 하다가 그냥 지나칠 필요가 없다. 경복궁, 창경궁 등 우리 궁궐의 어디에 어떤 나무가 자라고 있는지 지도에 자세히 표시해 놓았기 때문이다. 걷다가 궁금해지면 그냥 펼치면 된다. 그러면 그 나무의 전체적인 모습뿐 아니라, 꽃, 열매, 줄기, 나무껍질 등 각 부위의 사진까지 볼 수 있다. 게다가 나무의 유래, 얽힌 일화, 역사 기록 등 다양한 읽을거리도 곁들여져 있다. 설화뿐 아니라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 등 옛 문헌에 실려 있는 나무에 관한 내용들이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다. 한가로이 나무 그늘에 앉아서 문화유산과 나무를 함께 감상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읽다보면 고궁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건물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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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Choice
존 L. 잉그럼
(지은이),
김지원
(옮긴이) |
이케이북
| 2018년 2월
1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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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스트
영화 속에서 폭풍우에 난파되어 먼 바다를 떠돌다 간신히 고국에 돌아온 주인공이 으레 맨 처음 하는 행동이 있다. 땅에 발을 딛자마자 엎드려서 흙냄새를 맡는다. 관객도 저절로 떠올리게 되는 콧속으로 들어오는 향긋한 고향의 냄새, 사실 이 흙냄새는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위도 아래도 한없이 푸르기만 한 망망대해 위로 피어오른 하얀 뭉게구름도, 어시장 초입부터 배어나오는 짭짤한 비린내도, 유럽 대륙의 많은 부분을 이루고 있는 새하얀 암석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동굴을 볼 수 있는 전 세계의 석회암 지층도 마찬가지다. 미생물은 치즈와 와인을 만들고, 우리가 매일 배출하는 생활용수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우리 몸속에서 음식물 소화도 돕는다. 한편 미생물은 온갖 질병도 일으킨다. 미생물이 많은 질병의 원인임이 밝혀진 뒤로 인류는 주로 미생물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에 따라 우리는 미생물 하면 해롭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다. 과학계가 미생물이 지구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더 올바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말에 들어서였다. 그 전까지 미생물은 우리 같은 몸집 큰 동물과 식물에 비해 하찮은 존재로 여겨졌지만, 새로운 유전자 분석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오히려 미생물이 본줄기이고 우리가 거대한 생명의 나무에서 잔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견해에 반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후속 연구들은 미생물이 지구의 지배자임을 계속 확인해주었다. 이 책은 그런 미생물의 이모저모를 다방면으로 살펴본다. 한없이 작은 생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적절히 전문 지식을 곁들여서 재미있게 들려준다. 읽다 보면 지구의 지배자 자리를 그들에게 넘겨주어도 당연하다는 마음이 절로 들 것이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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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히스토리
- 자연을 탐구한 인간의 역사
Choice
존 앤더슨
(지은이),
최파일
(옮긴이) |
삼천리
| 2016년 7월
2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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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 연구에 기여한 다양한 인물들을 폭넓고 상세하게 다룬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리니우스부터 시작하여 다윈, 훔볼트, 카슨에 이르는 우리가 익히 아는 인물들만이 아니다. 이 책은 그들의 명성에 가려져 있었거나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자연사라는 건축물의 튼튼한 기초와 굵은 기둥을 세우는 데 나름대로 한몫을 한 수많은 인물들까지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 틀린 점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측면에서 자연의 모습을 꿰뚫어본 혜안을 보였다고 꼼꼼하게 평을 한다. 많은 학자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라거나 “암흑기였다”라고 한 마디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중세시대에도 나름대로 자연사에 기여한 인물들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한다. 또 전쟁과 논쟁, 시대 분위기 등 당시의 역사도 곁들여서 린네와 베이츠 같은 인물들이 왜 그 시대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설명한다. 각 연구자의 접근법이 어떤 특징이 있고 후대에 어떤 영향이나 악영향을 미쳤는지도 말해준다. 자연을 연구하는 이가 남들에게 하찮아 보이는 것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건네듯이, 저자는 그 시선을 잊힌 자연사학자 한 명 한 명에게로 향한다. 이 세심함에 힘입어서, 몇몇 유명 인물에게만 초점을 맞추었을 때 놓치기 쉬운 자연사 연구의 역사가 환히 드러난다. 자연사 분야는 1950년대 이후로 분자생물학 같은 활기 넘치는 분야들에 떠밀려서 점점 찬밥 신세가 되었다가 최근에야 서서히 회복되는 중이다. 자연사 연구의 역사를 훑은 이 책은 최근에 자연사 전체가 얼마나 낯선 분야가 되었는지, 즉 우리가 생태학 같은 과학이 말하는 자연 자체에 얼마나 소홀해졌는지를 일깨우는 역할도 한다. 직접 자연을 관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새삼 되새기게 한다. 덧붙이자면, 저자의 시각이 마음에 안 든다고, 직접 알아보겠다고 자연으로 나서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저자의 바람이 실현되기를 응원한다.
4.
미리보기
암흑 물질과 공룡
- 우주를 지배하는 제5의 힘
Choice
리사 랜들
(지은이),
김명남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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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중력파까지 검출했으니, 천문학이나 천체물리학 쪽으로는 이제 밝혀질 만한 이야기는 대강 다 나오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공룡의 사례를 들어서 흥미롭게 설명한다. 외계에서 온 천체가 공룡의 멸망에 기여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천체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런 충돌이 우연한 일회성 사건일까, 아니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일까? 후자라면 우리는 늘 마음을 졸이며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공룡을 멸망시킨 것이 혜성이라고 보고서, 그 혜성이 어디에서 왔을지 근원을 추적한다. 목성과 토성 너머, 한때 9번째 행성이라고 불렸다가 지금은 왜행성으로 지위가 격하된 명왕성이 있는 카이퍼대에서 오는 것일까? 혹은 그 너머 산란 원반이라는 곳에서? 아니면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보다 1천 배에서 5만 배에 이르는 더 먼 거리에서 태양계를 공처럼 감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에서 올까? 아무튼 그런 곳에서 멀쩡히 잘 돌다가 왜 안으로 튀어 들어와서 재앙을 일으키는 것일까? 공룡의 멸종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점점 더 확대되어 이윽고 우리 은하를 거쳐 우주 전체로 확대된다. 저자는 우리가 물질이라고 말하는 것, 즉 우리의 몸, 지구, 태양 등을 이루는 보통의 물질이 우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고작 15퍼센트에 불과하며, 암흑물질이라고 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물질의 85퍼센트를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암흑물질은 우주에 있는 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우리의 삶과 전혀 무관하다고 여겨졌지만, 저자는 태양계가 은하 중심을 돌 때 그 암흑물질이 중력 작용을 일으켜서 멀리 있는 천체를 안쪽으로 던져 넣는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중 하나가 공룡을 멸망시켰다면? 그리고 그런 우주적 돌팔매질이 주기적으로 일어난다면? 공룡과 첨단 우주론이 만났을 때 얼마나 짜릿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지를 들어보시기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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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 지구의 2인자, 기생충의 독특한 생존기
서민
(지은이) |
을유문화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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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리기만 해도 징그럽게 느껴지는 기생충을 멋있게(?) 그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서민 교수의 최근작이다. 이 책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재미있다”는 것이다. 대상 자체가 굳이 자극적으로 쓸 필요가 없을 만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는 데다가, 저자가 자신의 실수까지 농담거리로 삼겠다고 아예 작정하고 쓴 덕분이다. 그래서 징그러운 기생충 사진을 보면서 키득거리는, 남 보기에 좀 안 좋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남의 시선을 끌 만한 곳에서는 되도록 읽지 않기를 권한다. 차례를 훑어보면 우리가 아는 기생충이라고는 머릿니밖에 없는 듯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구충, 동양안충, 육극악구충, 왜소조충 등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온갖 기괴한 기생충들에 감염되곤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게 된다. 피부 밑에서 터널을 뚫으면서 다니는 녀석도 있고, 맨발로 돌아다닐 때 발에 붙었다가 피부를 뚫고 들어가서 혈관과 폐와 심장을 거쳐 원하는 곳에 뚫고 들어가 자리를 잡는 녀석도 있고, 어떤 사람의 몸속에는 별 증상을 일으키지 않은 채 수백 마리씩 들어가 사는 반면에 어떤 사람에게는 서너 마리만 들어가도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녀석도 있다. 수십 년 동안 아무 증상도 일으키지 않다가, 어느 날 문득 기분이 상한 양 병을 일으키는 녀석도 있다. 다양한 기생충에 걸려 고생한 이들의 사례를 읽다보면, 왠지 속이 거북해지고, 피부가 근질근질해지고, 눈 가장자리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올지도 모른다. 기생충 망상증의 전조일지 모르니, 그럴 때는 잠시 책을 덮는 편이 낫다. 내친 김에 횟집에라도 가서 저자 말대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생선회의 맛에만 집중해도 좋다. 고래회충 같은 벌레가 나온다고 해도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놀라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겁을 주기 위해 기생충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기생충에 걸리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환경이 우리나라보다 더 잘 보전되어 있어서, 기생충도 그만큼 잘 살고 있는 곳에서는 몸을 좀 사릴 필요가 있다는 말도 해준다. 주의할 필요는 있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라는 어투로, 징그럽지만 묘하게 흥미를 끄는 다양한 기생충들의 별난 삶을 소탈하고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 책이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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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참나무의 죽음과 곤충 왕국
- 탄생과 죽음의 현장, 나무와 곤충의 생생 다큐
ㅣ
정부희 곤충기 6
Choice
정부희
(지은이) |
상상의숲
| 2016년 4월
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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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는 일에 앞장서온 저자가 새 책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식물과 곤충의 상호관계가 주제다. 우리 산에 흔히 자라는 갈참나무에 모여드는 곤충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나무가 열매를 주고, 더울 때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죽어서는 목재와 땔감을 제공하고, 앉아서 쉬도록 그루터기까지 아낌없이 내준다는 이야기의 곤충판이라고 할 수 있다. 갈참나무가 겨울까지 포함하여 사계절 내내 여러 곤충에게 먹이와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새싹이 날 때부터 병들어 죽어서 낱낱이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많은 생물들을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이 책의 장점은 마치 눈앞의 한 뼘도 안 되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는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갈참나무 잎에 붙어 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초록색 애벌레를 발견한다. 녀석도 잠시 쉬고 있는지 망부석처럼 꼼짝하지 않는다. 보고 있자니, “세상에 짚신 닮은 애벌레가 다 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또 여름에 보니 봄의 고로쇠처럼 갈참나무의 갈라진 틈에서 수액이 스며 나온다. 줄기껍질이 흥건하다. 밑동까지 다 젖었다. 달달하고 시금털털한 냄새가 풍긴다. 수액 옹달샘에 곤충들이 죄다 몰려와 만찬을 즐기고 있다.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곤충들이 숲속 잔치를 벌인다. 그런데 평화롭던 만찬장이 갑자기 술렁인다. 좋은 밥상머리를 차지하겠다고 몸싸움이 벌어진다. 쓰러진 갈참나무 줄기에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듯 구름버섯이 층층이 자란다. 영양가뿐 아니라 신비한 약효까지 듬뿍 지닌 구름버섯을 먹겠다고 30종이 넘는 딱정벌레가 몰려든다. 태평하게 쉬고 있는 녀석을 건드리니 깜짝 놀라 부리나케 도망친다. 짧게 요약한 이런 대목들만으로도 이 책의 묘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다. 하나의 나무를 두고 벌어지는 생명의 탄생과 죽음, 공생과 경쟁, 먹고 먹히면서 이어지는 생물들의 연결망 등이 살포시 지켜보는 시선 앞에 고스란히 펼쳐진다. 아주 작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언뜻 거대한 세계를 함께 지켜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생태계가 쉴 새 없이 역동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해주는 책이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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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과학
-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ㅣ
사소한 이야기
Choice
마크 미오도닉
(지은이),
윤신영
(옮긴이) |
Mid(엠아이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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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그대로 사소한 것들에 집착하는 사람이 쓴 책이다. 여기서 집착이란 좋은 의미로 쓴 말이다. 무언가에 깊이 빠져들어서 하염없이 계속 살펴보는 성격을 가리키는데, 저자의 관심 대상은 특이하게도 재료다. 철, 종이, 유리, 플라스틱 등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재료 10가지를 골라서, 자신이 겪은 경험과 엮어서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자신이 아끼는 물건을 통해 종이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우연히 본 에어로겔에 혹해서 몇 년 동안 마음에 품고 정체를 파악하려 애썼다는 말도 하고, 노벨상 수상자에게 흑연의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가 손에 쥔 노벨상 메달에 더 마음이 가는 상황을 묘사하기도 한다. 뼈가 부러져 응급실에 누워 있으면서도 석고와 물이 만나서 석고 붕대가 형성될 때의 느낌에 몰두하기도 하고, 충치 때문에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치아에 씌우는 아말감의 느낌에 주의를 기울이기도 한다. 이 책에는 이런 건강한 집착에서 나오는 대단히 흥미롭고 유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냥 키득거리면서 읽다보면 우리 주변의 평범한 재료들이 놀라운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음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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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수업
-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
Choice
페터 볼레벤
(지은이),
장혜경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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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가까운 사람들의 삶을 세심하게 지켜보듯이, 나무들의 생로병사를 깊이 들여다본 독특한 시선이 돋보이는 책이다. 처음 각 장의 제목을 보면, 지나친 의인화의 위험성부터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우정, 언어, 사회복지, 성격, 거리의 아이들 같은 단어들이 눈에 띈다. 나무에 그런 단어들을 갖다 붙인다는 것은 좀… 아니, 애정이 넘치면 그럴 수 있다. 그렇게 넘기려 하면, 혹시나 객관성을 잃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자마자 그런 우려는 사라진다. 저자는 오랜 세월 임업 공무원으로 일했고, 원시림 회복 운동에 앞장선 사람이다. 전문가가 쓴 글답게 이 책에는 어설픈 감상이 아니라 많은 연구자들이 밝혀낸 과학 지식이 가득하다. 나무들이 서로 경쟁하고, 때로 양분을 주고받으면서 돕고, 태풍과 곤충과 곰팡이에 시달릴 때 일어나는 일들이 정확히 담겨 있다. 이 책의 장점이자 특징은 그런 지식이 전혀 드러나지 않게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무들은 사이가 좋고 서로 잘 도와준다, 자식들을 엄하게 교육시키기 때문에 어릴 때 더디게 자라지만 그것이 장수의 조건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균형이 잘 잡힌 나무는 외부의 힘을 고루 분산시켜서 큰 충격도 잘 견뎌낸다, 나무들이 꿈꾸는 지상낙원은 어떤 것일까, 이런 구절들을 읽다 보면, 저자가 나무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절로 든다. 나무의 삶이 우리 인간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그런 비유에 힘입어서, 나무가 살아가는 모습이 세밀하면서도 생생하게 와 닿는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숲에 하는 일들이 얼마나 미숙하고, 전체와 미래를 보지 못하는 행동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오래되거나 빽빽한 나무들을 솎아내는 간벌 작업을 인간사에 적용한다면 어찌될까 하는 말까지는 저자가 차마 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나무를 함부로 베어 숲의 사회조직을 망치지 말아야 하며, 그들이 알아서 미기후를 조절하도록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 속에 저자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과감하게 의인화라는 서술 방식을 택한 저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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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퍼센트 인간
-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로 보는 미생물의 과학
Choice
앨러나 콜렌
(지은이),
조은영
(옮긴이) |
시공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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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많은 질병은 사실 유전자 결함이나 신체적 결점 때문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인류와 오랜 시간 공생해온 존재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새롭게 나타난 질환이다. 바로 우리의 미생물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말에 고스란히 요약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이제 우리 몸이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안다. 내 몸에서 인간의 세포는 10%에 불과하고, 유전자로 따지면 겨우 0.5%를 차지할 뿐이다. 나머지는 공생하거나 기생하는 미생물의 것이다. 그러니 내 몸은 사실 미생물 생태계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항생제 치료 뒤에 온갖 병치레를 하다가, 몸의 미생물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깨달았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천식, 알레르기, 자폐증은 드문 질병이었다. 반면에 지금 사람들은 예전에 드물었던 그런 21세기형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비만, 장염, 충수염, 그 외의 자가면역 질환도 흔하다. 또 한 가지 현상은 그런 질병에 주로 걸리는 이들이 노인이 아니라 어리거나 젊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을 항생제 등의 남용으로 우리 몸 속 생태계가 균형을 잃은 데에서 찾는다. 예방 접종과 항생제는 천연두를 없애고 각종 감염병을 억제함으로써, 인류의 건강과 수명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그 결과 우리는 21세기형 질병들에 시달리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 역사적인 흐름을 개괄한 뒤, 이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들을 흥미진진하게 살펴본다. 생쥐를 대상으로 장내 미생물이 비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실험도 있고, 제왕절개술과 아기의 감염, 알레르기 장애, 자폐증 사이의 관계를 다룬 연구도 있다. 게다가 대변을 받아 그 안의 미생물을 배양하여 환자에게 먹임으로써 대사증후군을 치료하려는 시도도 있다. 이런 연구들은 아직 유아기에 있으며, 반박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 몸의 미생물이 중요하다는 증거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 책은 그 흐름을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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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
- 개정판
이준정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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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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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허공에서 손을 움직여 자료를 검색하고, 자동차와 로봇이 알아서 움직이는 등의 놀라운 기술이 나온다. 이 영화 속의 시대는 2054년이었다. 영화감독은 여러 전문가들과 토의를 하여 그 미래 세계를 구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재 우리의 기술은 시대를 훨씬 더 앞서고 있다. 그 영화 속의 첨단기술 중 상당수는 아직 40년이나 남았음에도, 이미 개발되어 있다. 수많은 과학기술자들, 아니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당분간은 불가능하다고 여긴 기술들이 벌써 우리 곁에 와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먼 미래의 일이라고 여긴 그런 첨단 기술들이 실제로는 아주 가까이 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먼 미래가 아니라 몇 년 앞이라는 가까운 미래에 어떤 첨단 기술들이 나타날지, 그것들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를 다방면으로 살펴본다. 이 책에 실린 기술들 중 상당수는 우리가 각종 매체들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는 들어본 것들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 지능, 알아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동시통역을 하는 컴퓨터,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장기 이식 등등. 저자는 각 분야가 현재 얼마나 빨리 발전하고 있는지를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그런 기술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등장할 것이라고 설득력 있게 말한다. 이 기술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에 따라서 우리의 생활과 직업, 경제 등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고,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다. 저자는 이 변화를 제대로 인식해야 앞으로의 변화에 올바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기술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인문학적 상상력과 통찰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술술 읽다보면 현재 기술이 어떤 수준에 와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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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과학
- 이 세상 모든 것이 궁금했던 한 남자의 과학 이야기
Choice
마커스 초운
(지은이),
김소정
(옮긴이) |
교양인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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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이다. 과학 지식은 원한다면 누구나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전문화해 있기에 알고 싶다고 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새 연구 성과를 알리는 과학 뉴스만 하더라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소화하기 쉽게 요리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바로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이들이다. 오랜 세월 과학 저술가로 활약한 저자는 이 책에서 생명과 인류에서부터 물질의 근원과 우주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과학의 모든 영역을 요리의 재료로 삼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엿보인다. 그렇게 많은 요리를 하다보면 어느 한 부분에서 좀 설익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아주 쉽게 설명을 이어간다. 저자는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똑같은 과학 지식을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이해를 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질량이 에너지라는 이야기를 할 때는 너무 심오하다거나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한다면 재고해보라고 하면서 더 사례를 든다.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왜곡을 말할 때는 자동차가 급회전을 하는 상황에 비유하면서, 물리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이 힘을 원심력이라고 부른다고 짐짓 잘난 척을 한다. 현재의 환경 파괴 양상을 고려할 때 인류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하다가, 자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지금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고도 말한다. 자신이 설명하고 있는 주제를 깊이 소화한 끝에 나온 이런 여유로움 덕분에, 책장도 한결 여유롭게 넘길 수 있다. 시간의 화살, 평행 우주, 블랙홀 같은 어려운 첨단 주제까지 다루고 있음에도,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저자는 독자가 어떤 대목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을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방식으로, 쉬운 비유와 발상의 전환,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문헌을 고루 이용하면서 술술 풀어나간다. 행여나 ‘만물 과학’이라는 역서 제목을 보고서 박물학(博物學)이라는 고풍스러운 학문을 떠올리지는 마시기를. 경이감보다는 이해 쪽에 초점을 맞춘 책이니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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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무브
- 올리버 색스 자서전
Choice
올리버 색스
(지은이),
이민아
(옮긴이) |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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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면, 으레 감정이 소진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될 수 있으면 무심하게, 감정의 개입을 차단하면서 일하는 요령을 일찍 터득할수록 유능해진다. 수많은 환자를 대해야 하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흐름에 홀로 맞선 이가 있다. 바로 이 자서전의 저자인 올리버 색스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환자를 단순히 병에 걸린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환자와 가까이 지내면서 마치 자신이 환자가 된 양 분노와 고통에 사로잡히기도 하면서 환자와 공감하려고 애썼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써서 대중에게 알렸다. 초기에 의학계로부터는 웬 뜬금없는 짓거리냐고 철저히 외면을 받았지만, 환자들과 대중은 그에게 찬사를 보냈고 “의학계의 시인”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그의 책들은 정신질환에 걸린 이들이 차별을 받을 대상이 아니라,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른 상황에 처해 있을 뿐임을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 책은 2015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가 남긴 자서전이다. 자신의 삶을 유머를 섞어가면서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 책에는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는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병을 지닌 사람이었고, 어머니로부터도 불편한 시선을 받아야 했던 동성애자였다. 마약중독자로 지낸 적도 있고, 몸짱이 되기 위해 근육 운동에 매진한 적도 있다. 또 오토바이를 타고 홀연히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다. 그런 한편으로 늘 필기구를 옆에 두고 평생 1,000권이 넘는 일기를 쓰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런 다면적인 모습의 이면에 숨어 있던 죄의식, 열등감, 고뇌가 환자, 더 나아가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자 애쓴 기나긴 여정으로 이어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의학이란 무엇인가, 환자가 일상생활로 돌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등을 끊임없이 고심하며 보낸 한 평생이 녹아 있다. 남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는 대신에,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과 연민과 배려로 승화시킨 위대한 의사이자 이야기꾼의 감동적인 생애를 접해보시기를.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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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 네안데르탈인에서 데니소바인까지
Choice
스반테 페보
(지은이),
김명주
(옮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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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고대 인류의 DNA 연구라는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다. 그는 대학원생 때 지도교수 몰래 이집트 미라의 DNA를 분석하여 성공한 뒤, 내친 김에 아무도 감히 할 생각도 못한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분석하겠다고 나섰다. 이 책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그 일에 성공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저자가 해온 연구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DNA는 세포가 죽으면 금세 분해되어 사라진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적어도 수만 년 전에 죽은 네안데르탈인의 뼈에 DNA가 남아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게다가 네안데르탈인의 뼈라니! 자연사박물관에 보물로 고이고이 모셔두어야 할 소중한 뼈에 드릴로 구멍을 뚫는다는 생각 자체에 경악했을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분석 기술의 한계 같은 과학적 장애물뿐 아니라 표본 확보 같은 정치적 장애물까지 극복하여, 마침내 성공을 거두었다. 그가 처음에 분석한 것은 세포 안에서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DNA였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따로 막으로 둘러싸인 작은 DNA여서 비교적 오래 존속할 수 있었다. 그는 네안데르탈인의 DNA와 현생인류의 DNA를 비교하여 둘의 유전자가 서로 뒤섞이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우리와 네안데르탈인은 이종 교배가 이루어지지 않은 별개의 종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만으로는 부족했기에, 그는 세포핵에 들어 있는 DNA도 연구하는 일에 나섰다. 이 DNA는 훨씬 더 크고 복잡했다. 게다가 더 쉽게 분해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이 부수어서 발라먹은 동족의 뼛조각을 확보하여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즉 우리의 몸에는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유전체 전체로 보면 희석되어 약 2∼4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중 약 20퍼센트가 인류에게 남아 있다고 한다. 이 놀라운 이야기야말로 반드시 읽어보아야 한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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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
- 난쟁이 인류 호빗에서 네안데르탈인까지 22가지 재미있는 인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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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
윤신영
(지은이)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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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은 온갖 상상과 흥미를 자극하는 영원한 수수께끼다. 게다가 새로운 인류 화석이 발견될 때마다 새로운 이론이 제기되고 논쟁이 불붙는 변화무쌍한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워들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좀 식상하다는 느낌도 들지 모르겠는데, 이 책을 읽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은 몇 가지 면에서 이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보게 해준다. 우선 저자들은 인류의 식인 풍습, 농경의 시작, 우유를 소화시키는 능력의 획득 등 누구나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내용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게 해준다.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단순한 사실을 기술하는 대신에, 당시의 환경과 주변 상황 등을 여러 각도로 살펴보면서, 왜 어떻게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추론한다. 게다가 그 설명이 너무나 이해하기 쉽고 흥미진진하다. 저자들은 마치 옆에서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이 차근차근 우리가 궁금해 하던 점들을 말해준다. 저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단순하게 사실이라고 여겼던 것들 중에서도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또는 다른 식으로 해석하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 농경을 통해 인류가 풍요로워진 것이 아니지만 젖을 대신할 미음과 죽을 확보함으로써 형제자매간 터울이 줄어들어서 인구가 증가했다거나, 인류가 울며 겨자 먹기로 육식을 시작한 덕분에 뇌가 커졌다거나, 빙하기에 눈 덮인 산골짜기에서 네안데르탈인이 늙고 병들었음에도 사회의 지원 덕분에 오래 살아갈 수 있었다는 등의 이야기가 그렇다. 우리가 최근에 주로 접한 냉정하기 그지없는 유전자 쪽의 해석이 아니라, 읽으면서 따스한 인간애를 느끼게 되는 인류학적 해석을 맛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접할 또 한 가지 새로운 시각은 바로 비주류 학설이다. 미국에서 인류학 교수로 있는 저자는 지금은 주류 학계가 인정하지 않는 인류의 다지역 기원론을 옹호하는 쪽에 서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하여 전 세계로 퍼진 것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출현했다는 학설이다. 저자는 이 비주류 학설을 펼치면서, 다윈의 진화론에 패한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설이 최근의 후성유전학을 통해 부활의 기회를 엿보는 것처럼, 새로운 발견을 통해 자신의 이론도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은근슬쩍 끼워넣는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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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ㅣ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5
박민아
,
선유정
,
정원
(지은이) |
한국문학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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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이 대세인 지금, 과학과 인문학, 사회학 등 여러 학문 분야들을 종합하려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융합 논의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그 융합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과학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들은 과학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에, 과학이 사회의 다양한 영역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과학이 철학을 비롯한 여러 학문 영역들과 분리된 역사부터 인간관계, 돈과 기업, 정부, 사회 등과 얽혀 있는 양상, 영화와 스마트폰 이용을 비롯한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루 다루고 있다. 또 과학이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까지 살펴보면서, 과학을 중심으로 그 주변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모해 왔는지를 폭넓게 훑어본다. 따라서 이 책은 일관성 있게 깊이 파고드는 책이라기보다는 백과사전에 가깝다. 과학과 다른 분야들을 융합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파하기보다는 과학이 발전하고 거대해짐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하나하나 검토한다. 전쟁에서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손길이 우리 삶의 구석구석까지 뻗침에 따라, 그런 융합이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전 영역에서 이미 이루어져 왔음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이 과연 가정주부의 일손을 줄여주었을까, 서양 학문은 본래 중국에서 기원했을까, 삼성의 첫 갤럭시 스마트폰은 원래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의 대항마였을까, 원자폭탄의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애니메이션과 영화 속의 과학기술은 얼마나 근거가 있을까 같은 흥미로운 질문들도 곳곳에 담겨 있다. 그런 한편으로 서양과학의 토대가 된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 과학과 종교의 충돌, 예술과 과학의 관계 등 진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세종대왕 때의 과학 발달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과학 역사도 틈틈이 다루고 있다. 과학의 다양한 면모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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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에 투자한다
- 자연과 자본, 그리고 환경 운동의 새로운 연대
Choice
마크 터섹
,
조너선 애덤스
(지은이),
김지선
(옮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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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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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역을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여 어획을 전면 금지한다. 예전 같았으면 지역 어민들의 반발을 사기 마련이었겠지만, 남획으로 이미 어장이 황폐해진 상황에서 이 방안은 묘수임이 드러난다. 어획이 금지된 보호 구역 안에서 해양생물들이 다시 불어나고, 그들은 점점 서식 범위를 넓혀서 보호 구역 바깥으로 진출한다. 어민들은 그 주변에서만 어획을 해도, 어장이 황폐해졌던 시절보다 더 많은 해산물을 잡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자연을 보호하고 회복시킴으로써 경제적인 혜택까지 볼 수 있는 사례들은 적긴 하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보호와 복원이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를 숫자로 말하기란 쉽지 않다.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갖느냐 여부를 떠나서, 자연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자에서 국제자연보호협회의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색다른 이력의 마크 터섹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바다, 숲, 대기라는 자연의 가치를 경제적인 용어로 환산할 수 있다면, 즉 수익률 최대화, 자산 투자, 위험 관리 같은 용어로 자연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면, 자연과 기업이 적대시하지 않고 함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역 주민과 정부, 기업이 자연 자본에 투자하여 혜택을 본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구체적으로 얼마나 비용이 들어갔고 혜택은 얼마나 보았는지를 제시한다. 자연 자본에 투자함으로 얻는 무형의 이익은 더 많다. 지역 공동체가 회복되고 협동 정신이 강화되고 자기 지역의 자연에 자부심을 갖는 등의 변화도 일어난다. 당연히 투자한 지역 주민과 기업, 정부는 경제적인 혜택도 본다. 저자들은 이런 사례들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이런 협력이 결코 겉치레가 아님을 설파한다. 환경 운동 진영과 기업계 양쪽에서 회의적인 시선도 있지만, 저자는 자연 자본에 투자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자연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임을 설파하고 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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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음식 과학
- 혀가 호강하고 뇌가 섹시해지는 음식 과학의 세계
Choice
이은희
(지은이) |
살림Friends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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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은 맛집 소개 열풍이 불더니, 이제는 요리사들이 방송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광경을 화면으로 보고 있으면 저절로 군침이 돌지만, 한편으로 이 이른바 음식 포르노 열풍이 전 국민의 비만과 성인병에 얼마나 기여할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을 펼칠 때 그 점이 좀 걱정되긴 했지만, 다행히도 이 책은 방향이 다르다. 여러 권의 좋은 과학책을 낸 바 있는 저자는 우리 조상들이 어떤 음식을 먹어 왔으며, 그 식재료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월별로 나눈 각 장마다 떡국, 삼계탕, 햇과일 등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을 전통 명절과 연관지어서 설명한다. 전통 음식을 소재로 삼았으니, 옛 사람들의 풍속과 이야기는 덤으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제는 거의 잊힌 설날이나 한가위 풍속을 서두로 삼아서 이야기를 하다가 슬며시 과학적인 내용으로 화제를 옮긴다. 단오에 왜 쑥떡을 먹을까 하는 의문처럼 음식을 먹을 때면 이따금 들곤 하는 궁금증을 다룬 대목도 있고, 술이 몸에 좋은가 나쁜가처럼 어설프게 알고 있거나 아니면 인류의 과학 지식 자체가 아직 미비한 탓에 명절에 모여서 음식을 먹을 때면 종종 의견이 갈리곤 하는 화젯거리도 들어 있다. 여기 실린 과학적인 내용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콜레스테롤, 셀룰로오스, 질소, 밀가루의 주성분, 감자의 독소 등 우리가 어느 정도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사실 음식과 과학을 연결 지으면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여 요리를 하면서 몸이 적응해 간 이야기부터, 농약과 유기농 식품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방면으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잡학사전이 되기 쉬울 것이다. 대신에 저자는 우리나라의 세시풍속과 과학 지식을 잘 버무려서 과식하지 않고 물리지 않게 맛깔나게 내놓는다. 덧붙이자면, 전통 음식이 다 과학적이다라는 두루뭉술한 이야기는 이 책에 없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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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혁신
Choice
스티븐 존슨
(지은이),
강주헌
(옮긴이) |
프런티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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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경로를 획기적으로 바꾼 발명이나 기술의 역사를 읽다보면, 왠지 한 방향으로 줄달음친 듯 한 인상을 받기 마련이다. 나침반 덕분에 머나먼 항해가 가능해지고, 트랜지스터의 발명이 오늘날의 온갖 전자 기기로 이어지는 식으로 한눈에 발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좀 더 색다른 관점에 서 보고자 한다. 어떤 발명품이 자신의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렌즈라는 발명품이 갈릴레이의 망원경과 레이우엔훅의 현미경을 낳았고, 그 결과 천문학과 생물학에 혁명이 일어났음을 잘 안다. 저자는 이제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어서 재미가 없는 그 단선적인 역사 대신에, 유리의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한다. 유리의 관점에서 보면 망원경과 현미경이 발명된 것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덕분이었다. 구텐베르크의 발명 덕분에 책이 대량으로 인쇄되었고, 독서 인구가 급증했다. 그러자 깨알 같은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이들이 늘어났고, 덕분에 안경 산업이 호황을 느렸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렌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망원경과 현미경이 탄생했다. 유리의 역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유리는 거울과 자기 인식과 광섬유와 LCD에도 기여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스마트폰 때문에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인쇄술의 자업자득이다. 구텐베르크의 발명품이 오늘날 사람들이 늘 들여다보고 있는 화면을 낳은 셈이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얼음, 소리, 물, 시간, 빛의 입장에서 흥미진진하게 세계를 바꾼 혁신과 발명의 역사를 풀어나간다. 에어컨의 발명이 세계의 인구 분포를 바꾸고, 진공관의 발명이 루이 암스트롱을 낳았다는 등의 이야기처럼, 언뜻 들을 때는 엉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일리가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덕분에 이리저리 망처럼 연결된 역사를 읽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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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 신비롭고 위험한
ㅣ
Nature & Culture 5
Choice
피터 애디
(지은이),
임지원
(옮긴이) |
반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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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의 과학적 측면뿐 아니라, 역사 및 사회적 의미까지 두루 살펴본 책이다. 사실 우리가 지금 숨 쉬고 있는 공기가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근대 과학의 여명기에 과학자들이 공기의 성분과 특성을 분석하느라 얼마나 애썼는지 같은 과학적인 내용은 이 책에서 그저 서론 부분에 해당한다. 저자는 공기를 정복하고 더 높이 날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서 비행선을 비롯한 온갖 기계를 발명하고자 애썼던 사람들, 산업화가 낳은 지독히도 축축하고 끈적끈적한 공기로 뒤덮여 있던 썩고 곪아가던 19세기 도시, 헐떡거리는 숨소리로 가득한 전선의 참호 속 공기와 고문 시설의 숨이 막힐 듯이 갑갑한 공기가 가득하던 끔찍한 세계대전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공기와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또 이 책에는 인간의 온갖 감정과 분위기를 공기를 통해 묘사한 문학과 미술 작품, 공기가 점점 오염되어 갈 때 신선한 공기가 지닌 힘을 알아차리고 공기를 소유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들, 공기가 어떤 식으로 치명적인 감염병을 퍼뜨려 왔는지를 알아내고 공기를 격리하고 통제하려고 한 시도들,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굴뚝의 연기로 화한 이들, 9.11 테러 당시 콘크리트 및 금속과 더불어 한 순간에 공기로 변한 희생자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때로는 공기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때로는 공기를 멀리하기 위해 애쓰는 인류의 욕망, 공기가 지닌 매력과 위험성 등을 차분하게 그린 책이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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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숲
- 긴팔원숭이 박사의 밀림 모험기
Choice
김산하
(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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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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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를 할 사람은 너밖에 없어, 하는 달콤한 말에 속아서 침팬지를 연구하러 아프리카 밀림으로 들어간 제인 구달을 비롯한 여성 유인원 연구자들의 전기를 읽다 보면 슬며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나도 한 번 그래 보았으면! 물론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놓았다가는 온갖 징그러운 벌레와 밀렵꾼이나 내전 당사자들에게 살해당할 위험과 독을 품은 동물들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현실을 모르는 낭만적인 생각이라고 타박을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낭만적인 꿈을 실현한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바로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 학자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이 책의 저자다. 저자는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과 함께 유인원에 속하면서도 왠지 그보다 좀 지능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름을 지닌 긴팔원숭이를 연구하러 인도네시아 밀림으로 들어간다. 이 책은 저자가 여러 해 동안 그 속에서 긴팔원숭이와 함께 하면서 겪은 일들을 담고 있다. 저자도 그런 분위기를 좀 풍기긴 하지만, 이 책은 사실 무용담으로 읽어도 좋다.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생활해 봤어? 우리 후배가 왔다가 말벌에 쏘였는데, 말벌집을 불태우고 그 애벌레를 아작아작 씹어 먹는 것으로 복수를 했지. 긴팔원숭이가 어떻게 먹는 줄 알아? 얘들은 좀 지저분해. 손놀림이 좀 떨어져서 여기저기 흘리면서 먹지. 그걸 주워 먹는 동물들에게는 아주 진수성찬이 차려지는 셈이지. 이런 식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가득 실려 있다. 집필 활동도 활발하게 하는 필자답게 유머와 재미있는 일화와 적절한 긴장감을 섞어서 해박한 지식을 쉽게 와 닿도록 잘 버무린 책이다. 읽다보면 마치 실제 열대 우림에 가서 모험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우림(雨林)’이라는 한자어를 ‘비숲’이라고 바꾼 용기에도 찬사를 보낸다. 전문가가 바꾸겠다는 데 감히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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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배신
- 인간보다 비열하고 유전자보다 이기적인 생태계에 관한 보고서, 2015년도 6월에 읽을 만한 책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
Choice
댄 리스킨
(지은이),
김정은
(옮긴이) |
부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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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식품 등의 광고에 쓰이는 ‘자연’이라는 단어는 진짜 자연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 광고에는 방해했다고 붕붕거리며 달려드는 커다란 말벌도, 죽은 동물의 썩어가는 몸에 시꺼멓게 달라붙은 파리도, 숲에 들어가면 성가시게 달라붙는 모기도 없다. 그래도, 아니 그래서 우리는 광고에 묘사된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연에 더욱 더 끌린다. 멋진 상상은 늘 달콤한 법이니까. 하지만 저자는 진짜 자연은 기회만 생기면 우리를 죽이려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연을 제대로 보라고 일깨운다. 왜곡된 시각에서 자연을 보면, 세균, 촌충 같은 것들이 등장하는 진짜 자연은 침입자처럼 보인다. 그랬을 때 진짜 자연이 다가오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 저자는 수많은 바닷새가 번식하는 섬에서 인간이 옮긴 쥐들이 닥치는 대로 어린 새들을 잡아먹는 광경을 묘사한다. 또 번식을 하기 위해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수거미, 말라리아 원충처럼 남에게 빌붙어 사는 게으른 생활방식을 택한 동물, 뜯기지 않기 위해 독한 화학물질을 만드는 식물, 남보다 보상을 적게 받았다고 질투하는 원숭이도 언급한다. 탐욕, 식욕, 색욕 등 인간이 스스로 악하다고 여기는 모습들을 자연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왜 굳이 혐오스러운 자연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그냥 환상 속에 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저자는 자연의 실상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생각에 잠긴다. 나는 자연의 모습대로 살아야 할까? 자연에 이기적이지 않은 동물은 없을까?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 아닐까? 그러다가 저자는 전제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아버지의 사랑이 자연에서 진화했다고 해서 순수하지 못하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이 온갖 죄를 저지른다고 해도 인간은 그보다 더한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도 깨닫는다. 바로 오만이다. 저자는 인간이 자연과 다르다는 오만을 떨쳐내고서 자연을 살펴보기를 바란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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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한다지?
-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 선정 우수과학도서, 2016년 아침독서 추천도서
ㅣ
우리말에 깃든 생물이야기 3
권오길
(지은이) |
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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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과 관용구 등에 나오는 생물들을 재미있는 일화를 곁들여서 소개하는 책이다. 민망하게도 제목에 나온 ‘함함하다’라는 말을 필자도 몰랐다. 귀여워한다는 뜻이겠거니 짐작했는데, 본문에 ‘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는 뜻이라고 풀이가 되어 있다. 오랜 세월 과학 지식을 이해하기 쉽게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을 해온 저자답게, 이 책에서도 쏙쏙 와 닿는 글 솜씨로 우리 조상들에게 친숙했던 여러 생물의 이모저모를 보여준다. <오이 밭에선 신을 고쳐 신지 마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사시나무 떨 듯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 같은 흔히 들어본 말도 있는 반면, <기린은 잠자고 스라소니는 춤춘다>, <여덟 가랑이 대 문어같이 멀끔하다>처럼 고개를 좀 갸웃하게 되는 소제목도 있다. <흰소리 잘하는 사람은 까치 흰 뱃바닥 같다>처럼 들어도 좀 알쏭달쏭한 속담(참고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희기가 까치 배 바닥 같다>로 나와 있다) 아래에는 까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속담들과 함께, 까치걸음, 까치눈, 까치밥, 일부일처제 등등 우리 주변에 늘 있는 까치의 다양한 모습이 실려 있다. <혀 밑에 도끼 들었다>에서는 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생물학적으로 살펴본 내용에서부터 한 순간도 길들여진 입맛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혀 잘못 놀려서 입는 설화에 이르기까지, 술술 이야기가 펼쳐진다. 길어지면 독자가 지겨워하리라는 것을 감안한 듯이 짤막하게 들어가는 생물학적 내용과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사람들의 갖가지 모습을 맛깔스럽게 버무렸다는 점이 이 책의 특색이다. “야들야들하고 보드랍고 매끈한 것” 속을 “독주, 뜨거운 국물, 톡 쏘는 고추냉이 넣은 비빔밥... 오만 잡것으로 한가득 채우”는 주인 잘못 만나서, “고통과 욕됨을 참고 이겨내는 고마운 내 밥통”처럼 절로 웃음이 피어오르는 글을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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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ㅣ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4
Choice
예병일
(지은이) |
한국문학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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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에 비치는 의학의 모습은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다. 어제는 비행기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을 마침 곁에 있던 의사가 구했다는 미담이 들렸다가, 오늘은 자격이 없는 이가 대리 수술을 해서 의료 사고를 일으켰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지역에 산부인과가 없어서 병의원을 전전하다가 출혈 과다로 사망한 산모의 이야기와 함께, 건물마다 성형외과가 가득한 다른 지역의 사진이 실리기도 한다. 게다가 소수만의 전문 분야였던 지식이 질적 평준화와 때로 저하까지 수반하는 다수의 지식으로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의학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식 있는 의사들이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려 애쓰기도 하지만, 인터넷에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을 만큼 상충되는 의학 지식이 넘치고 있다. 연구자들도 이 흐름에 한몫을 하고 있다. 어제는 술 한 잔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가, 오늘은 한 잔도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다. 이 책은 이런 혼란스러운 시대에 의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이렇게 자신의 관점을 요약해 놓았다. “흔히 의학을 과학이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옳은 표현이 아니다. …… 의학은 과학적 연구 방법을 도입하면서 크게 발전했지만 엄연히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의학을 이해할 수 있다.”그래서 “인문으로 치유하다”라는 제목이 나왔다. 저자는 역사, 미술, 영화와 드라마, 윤리, 과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의학을 살펴보면서, 과학만이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학을 결합한 관점에서 의학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똑같은 증상이라도 개인마다 처방에 대한 반응이 다른 이유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개인 체험 위주의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더 종합적으로 의학을 조망할 수 있게 해 주는 유익한 책이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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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빅퀘스천
-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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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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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쪽으로 분류가 되어 있긴 하지만, 과학만을 다룬 책은 결코 아니다. 정확히 비율을 따져보진 않았지만, 아마 과학보다는 철학, 신화, 역사, 문학, 사회학, 경제학에 관한 내용이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저자의 전공이 뇌과학이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과학적 사유와 해석이 곳곳에 배경으로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인류가 종종 떠올리곤 하는 원대한 의문들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은 의미 있어야 하는가’, ‘진실은 존재하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왜 사랑을 해야 하는가’, ‘인간은 왜 필요한가’ 등등. 왠지 철학적인 질문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한 가지만 이야기하려고 해도 수많은 철학자들을 인용하고 수만 권의 책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책장을 넘기면 메소포타미아 신화, 플라톤 철학, 단테의 <신곡>,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 로마의 정치가, 공룡의 다리뼈, 아인슈타인 등 저자가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 사이를 종횡무진 오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질문에 할애된 지면 분량을 생각하면 원대한 의문을 품을 때 문득문득 떠오르는 단상을 적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법 하지만, 읽다보면 내용의 폭과 깊이가 여간 아님이 드러난다. 그런 한편으로 굳이 깊이 따지고 싶지 않은 독자라면 가볍게 읽으면서도 그 질문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도록, 흥미롭게 내용이 짜여 있다. 물론 이 책이 31가지의 위대한 질문들에 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지식의 융합이 화두로 대두된 이 과학기술의 시대에 그 의문들을 이런 방식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과 유머까지 곁들인 르네상스적 사고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게다가 곳곳에 배치된 그림과 사진은 미술까지도 반찬으로 곁들여서 찬찬히 음미하면서 읽을 여유를 제공한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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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 책
- 코스모스에서 뉴런 네트워크까지 13편의 사이언스 북 토크
Choice
고중숙
(지은이)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1월
19,500
원 →
17,5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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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 마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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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쯤이야 인터넷 서점만 들어가도 무수히 접할 수 있는 시대이긴 하다. 게다가 좀 신경을 써서 검색을 하면, 아주 잘 쓴 서평도 블로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렇긴 해도 깊이 있는 성찰이 담긴 서평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 아쉬움을 느끼는 독자라면 이 혹할 만하다. 이 책에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머 가득한 SF 소설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 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양자역학과 철학을 잘 버무린 자전적 이야기인 <부분과 전체>에 이르기까지, 물리학과 관련이 있는 책 26권의 서평이 실려 있다. 재미있는 소설도 있고, 다 읽고 난 뒤에도 무슨 말인지 알 듯 모를 듯한 책도 소개되어 있다. 고전으로 평가받는 물리학 교양서도 있고, 최신 이론을 담은 최근의 책도 포함되어 있다. 각 서평을 읽다보면, 그 책을 이렇게도 읽을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과 더불어 책을 읽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자신보다 한참 젊은 혹은 나이든 상대와 연애를 하고 싶은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한 <시간 여행자의 아내>도 그렇고, 블랙홀을 둘러싼 논쟁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본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와 <블랙홀 전쟁>도 그렇고, 서평에 담긴 독특한 시각을 통해 그 책을 새롭게 다시 바라볼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오래 전에 읽은 독자라면 다시금 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또 두 책을 비교하며 토론한 대담도 실려 있어서, 책 내용 자체만이 아니라 더 폭넓은 관점에서 책들을 살펴볼 수도 있다. 즉 서평집인 동시에 평행 우주, 양자역학, 복잡계와 사회 네트워크 등 물리학의 여러 측면들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그저 과학 분야들 중에서 물리학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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