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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혜진

출생:1986년, 대한민국 대구

최근작
2023년 8월 <악인의 서사>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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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곳곳에서 카프카적인 것의 뿌리를 심고 있는 이들 작가야말로 카프카에게 주어진 두 번째 삶의 이유이다. 죽음 이후의 삶은 그들과 함께 계속되고 있다. …… 이 작품들은 카프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카프카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여전히 살아 있는 카프카를 읽는다.”
2.
읽는 것을 넘어, 손을 꼭 잡거나 꼭 끌어안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 있다. 작가가 작품 속 인물들을 걱정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느낌 속에서 독자들도 덩달아 치유받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표면엔 저마다의 밀폐된 슬픔을 묘사하는 정확하고도 시적인 문장들이 있다. 그리고 심층엔 공적, 사적 고통으로 배척당하고 소외된 자들이 각자의 ‘맨 밑바닥’으로 서로의 결핍을 받쳐주는 바닥의 공동체가 있다. 상처의 쓸모와 슬픔의 힘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이 소설은 낭만적이면서도 실천적이고 현실적이면서도 신비롭다. 한겨울 혹한의 추위 속에서 두 팔 벌려 외로운 사람을 기다리는 따뜻한 프리허그 같은 이 작품을,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테라피스트라고 부르고 싶다.
3.
지금 헤어지지만 다시 또 만날 수 있고, 만나지 않는 것이 사랑의 종말은 아니다. 사랑 안에 이별이 있듯 이별 안에도 사랑이 있으니까. 이제 두 사람은 학생이기를 졸업하고 사랑의 어른이 되었을까. 이 소설을 읽고 난 지금, 나는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에 대해 어떤 것도 묻고 싶지 않다. 그들의 침묵 속에서 이미 충분한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고, 그 침묵의 풍선은 소설가 연소민이 세상에 불어넣은 강렬한 공백이자 여백의 상상력이다.
4.
강은교 식으로 말하면 삶은 깨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달콤하리라는 환상, 괜찮아질 거라는 환상, 한 번 더 살면 이렇게는 안 살 거라는 환상… 환상과 미래는 붙잡으려 할 수록 더 멀어진다. 손바닥을 펴 보면 그 위에는 깨진 환상, 깨진 미래, 깨진 낭만이 부서져 반짝일 뿐. 속절없는 파편의 무리들, 그러나 깨진 반짝임이야말로 “드넓은 여기 사랑하올 것들”이자 “우리들의 누추한 아름다움”인 줄 알 때, 이제 쓸쓸함을 아는 이, 이제 홀로임을 아는 이, 이제 울음을 아는 이, 그리하여 이제 늙음을 아는 이 강은교는 바야흐로 용서를 노래해도 섭섭지 않은 시인 중의 ‘시인’이다. ‘시인’은 전생의 허밍처럼 아득하게, 어젯밤 꿈결처럼 생생하게 서러움의 내력을 연주한다. “기-인” 바람결이 찬란하게 쓸쓸한 생의 노래를 거든다. 바람이 거든 노래가 돌멩이들의 막막한 웅크림을 쓰다듬고 우주의 흉터 같은 별들을 스치울 때, 멀리서 반짝이는 우리 “기-인” 상처가 아름다움을 시작한다.
5.
엄마는 자주 찐빵을 만들어주셨다. 그 안에는 팥소가 들어가는데, 삶아서 으깨놓은 팥을 야금야금 집어 먹다가 혼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입안에 꽉 차는 그 고소한 단맛으로 향하는 손길을 멈추는 건 언제나 실패. 팥에 대한 내 오랜 끌림의 정체를 낱낱이 밝혀주는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그 실패의 불가피함을 전부 이해했다. 어두운 색감, 거친 질감, 팍팍한 식감…. 그러나 첫입에 온몸의 세포를 미소 짓게 하는 깊고 담백한 단맛 앞에서 이 모든 비주류적 특성은 팥의 신비이자 팥의 깊이로 승격된다. 그러고 보니 팥에 대한 이 사랑은 문학에 대한 내 사랑을 닮았다.
6.
구석기시대를 살았던 자들 못지않게 유목민적인 우리에겐 진실을 보기 위한 시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모자이크화된 정보 이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서이제가 쓴 아홉 편의 소설은 새롭게 형성되는 문명의 구성체로서 우리가 우리의 시력을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공인된 검사표이다. ‘너’의 의미도, 사랑과 가능성의 실재도 이젠 다 ‘사라짐’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사라진 것들은 모자이크 너머로부터 다시 나타날 것이다. 사라진 것들에 대해 우리는 기다릴 수 있을 뿐이다. 기다리는 동안 얼핏 보지 않는 ‘시력’을 무장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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