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초등학생 때부터 아동문학가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감사하게도 그런 기회가 생겼어요. 에세이 <스타벅스 일기>에 스타벅스에서 동화를 쓰고 있다는 내용이 있어서, 많은 분들이 언제 나오는지 물으시는데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많이 늦어졌어요. 부지런히 쓰겠습니다. 참고로 지금은 <츠바키 문구점> 3탄인 <츠바키 연문> 번역을 마무리하는 중이고요. 다음에 번역할 작품은 내년 초 출간 예정인 <속 창가의 토토>랍니다.

저도 알라딘에서 제가 번역한 어린이 도서 목록을 보고 놀랐답니다. 어린이책 번역 의뢰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작업한 게 많네요(웃음). 특히 최근 몇년 동안에 그림책이나 어린이책 많이 들어와서 너무 즐거워요. 어린이책은 작업할 때도 모처럼 동심이 되어 행복하고, 책이 나오면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선생님인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기쁨도 크고요. 어린이책을 번역하는 자체가 일이 아니라 힐링이죠.

요시타케 신스케 님의 작품은 8년 전에 <게다가 뚜껑이 없어>라는 책을 처음으로 번역했는데요. 제가 그때 블로그에 번역한 소감을 이렇게 써 놓았더라구요. ‘도처에 엉뚱한 소리, 반짝이는 재치, 뜬금없는 유머, 터무니없는 상상, 귀여운 그림 옆에 장난스런 글씨, 낙서 같은 문장 속에 보석 같은 명언’. 그런 생각은 8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계속 진화하는 포켓몬을 보는 느낌이에요. 점점 능숙해져가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기발한 표현과 아이디어들이 화수분처럼 나와요. 올해 나온 신간을 읽어 보고는 말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일본에 가보니 도쿄에나 지방에나 서점마다 요시타케 신스케 코너가 따로 있던데요. 엄청나게 많은 작품과 굿즈들이 진열돼 있었어요. 요시타케 신스케 장르는 독보적인 것 같아요.

번역료와 마감 일정만 맞으면 특별히 까다롭게 고르진 않는데요(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어린이 책은 대체로 다 하고, 성인 책은 아마존이나 SNS에서 책 내용과 리뷰를 살펴보고, 번역을 잘 하지 못할 것 같거나 취향과 너무 맞지 않는다 싶으면 사양하는 편입니다.

네! 저 어린이 책 읽는 것도, 번역하는 것도 정말 좋아해서 앞으로도 많이 하고 싶어요.

올해 있었던 일로 보자면 제가 번역한 책 <츠바키 문구점>의 작가 오가와 이토 씨를 만난 걸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자와 작가가 만나는 건 대부분 공식적인 자리 뿐인데, 이번에는 지극히 사적으로 만났어요. 맛있는 음식도 먹고, 낮술도 한잔 마시고, 같이 버스를 타고 오가와 이토 씨 댁에 가서 차도 마시고, 책 속에서만 보던 강아지 유리네에게 제가 사 간 간식도 먹여주고, 산책도 하고. 실은 오가와 이토 씨로 인해 제가 봄에 도쿄한달살기를 다녀왔거든요. 아, 도쿄에서 도라에몽, 포켓몬, 미래소년 코난, 그리고 제가 번역한 <위기탈출도감> 등등이 나온 출판사 쇼가쿠칸 회장님을 만나 식사를 하기도 했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도쿄한달살기’ 에세이에 쓸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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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배달부 키키 1
  유명한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원작이기도 하죠. ’마녀배달부 키키’의 ost는 저의 노동요이기도 한데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며 배달하는 키키와 고양이 지지의 활약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즐겁고 따스해서 어린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좋아하는 작품. 마녀배달부 키키는 8권까지 번역되어 나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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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망치고 찾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너무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때, 버텨라, 맞서라, 하는 책들이 많은데, 이책은 “도망쳐”라고 말하고 있어요. 너의 두 다리는 너를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이니 싫은 사람에게서는 도망치고, 너를 아껴주는 사람을 찾으라고 하죠. 아주 작은 그림책이지만,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인간관계 지침서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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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 소원
  부모님이 안 계신 미래와 부모님이 별거 중인 이랑은 초등학교 4학년으로 유치원 때부터 단짝이에요. 연예인이 꿈인 같은 반 현욱이 덕분에 방송국에서 어린이들의 소원을 듣는 프로그램을 촬영하러 와서, 저마다 카메라 앞에서 소원을 말하는데요. 세 사람의 소원이 궁금해서 단숨에 다 읽었어요. 불쌍하거나 불행한 게 아니고 가족의 형태가 다양한 것뿐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것도 좋고, 문장이 너무나 깔끔하고 문어 빨판처럼 흡인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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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 숙제
  ‘비밀 소원’이 미래 편이라면 ‘비밀 숙제’는 이랑 편. 5학년이 된 미래는 아빠와 함께 시차가 14시간 나는 나라에 가서 살게 됩니다. 이랑은 외국에서 만나는 차별과 편견과 부당함을 대차게 이겨나가며 작은 몸짓이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죠.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많은 요즘 많은 친구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 읽고 나면 나라가 달라도 피부색이 달라도 모두 똑같은 친구란 걸 느끼게 될 것 같아요. 어린이도 아닌 딸과 함께 두 권 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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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조금 불편하면
  세상은 초록이 돼요
  부제는 지구를 지키는 어린이들의 환경 실천법 50입니다.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을 사랑하여 지구를 지키자는 50가지의 방법이 쓰여 있어요. 물을 아끼는 방법,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 등등, 막연하고 추상적인 얘기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쉽게 가르쳐준답니다. 온가족이 함께 보며 지구를 지켰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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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정말
  어디에 있는 걸까
  엄마가 그려준 지도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고생하며 시작되는 지도 이야기. 방, 집, 동네, 나라, 우주, 점점 확대되어 가다 미래 지도까지 그려요. 기분 지도, 몸속 지도까지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지도들이 등장한답니다. 지도책처럼 큰 사이즈에 재미있고 기발한 지도가 가득합니다. 읽다보면 나도 한번 내마음속 지도를 그려 ‘내가 정말로 어디에 있을까’ 찾고 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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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멘과 모리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이책을 읽고 굉장히 위안을 받았어요. 누나 메멘이 동생 모리에게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하는 어려운 주제를 쉽게 얘기해주고 있죠. 일러스트도 글도 무척 사랑스러운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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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탈출 도감
  작년에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데요.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위기, 그 대처법과 짧은 조언이 재미있어요. 어떤 일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위기를 대처할 방법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네, 정하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많이 읽어주었어요. 집 가까이 도서관이 있어서 거의 매일 어린이 책을 빌려왔었죠. 갓 태어난 신생아일 때도 백설공주, 피노키오 같은 걸 읽어주었어요. 그래서인지 아기 때부터 책을 유난히 좋아하더더라고요. 한글을 깨친 뒤로는 혼자 읽어서 책 읽어주기는 유치원생 때까지였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책에서 멀어졌다는 게 반전(웃음).

무엇보다 바르고 고운 우리 말 사용이 기본이 돼야 할 것 같고요. 흥미로운 스토리로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책, 그러면서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책이 좋은 책이지 않을까요.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매일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다보니 책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번역가나 작가가 되고 싶은 어린이들이라면 분명히 어릴 때의 저처럼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일 텐데요. 계속 그렇게 책을 좋아하다 보면 꿈에 가까워질 거예요. 솔직히 저도 꿈은 꾸는 것이지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요. 책을 좋아해서 계속 읽고 쓰고 하다 보니 어느새 꿈이 직업이 돼 있더라고요. 많이 읽고 많이 쓰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