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초의 인류가 ‘정원’에 살았던 것을 안다. 서구 문명에서 에덴(Garden of Eden)은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충족된 공간, 낙원의 원형이다. 그곳에서 ‘추방’된 이후 인간은 줄곧 잃어버린 장소를 그리워하며 시대와 지역, 문화에 따른 이상향의 모습을 각자의 정원에 담아왔다. 황주영의 첫 저서 《정원의 책》은 그러한 정원에 반영되어온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26편의 문학 작품을 통해 펼쳐 보인다.
문학과 미술사, 조경학을 전공한 저자는 인류 최초의 문학으로 전해지는 기원전 24세기 무렵의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2025년 현재 한국에서 뜨겁게 사랑받는 소설가 김초엽까지, 시간과 공간과 장르를 넘나드는 문학 작품들을 정원이라는 키워드로 엮었다.
그 사이에 볼테르, 루소, 괴테, 찰스 디킨스, 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밀 졸라, 톨킨, 마거릿 애트우드, 파스칼 키냐르 등 거장으로 칭송되거나 문학적으로 중요한 작가들이 저마다 고유하게 그려낸 정원을 하나씩 소개한다. 정원들은 배경이기도 하고 주제이기도 하며 때로는 그 자체로 주인공이다. 그리고 소설 속 인물들은 인류가 문명이 시작한 이래 쭉 그랬듯 깊은 사랑과 치유, 간절한 꿈과 미래, 오랜 그리움과 기다림을 정원에 심는다.